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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 사람 - 화제의 웹드라마 픽고 대본 에세이
이민지.고낙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도서 <안녕, 낯선 사람>은 유튜브 웹드라마 <픽고>의 에피소드 중 반응이 폭발적으로 두드러진 에피소드를 모아 총 36개의 목록으로 구성된 책이다.
픽고가 워낙에 입소문난 웹드라마 채널이었기에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몇개의 에피소드는 이미 동영상으로 그러니까 웹드라마로 시청했었다. 그때 봤던 영상엔 흙수저, 자의식 과잉 특징, 극한의 효율충, 숨 막히는 배려 특징... 기실 3분의 일 정도는 이미 봤던 에피소드였지만 글로 읽으니 또 느낌이 남달랐다.
또한 웹드라마로 볼때에 비해 책으로 읽을때는 읽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좋았다. 물론 드라마로 보면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인물들의 표정, 손짓, 목소리의 어투 등 많은 걸 캐치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을 볼땐 집중력이 모이지 않는 나에게는 10분 안되는 짧은 영상도 끈기있게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마침 이렇게 책으로 나와준 것이 고마웠다. 짬나는 시간 틈틈히 챙겨보다보니 이틀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물론 책에 집필되지 않은 다른 에피소들이 남았지만 이건 또 언젠가 알고리즘에 뜨면 보는 것으로...
(<B대면 데이트>의 까케 사장 최준처럼>이라는 문구. 순간 피식 거렸다. 영상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로 전하는 것에도 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구나 싶다)
유튜브로 봤을 당시에도 와, 이거 내 이야기인가? 하며 공감성 수치를 느꼈다. 어쩌면 이 영상은 내 흑역사를 되돌아 보게 하려고 만들어 진걸지도 몰라... 같은 생각도 했다.
동시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느낀 사람들이 적은 댓글을 보며, 내 단점이 나만 가진 성향이 아님을, 해당 에피소드가 나만 가진 흑역사도 아니고, 드라마속 인물이 했던 실수 또한 나만 했던 실수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나는 내가 참 이상한 사람이구나, 고쳐야 할 점이 많은 사람이구나 같은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각 에피소드 댓글창마다 나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으니 어쩐지 혼자가 아닌 것 같고 이런게 또 위안이 되는 기분이다.
[누군가의 행동에 불편한 감정이 불쑥 올라올때는 한번 되돌아 보아야한다.]
'저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 그걸 종이에 써놓고 나에게 그것이 그게 왜 불편한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려 해요.'
언젠가 한 인기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에서 한 말이다.
불편한 감정이 불쑥 올라올때는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한다는 말에, 그 유튜버의 말이 불쑥 떠오른건 아무래도 문장이 비슷해서일까. 사실 살다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곤 한다. 그런데 일일히 그걸 걸고 딴지걸기에는, 일상이 너무 바빠서 다시 생각해보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엔 그 불쾌함을 까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중에 어떠한 불쾌는 한번 두번이 아니라 여러번을 찾아와 내 감정을 두드린다. 내가 픽고의 드라마를 보며 느낀 공감성 수치도 어떻게 보면 불유쾌라는 감정이지만 이것들은 제 3장의 입장에서 느낀 불편함이고 따라서 나와 분리되어있다.
반면 내 감정을 여러번 두드려대는 이 불쾌는 결이 다르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의 저 행동이 되게 보기 싫다. 왜지?
혹은
지금 이 상황에 내가 기분 나빠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나 왜 기분이 나쁘지?
이건 마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내 무의식에 있는 기저를 건드렸고, 그것에 대해 내 감정은 즉각반응하는 것이다. 한편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이성은 뭐야? 무슨 일이야? 왜이래? 순간 놀라서 당황할 따름이다.
어렸을땐 이런 강점들이 두렵고 마주치면 그저 얼음이 되어 무사히 지나가기를 빌었었다.
하지만 해결법을 안 지금은 다르다. 피하지 않고 종이에 큼직하게 써본다.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과 그 이유를 고민한다. 안녕, 낯선사람에서 언급한 것처럼, 혹시 이 감정이 내 스스로를 다른사람에게 투사해서 나타난 감정이 아닌지도 고려해본다.
그런 과정들을 여러번 매일 매월 매년 반복하다보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꽤 괜찮은 사람임을, 내가 여태껏 이상했다고 여겼던 사람들에게도 다 이유와 사정이 있었음을 이해하게 될것이라 믿고 있다.
드라마로 보다가 글로 읽으면 솔직히 허전한 느낌이 들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아쉬움이랄게 많이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글로 읽으니까 좀 더 쉽게 손이 가고 끝까지 읽게 된다.
한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내 혼란스러움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위안받는 느낌이 드는 기묘한 책이다. 어떤 에피소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할때면 유튜브로 들어가서 댓글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사람마다 다들 느끼는 점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맞는 줄 알았는데 틀린 것도 많고. 재미있다.
픽고. 책과 웹드라마 모두 더욱 흥하고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서를 제공 받았으며 이 글은 솔직한 서평을 목표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