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재치'라는 항목은 꼭 사람을 웃겨야 하는 예술 분야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문장을 볼 때, 포복절도할 문장이 아니어도 그 문장이 진정한 재치(위트라고 해야 하나?)를 담고 있다면 독자는 시종일관 집중력을 가지고 문장을 대할 수 있으며, 그 덕에 책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악마의 정원에서'는 재치의 미덕을 가진 책이었다. 은근히, 지적이면서도 폼잡지 않는 재치를 보여준 책. 잘 읽힌다. 이건 책이 갖춰야 할 기본이면서도 의외로 많은 책들이 실패하는 부분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에 음식이 나오면 너무 그 부분이 좋았다. 한때는 기독교 신자였는데, 성경에서도 음식이 주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대목들을 무척 즐겨 읽었다. 소고기와 버터, 포도주, 만나, 메추라기, 무화과, 생선과 전병... 별로 나 자신과 실제로 연관이 많은 음식들이 아니어도 책에 나오면 너무 좋았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 소녀 하이디가 퐁듀식으로 데운 치즈와 빵을 먹는 장면,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흰빵을 몰래 쟁이는 장면들...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 나에게 음식이 테마인 책이라니 정말 고기가 물 만난 격이었다. 아, 정말 시종일관 즐겁게 봤다.
특히 이 책은 우연히 해외에 출장을 갔을 때 들고 갔는데, 활자중독인 내가 일주일간 그곳에서 읽을거리라고는 달랑 이것 하나였기 때문에(짐이 너무 많아 눈물을 지으며 다른 책들을 포기했다) 일주일간 대략 다섯 번을 읽은 진정한 애독서가 되어버렸다. 어느 부분을 넘겨도 좋아하는 음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 책이었기에 그나마 미치지 않고 나름 견딜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의 테마가 반드시 '금기'와 아주 밀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에 '금기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다'는 저자의 태도는, 본문 중에서 그 금기가 내포하고 있는 '차별'의 정서를 이야기할 때와 상충하는 느낌을 주어 조금 마땅치 않았다. 그냥 음식에 얽힌 인류사라는 시점을 가지고 끌어나갔어도 나쁘거나 산만해지진 않았을 텐데, 조금 오버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가장 인상깊은 부분으로 나는 미테랑 대통령의 일화와, 크런치 스낵에 담긴 인간의 공격성을 꼽고 싶다. 내 안의 공격성을 잠재우지 못한 나는, 바로 포테토칩이 먹고 싶어졌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