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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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부터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엔 표지가, 그 다음엔 출판사와 작가 이름이 들어왔다. 

제목을 읽자마자 그냥 바로 든 생각은 단순히 '재미있겠다'였다. 제목이나 소개글만 읽고 내린 짧은 감상이지만, 이때 나는 아마도 내가 이 책의 글들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고(안의 글들이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읽은 바가 없었다.) 실제로도 다 읽었을땐 역시 내 느낌이 맞았다며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이거 표지 참 예쁘네. 와 출판사 이름도 예쁜데 작가님 이름도 예쁘다... 대충 이런 생각을 하며 받아보기를 기다렸던 책. 


에피소드 중 제일 귀여운 느낌이 들었던 이야기는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

이 에피소드 만큼은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손을 놓고 읽었다기 보단 '그래서 누가 범인인데!' 불을 키며 읽었다. 정말로 마음 놓고 흐르는 정신으로 읽은 뒤의 에피소드와는 달리 꽤 진지하게 읽었다. 내 생각엔 아마 주인공인 미주가 정말 열심히 범인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니 고작 콜라가 없어졌다고 저렇게까지 범인을 찾아야한다고? 정말로 이렇게까지? 속으로 외쳐댔다. 귀엽지만 황당한 인물이었다. 마치 그녀를 옆에서 관찰하듯이 읽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한 마음 되어 집중해서 주인공이랑 같이 범인을 찾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 이후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에 빠져들었다.  



디저트 식당. 


몽환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다. 달달하고 몽환적인 이야기.  

신기하게 이 에피소드는 읽다가 자꾸 단게 땡겼다. 결국 독서대에 책을 고정해놓고 와그작 와그작 과자를 씹어먹으면서 읽었다.(?) 

소실점이란 소재가 참 재미있고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사실 읽기 쉬우면서 달짠단짠 스낵같은 맛의 장르소설만 선호했던 나로서는 이런 문학적인 글을 그다지 즐겨읽진 않아왔다.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 개인적인 장르 취향문제다.

예쁜 주인공이 없어서. 멋진 결투씬이 없어서. 속 시원한 사이다가 없어서. 

무엇보다 고등학교 국어시간, 선생님이 입이 닳도록 찾으라던 그것. 이야기의 주제와 시사하는 메시지란 정해질 필요가 없는 답을 뇌가 무의식적으로 자꾸 찾으려 들었던 탓이다. 


다만 이 책 이후로 순문학에 대한 태도를 조금 고치게 되었다. 


나는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없다면 에피소드 형식은 처음부터 읽기보다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골라 읽는 편이다. 

그래서 세번째로 읽은 맨 마지막 에피소드. 

눈, 꽃 피다라는 에피소드에 아내가 자꾸 "왜 그래야하지?" 라고 묻는 문장이 있었다. 그리고서 쭉 글을 읽어나가는데. 어, 그러게. 내가 왜 자꾸 메시지를 파악하려고 하지? 왜 자꾸 어떤 의도인지 찾아낼려고 할까. 왜 이 다음 어떤 전개가 올지 맞추려들까. 나 지금 글에게 싸움거는 중인가? 라는 성찰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편안히 글을 읽게 되었다. 

그러자 더욱 재미있게 모든 에피소드를 읽을 수 있었는데 그 변화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냥 흐르면서 읽으면 줄거리를 놓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읽어야하는 장르 웹소설과 달랐다. 뒤에 무슨 전개가 펼쳐질지 애초부터 내려놓고 읽으니 뇌가 글속에서 휴식하는 느낌이랄까.

몽환속에서의 휴식이 신선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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