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 나는 죽음을 돌보는 수행자입니다
능행 지음 / 김영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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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참으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분명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죽음을 겪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말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모두 공평하게 다가온다. 멀어지려야 멀어질 수 없는 죽음은 우리와 항상 딱 붙어있다. 우리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까?
이 책에선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내 불교계 최초로 호스피스 전문병원을 만드신 능행 스님께서 수천 명의 죽음을 돌보면서 깨달은 삶과 죽음의 아름다운 여정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정말 다양하다. 이제 사회에 발 들인 지 얼마 안 된 이십 대 청춘들, 오로지 부모님의 재산만을 바라보며 부모님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자식들,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 전쟁의 후유증으로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 할아버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스님 등 자신의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행패만 부리는 어리석은 자들부터 자신의 죽음을 일찍이 받아들이고 다음 생에는 어떤 이로 살아갈지 결심한 이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여기서 스님의 존재를 반기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스님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이들도 존재한다. 어떻게 스님께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늘 똑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지혜를 발휘해 대할 수 있을까? 대단하시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인간은 모두 하나같이 환자를 자기 지갑으로 바라본다. 이 사람이 죽으면 그의 재산은 모두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입원 시기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가족들이 환자가 죽은 뒤에나 간신히 그를 찾아온다. 이럴 때 보면 참 인간은 악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애는 없고 오로지 돈만을 바라보는 사람들, 환자보다는 자기 일이 중요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차가운 사회를 만든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면서도 그 세상에 동조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참으로 증오스러워진다. 그 누구에게도 선의를 바랄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난 무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죽은 후에 다시 자신의 업보에 따라 환생한다느니, 윤회라느니, 사후세계라느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있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가족 혹은 친구가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 앞에서 그나마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명복을 비는 사람 하나쯤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겠는가. 능행 스님께서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사람 대 사람으로 맞이한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상관없이 죽음을 무탈히 맞이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능행 스님이 만드신 병원이 더욱 번영해서 많은 사람들이 쓸쓸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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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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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은 총 여섯 편의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모든 소설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떤 소설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이 떠오르고 어떤 소설은 무더운 여름이 떠오른다. 이렇듯 각 소설마다 사계절의 모습을 잘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사계절에 관해 떠오르게 만든다.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첫 번째 소설인 <가벼운 점심>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십 년 전 나와 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는 어느 봄날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갑작스레 나타나 펑펑 눈물만 쏟고 계신다. 과연 아버지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고 계셨을까? 왜 우리를 떠난 걸까? 아버지는 지금에서야 아들에게 자신이 아무 말 없이 떠난 이유를 말한다. 어머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있어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게 되었다는 아버지. 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를 무조건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아버지의 오랜 고민 끝에 행한 선택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았을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니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니,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오로지 아버지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였고 행복이었으니 나도 아버지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었다. 절대 동의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뜻을 비로소 존중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어머니는 아버지가 떠난 이유를 알고 있었음에도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만 떠안고 계셨다. 어떤 악조건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머니의 존재는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투루라도 아버지에 관한 말을 꺼내지 않고 묵묵히 자식들에게 숨겨온 모습을 보니 자식들 입장에서는 많이 답답하고 불편하겠지만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이런 자세를 갖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결국 진실은 감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게 분명하니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온 게 아닐까. 자신에겐 더 이상 이상적인 남편은 아니지만 자식들에게 있어서는 완벽한 아버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지 않았을까. 왜 작가님께서 많은 소설들 중 <가벼운 점심>을 제목으로 정하셨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소설이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고 깊은 여운을 가져다준다.

<가벼운 점심>의 소설들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들은 홀로 외로운 계절을 맞이한다는 것. 하지만 신은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듯이 그들은 외로운 계절 속에서 사랑을 꽃피우고 한 발자국 성장하며 계절의 고독을 느낀다. 장은진 작가만의 고독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소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힌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시는 장은진 작가님을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가님의 이야기가 외로운 나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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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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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현재 노인의 신체조건과 활동 능력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면 10 ~ 20년 전과 비교해 족히 10살은 젊어졌다. 내가 어렸을 적 만나 뵀던 노인분들과 지금의 노인분들을 비교하면 정말 다르게 느껴진다. 이젠 30대도 몇십 년 전의 30대와도 다르게 느껴진다. 과거와는 다르게 신체적으로 젊어진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만 65세 분들이 노인이라 느껴지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그들을 노인, 시니어, 어르신으로 부르기보다는 친밀감을 담아 ‘고령자 씨’라고 불러보자. 작가님께서 정의하시는 ‘고령자 씨’는 단순히 나이를 먹어 쇠약해져 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에 근거하여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은 말과 행동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책에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자립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 밖으로 태어나는 동시에 언젠가 정말 많은 나이를 먹고 누군가의 손을 빌려 신세를 져야 한다. 청년 시절처럼 몸과 마음이 팔팔하지 않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거울을 보면 자글자글 주름이 져있는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돌봄을 받는 쪽은 물론, 돌보는 쪽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사람을 돌보고 또 언젠가는 결국 우리도 돌봄을 받는 쪽의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결국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연약하고 노쇠해지므로 우리의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나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질까 걱정하며 불안해하기보다는 노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 듦을 중시하는 모습을 가질 수 있는 노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에게 평가를 받고자 하는 모습이 아닌 늘 자기 평가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자.

