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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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은 동료 여성들, 즉 세상의 딸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들을 담은 책이다. 작가님께서는 꽤 오래전부터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들을 하나둘씩 모으고 계셨다. 그 그림들을 보면서 딸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딸들‘은 어린아이라기보다 세상의 모든 여성을 지칭한다. 모든 여성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현재 사회에서 화두 되는 주제들이다. 마녀, 거울, 슬픔, 서투름, 사소함, 직선과 곡선, 앞과 뒤 등 다소 생뚱맞은 주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주제 속에 숨겨진 그 뜻을 알게 된다면 작가님께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로 윌 코튼의 <아이스크림 동굴>이다. 과연 건강함과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스크림 동굴>은 어두운 동굴 속 여인과 아이스크림이 등장한다. 까무잡잡한 여성의 엉덩이와 다리는 새하얀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어있다. 이 작품은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은 여성의 몸이 상당히 눈에 띈다. 현대 사회에서 이상적인 몸매는 군살 하나 없는 마른 몸매이다. 이런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디저트는 금물이다. 마치 사회가 만든 이상적인 몸매 틀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혐오하는 여성을 표현한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몸매를 포함해 외형적인 부분에 관심이 지나치다. 연예 기사가 온통 외모와 몸매에 관한 품평이 대다수다. 이런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더 마른 몸매를 선호하고 자신이 만든 동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학대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읽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초등학생 시절 인기 많았던 만화책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가 알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다. 그저 충격 그 자체다. 상당히 남성중심주의의 저질스러운 신화다. 끊임없이 여자에게 껄떡대는 것은 물론이고, 강간까지 저지른다. 심지어 아테네가 포세이돈의 강간 피해자인 메두사를 질투해 그녀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아무 죄 없는 여성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남성의 잘못보다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에게 주목하며 불같이 화내는 사회는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여성 혐오적인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시선은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작품을 통해 과거에서부터 현재 인간의 모습을 자세하고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현재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간과한 요소들을 예술 작품과 연관시켜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예술 작품이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장르라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현대 사회와 한데 어우러져서 쉽고 재밌게 예술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언니네미술관 #이진민 #이진민작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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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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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부제목에서부터 기자• PD•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책이라며 말하고 있듯이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김창석 작가님은 1994년 한겨레신문사에 기자로 입사해 2004년부터 언론사 입사 준비생 대상 글쓰기 강의를 담당하면서 시작한 글쓰기 강의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20년 동안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 1,000여 명의 언론인을 배출한 전문가로서 그냥 믿고 읽을만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글을 잘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1장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글쓰기는 핵심 직무 역량이다.
👉자기 브랜드를 가지는 지름길이다.
👉글을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든다.

말은 잊혀지지만, 글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입을 타고 타고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변형되어 진다. 하지만 글은 저자가 어떤 말을 하고자 했는지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다. 글은 절대 변형될 수 없는 것으로, 시대가 흐르고 흘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계속해서 글을 읽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글은 사람의 말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하며 다시 희망을 얻고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읽는 이가 지루하지 않게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
이 책은 우리들의 글쓰기에 관한 모든 고민들이 담겨 있다. 작가님께서는 여태 글쓰기 강의를 20여 년 동안 담당해오시면서 축적해 온 글쓰기의 노하우와 글쓰기의 이론과 실전이 잘 담겨 있어 글쓰기를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쓰기에는 매우 재능 없는 사람이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막막함부터 드는 글쓰기 초보이다. 학생 시절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면 불안감과 동시에 스트레스만 잔뜩 얻고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수업이 끝났다. 글쓰기는 나와 전혀 맞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글을 쓰는 게 좋은 글쓰기인지 많은 배움을 얻었다. 작가님께서는 기자, 아나운서 등 언론사 취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한정하고 있지만 나같이 단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알차고도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으면 한다. 말 그대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계속 나만의 글을 써 내려 갈 것이다.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방송 • 언론사 입사를 희망한다.
✅ 자신의 글에 객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 자신만의 글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싶다.
✅ 글을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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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어떻게쓸것인가 #김창석 #김창석작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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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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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 에세이를 유난히 더 좋아한다. 사람들이 이 음식에 어떤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지, 이 음식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사람들마다의 음식 철학을 듣는 걸 좋아한다. 설사 내가 불호하는 음식일지라도 음식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내 소울 푸드인마냥 빨리 먹고 싶어질 정도로 입안에 침이 고인다. 유난히 이 책은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작가님마다 자신만의 언어로 음식을 설명하는 모습이 우리가 음식 에세이를 계속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하나의 매력이다.

