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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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증오 그 사이 어딘가’

이 책의 영문 제목은 “THE FUNERAL”이다. 장례식이란 제목을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로 변경한 것은 신의 한 수 같다! 서두에 나오는 장면을 그대로 제목으로 치환한 것은 아주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에 강하게 끌리는 경험이 흔치 않지만 영문 제목 그대로를 한글 제목으로 썼다면 이 책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망자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인 장례식에 초대받는 것, 그 기분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다.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처음에는 자신인 줄 모르고 초대받은 곳으로 향한 주인공은 신분을 바꾸고 숨어살고 있는 처지인데 누군가의 – 발신인이 없는 – 초대를 받고 식장으로 향한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뭔가 남겨놓았다는 어쩌면 달콤한 유혹에 끌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처지였으니 유혹을 뿌리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사건이 시작된다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대상a)을 찾아 헤매며 살아가게 된다는 라캉의 말처럼 이 책의 인물들 모두가 이 말에 있어 자유롭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신분을 감춘 채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주인공을 비롯해 각 인물들 모두 각자 욕망하는 것을 위해 고된 인생의 굴레에서 발버둥 치며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펼쳐두고 보니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애잔하고 씁쓸하며 한편으로는 저럴 수밖에 없었을 테지 하는 생각에 이르는 인물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또한 욕망의 노예에 불과한 법, 예외는 없다.

‘영아 매매’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이슈로 꼽는 비중 높은 소재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전쟁 중에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는 이 비참한 수레바퀴는 언제쯤 멈추게 될까? 잊을 만하면 뉴스에 등장하는 – 다 성장한 후 부모를 찾아 내한하는 이들의 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영아 매매 실태라는 걸 어떻게 부정한단 말인가. 이를 소재로 한 컨텐츠 또한 적지 않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현실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씁쓸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정말 간만에 좋은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여기저기 놓아둔 빵 부스러기를 찾아내는 기분도 좋았지만 작가 특유의 사건 풀이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속편이 나올 것인가 하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한 결말은 정말 영화 같았다. 정말 영화로 제작해도 좋을 매력적인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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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woojoos_story 진행, 서사원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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