이 책은 고령자 씨에 관한 모든 지식들을 배울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고령자 씨의 삶을 다룬 에세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노인 건강을 다룬 책이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처럼 노인분들의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만발의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책 첫 장을 읽자마자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으로 경건하게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노년층과 고령화 사회에 관한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내가 몰랐던 정보들을 쏙쏙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고령자씨들은 왜 고집이 세고 화가 많을까? 왜 고령자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는 걸까? 왜 고령자씨는 위험하다고 말려도 운전대를 쉽게 놓지 않는 걸까? 왜 고령자씨는 쉽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는 걸까? 고령자씨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만일 나이 드신 부모님과 같이 살고 계시는 자녀분들이라면,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 보호사와 간병인분들이라면, 만 65세 이상으로 노년층에 해당하는 고령자 씨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고령자 씨에 관한 정보들을 배울 수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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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들 -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
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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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는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돈이 흘러넘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서부의 오일샌드 광산으로 떠난다. 케이트는 자신의 학자금 대출을 전부 갚아버리고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목표만으로 이곳에 왔다. 하지만 오일샌드는 그녀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또한, 남자로 가득 찬 오일샌드에서 살아남는 것은 순탄치 않았다. 과연 케이트는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을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각오가 필요한 오일샌드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케이트가 일하기 온 첫날부터 광부들은 그녀를 찾아가 각종 성희롱과 몸매 품평을 시작한다. 이에 멈추지 않고 그녀가 과연 며칠 만에 누구와 잘지 내기를 거는 등 그녀에게 온갖 더러운 짓을 행한다. 심지어 그녀에게 파티란 목적으로 술을 잔뜩 먹여 성폭행까지 가담한다. 그녀는 이 일이 생긴 후 인생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간다. 심지어 어떠한 불합리한 발언에도 휘둘리지 않던 케이트의 언니까지 무차별적으로 달려오는 성희롱에 어떠한 반박도 없이 당하고만 있다. 맞다, 그녀는 이제 삶의 목적을 잃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것을 당연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성희롱, 가족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성관계,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행하는 성폭행 등 그 누구도 이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마치 아주 꽤 오래전부터 규칙처럼 발생되어 온 일들 같다.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현장에서 오리 떼죽음’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난 책 제목인 <오리들>처럼 오리가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당연스럽게 노동, 환경, 젠더에서 차별받고 인간의 부조리함을 겪은 사람들을 오리라 표현한 것이다. 캐나다의 수많은 오리들이 죽은 것처럼 사람들도 자신의 인격과 마음이 모두 죽어버린 채 오직 인간이라는 허물만을 갖추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많은 오리들이 희생당했을까? 우리는 모두 오리들의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젠더에 관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적은 돈으로 그 이상의 노동을 해야 하는 삶,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환경, 오직 부모를 잘 뒀다는 이유로 아무런 경력조차 없는 여성이 경력자인 케이트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상황 등 노동, 환경, 젠더, 인간의 부조리함을 담은 책이다. 그래서 만화책이라 하여 재밌게만 볼 수는 없다. 자신의 권리를 외칠 수 없는 시대, 그것이 당연한 시대라 생각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은 고통받고 삶의 의지란 것은 없는 채 살아간다. 이 상황은 결국 캐나다 서부의 앨버타 오일샌드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다. 오일샌드는 어디에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어디에서나 당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작가의 말을 읽고 있으면 이 책이 작가님의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이 작가님의 이야기였음에 한 번 놀라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당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라는 생각에 또 한번 경악의 의미로 놀랐다. 결코 캐나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책으로 만든 작가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간절했을지 이해가 된다. 케이트에게 몰입이 되어 과연 나도 케이트의 상황이었다면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었을지 전혀 예측되지 않는다. 그만큼 몰입되어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며 책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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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기획, 박내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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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모두 304명. 304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은 261명, 그리고 일반인 희생자 42명과 세월호 구조 작업 중 사망한 잠수사 2명이 있다. 심지어 5명은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202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십년 동안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재작년인 2022년에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되기도 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제대로 된 구조 방안 없이 또 수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4월 16일의 약속을 되새기고자 만들어졌다. 과연 노란 리본의 약속을 지켜온 사람들은 어떤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1부에서는 전국의 기억장소를 찾아가 10년 동안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2부에서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과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년이란 길고 긴 세월 동안 그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겨났을까? 국가는 어떤 자세를 갖추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그 모든 것을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에서 만날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의 유가족분들은 그날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다. 빠져나오려 해도, 도망치려 해도 도저히 거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시위하는 유가족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아직도 시위를 하냐고,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라며 비아냥 거린다. 난 오히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된 지금, 정부에서는 그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 했는지, 진상 규명은 이루어졌는지 도대체 어떤 해결 방안이 고안됐느냐고 묻고 싶다. 도대체 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잘못된 정보를 보고했는지 묻고 싶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되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배는 왜 침몰했는지 그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다. 단단히 묶여있는 매듭을 도저히 풀려 해도 매듭은 계속 더 엉망진창 묶여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이 차올랐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된 지금, 나는 몇 번이나 세월호 참사를 잊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잊어갔다. 하지만 이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잊어갈수록 유가족분들은 점점 나약해진다. 우리가 겪는 아픔들은 유가족분들이 겪는 고통에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잃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그들을 무시하는 정부 앞에서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깊은 잠은 더 이상 잘 수 없고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몸과 마음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나조차도 안간힘을 쓰지 않고 세상을 떠날 수 없기에…. 그들의 세상을 내가 짐작할 순 없지만 하루빨리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이 아픔을 잊는 순간부터 똑같은 아픔이 다시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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