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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찾아드립니다 -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
애슐리 윌런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세계사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적 도대체 언제 보았는지조차 모르고 누가 그렸는지도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지만 내 머릿속에는 선명히 각인된 짧은 만화.
그 만화는 빌게이츠는 100달러(내가 보았던 만화속에선 한국패치로 달러가 아닌 10만원짜리 지폐로 묘사되었다는 TMI)를 보아도 줍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왜 빌게이츠는 100달러를 줍지 않을까?
그 이유는 바로, 빌게이츠가 1초마다 버는 수익이 150달러 이상이었으니까.
100달러 지폐를 줍기위해 수백달러짜리 몇 초를 소모하는 것보다 그냥 지나가는게 이득이란 소리였다. 짧은 만화였지만 그 내용은 매우 강렬하게 내 기억 한편에 자리 잡았다.
나는 그 빌게이츠 만화에게서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오늘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읽고나니 또 그런건 아니었던 모양이라 조금 반성하는 마음이다.

애슐리 윌런스Ashley Whillans. 우리나라로 치면 미국 시간관리계의 오은영 박사님 같은 분이라고 한다.

후에 여러번 읽으며 자주 되새김하려고 클립으로 책갈피를 끼워둔 흔적들. 이래서 알록달록한 클립을 좋아한다.
97pg
당신이 동료를 위해 5시간동안 일을 해주었더니 동료가 당신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입장권 두 장을 선물했다.
그리고 또 15시간 일을 도와준 동료에게선 그럭저럭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입장권 두장을 선물받았다.
두 공연은 같은 시간대에 공연한다.
당신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A : 가장 좋아하는 밴드. 5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
B : 그럭저럭 좋아하는 밴드, 15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
저자가 말하길 돈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은 계산하기 쉽고 그 가치가 확연히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말을 나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챕터에서 더욱 확실하게 와닿게 되었다. 저자가 위의 선택지를 주며 어떠하겠냐고 물었을때 나는 당연히 A밴드지! 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보러가는 것에도 시간을 소모하는거니까 이왕 시간 쓰는거면 당연히 좋아하는걸 봐야한다며.
그리고 다음에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A : 당신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40달러를 지불했다.
B : 당신은 그럭저럭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200달러를 지불했다.
그러자 이번엔 나는 B를 선택했다.
40달러와 200달러의 가치는 중요하게 인식했으면서 5시간과 15시간 사이의 10시간의 가치는 가볍게 여겼던 민낯이 절실히 드러난 질문이었다.
돈은 수지타산을 따질 수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 없다. 이 명제를 정말 확 와닿게 이해시켜주는 그런 책.
애슐리 윌런스의 [시간을 찾아드립니다]는 언뜻보면 '그냥 시간관리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겠구나'라고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나도 처음엔 별 기대 안하고 읽었었으니까.) 의외로 그 뿐만 아니라 얻어가는게 많은 책이었다.
시간 관리는 하면 좋은데 그걸 왜 해야하는지를 나를 설득해주는 말들이 좋았다.
무작정 이거 좋다고 하라면 당장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나태함에 의지가 소진되기 마련이니까.
단순히 방법론만 읊을거란 편견보다는 이 책은 우리가 저도 모르게 지나쳤던 시간에 대한 잘못된 인지를 재고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틀어 시간의 가치를 다시 재정립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매우 당연한건데 사실 그 당연한 것을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들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괜찮아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건 나중에 행복하게 지낼 시간을 벌기 위해서야. 그때 가서 사람들에게 더 잘하면 되겠지.' 당신의 논리는 타당해 보인다. 내일이 실제로 온다면 말이다."
본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