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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정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이슨 스탠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집어들기 전까지 파시즘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다.
무슨 뜻인지는 제대로 몰랐지만 인터넷 사전에 검색해보니,파시즘이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어감을 가진 이 단어는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극단적인 전체주의를 옹호한다고 한다.
파시즘이 만연한 나라에는 위계가 존재하며, 그 위계를 기준으로 나라의 구성원은 '우리'와 '그들'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꼭 이들 사이의 단절을 염원하는 파시스트, 대체적으로는 독재자가 존재하는데, 이 독재자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여 지배집단과 소수집단 사이에서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
남미의 여러 국가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런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은, 치안이 매우 뛰어나고 시민 의식이 좋은 편이다.
불평등과 차별, 정치권의 부패 이슈 따위가 매번 티비에 보이긴 하지만 이만하면 나름 비교적 자주적이고 민주적이지 않나 생각되는 정도.
그래서 이런 나라에서 자라고 지내왔던 만큼 솔직히 다른 나라(민주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투표권으로 그들의 대표가 선출되는)도 우리나라 만큼은 아니어도 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 중국의 무력 대만침공 플랜, 북한 미사일 등등의 뉴스기사를 보며 내 생각은 정말 말 그대로 막연했음을 깨달았다.
다른 나라도 다 우리나라 같겠지. SNS덕분에 전세계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이른바 글로벌 시대인데 우리나라가 이 정도면 다른 나라 국민들도 비슷하게 살아가겠지 라는 착각.
특히 러시아만 해도 그렇다. 설마 21세기에 2차 세계대전같은 전쟁이 일어나겠어? 했는데 결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그 연장선으로 자칫하면 세계 3차 대전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를 전세계가 느꼈다.
겉으로는 멀쩡했던 나라가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나는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내 질문은 명확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게 잘 굴러가던 나라에서 독재자가 주도하는 나라가 되기까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대체 이 파시스트들은, 무슨 전략을 쓰기에 사람들이 그들의 선동에 휩쓸리는 걸까.
이 질문에 답들이 10개의 소단원으로 나뉘어져있다.
1번부터 10번까지 소제목이 간결하다. 1단원의 신화적 과거에서 신화는, 해당 국가 혹은 해당 민족이 과거에 누렸던 영광 같은 의미이다. 이 책에서의 프로파간다는 쉽게 말하면 사람들을 선동하고자 하는 목적를 가진 사람. 9단원의 소돔과 고모라는, 성경에서 나오는 용어 같은데 악과 타락에 오염된 두개의 도시라고 한다.
프로파간다, 파시즘, 파시스트와 마찬가지로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이것도 사전에 검색해 보았었다.

이 책은 위의 질문 [그들은 어떻게 선동을 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선동에 당하는가]라는 물음에 매우 정확하게 대답을 해준다.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심리를 파시스트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지배계층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소수 민족을 탄압하고자 하는 수많은 음모와 정책들. 그 속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된 우리의 무의식은 어떤 원리에 의해 그들의 전략대로 움직이게 되는지 등을 낱낱이 알려준다.

화살표 모양 포스트잇을 산 기념으로 잔뜩 써본 책갈피. 너무 많다. 다음 독서땐 조금 줄여야겠다.
정치에 관한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내용은 어렵지 않다. 모르는 정치 전문? 용어가 간간히 있지만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지라 중간중간 검색하며 읽을만 하다. 초반에 종종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지만, 중후반으로 가면서 그런 불편은 거의 없어졌으며 다행히 내용도 많이 어려운 편은 아니어서 끝까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예시로 든 역사적 사실이 우리나라의 사례가 아닌 다른 나라들의 사례여서, 다양한 사건과 여러 인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도 객관적인 태도로 임하기 수월했다.
덕분에 저자의 신뢰성을 의심하기 보다는, 파시시트들이 쓰는 선동 전략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만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저 혼란스럽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며, 솔직한 서평을 목표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