이 책은 권여선 작가님께서 2018년에 출간한 <오늘 뭐 먹지?>를 개정한 도서이다. 작가님은 어렸을 적부터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였다.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 못 먹는 음식이 더 많았던 아이. 하지만 성인이 되고 술을 즐기게 되면서 이전에는 도전하지 않았던 음식들도 술과 함께 즐기게 되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음식들은 모두 작가님의 추억과 주변 사람들이 얽혀 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음식을 사랑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추억과 그에 얽힌 사람들이 생각난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고로케가 왜 이렇게 참으로 맛나 보이는지 모르겠다. 길가에서 파는 김이 솔솔 나고 야채로 가득한 고로케가 머릿속에 저절로 그림 그려져 입맛을 돋운다. 이게 음식 에세이의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절로 입맛 없는 사람도 입맛을 되살아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이 가을에 다시 발행된 게 신의 한 수인것 같다.

사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알코올 냄새와 쓴맛을 싫어하는 어린이 입맛으로 음식을 먹을 때 소주와 맥주보다는 탄산음료가 더 생각난다. 그래서 작가님의 술을 향한 사랑이 공감이 되지는 않지만 내가 음료를 사랑하는 것처럼 작가님께서는 술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은 된다. 술을 사랑하게 되다 보니 도전해 보지 않았던 음식들도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됐다. 술을 사랑하게 되다 보니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끈끈해지는 무언가가 생겨났다. 이게 술의 장점이지 않을까.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술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에게 고역이다. 입에서 나오는 술 냄새와 취해서 몇 번이나 반복하는 말들, 내일이면 다 사라지는 기억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피하고 싶은 자리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술자리보다는 낭만을 즐기기 딱 좋은 날씨에 풍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혼자 조용히 마시는 술자리 같다. 술과 안주를 매개로 한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는 어떠할지 궁금해져 이 책을 자연스럽게 읽게 된다. 분명 작가님께서는 술과 안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주 자세히 바라보면 사실 작가님의 술안주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만큼은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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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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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위로 들어 붙이고, 치마는 짧게 줄여 입고, 긴 양말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일본말 좀 하고, 영어 좀 알아듣고, 걸음걸이 활발하게 뚜벅뚜벅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파라솔이나 향수를 잘 사고, 천박한 미국 영화나 보러 다니고 (…) 진고개에 가서 그림 그려진 편지지 나부랭이나 사고, 사흘에 한 번씩은 옷을 바꿔 입어야 깨끗한 줄 알고, 연애니 뭐니 짓고 까부는 걸 능사로 알고 (…) 천박한 아메리카니즘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자동차 타고 달리는 것 (…) 외모 잘 꾸미고 키스 잘하는 여자가 신여성이 아니라 굳은 의지력과 (…) 모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현실 생활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여성이 신여성이다.”

한 마디로 신여성이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새로운 여성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신여성’은 세속적이고 천박하고 성욕에 미쳐버린 여성을 말한다. 오로지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 <신여성>이란 잡지는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잡지지만, 여성을 주체로 남성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만을 다룬다.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발전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근대적인 여성의 삶과 자유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잡지가 아니다. 전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성들의 쾌락을 위해 여성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어리석고 탐욕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남성이 만든 잘못된 규율에 얼굴이 자연스레 찡그려질 것이다. 여성이란 이유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호떡집에 호떡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는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일부다처제를 하는 남성들에게 희생당한 여성들이, 여배우라는 직업은 ”살을 파는“ 카페 여급이나 기생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파다해 배우로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결국 사회가 정한 저급한 인식 속에 여성들은 제대로 날개도 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사랑도, 미래도 꿈꿔보지 못한 채 그저 아름다운 마네킹으로 살아간다.

조선시대의 신여성과 현대 여성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쩐지 신여성이 낯설지가 않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수많은 한계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신여성들, 자신만의 미래를 꿈꾸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신여성들이 현대 사회의 여성들과 매우 비슷하다. 현재도 여전히 성차별과 불평등한 젠더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 여성들의 권리가 남성과 동등해질 수 있도록 저항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결코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 여성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 사안이다.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만든 <신여성>이었지만 여성 혐오와 어리석은 이야기들로 여성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마음껏 숨 쉬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 여성들은 사라졌다. 오히려 다시 갑갑한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세상을 바라봤고 교육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고쳐야 할 점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여성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더 이상 순종적이지 않은 여성, 불의를 참지 않는 여성,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성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녀들을 ’못된 여자‘, ‘이기적인 여자’라고 칭할 수 있지만 당당히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그들에게 이런 칭호는 털 끝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점점 세대의 세대를 걸쳐 다양한 신여성이 등장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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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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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는 나에게 있어서 음식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재료일 뿐이다. 후추는 그저 후추, 시나몬은 그저 시나몬일 뿐이다. 딱 요리 재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
솔직히 향신료에 이렇게 무구한 역사가 담겨 있는 줄 몰랐다. 또한, 온 나라 전체가 더 많은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들에게 있어서 향신료는 막대한 부와 패권을 의미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고 이런 의미라면 나조차도 향신료를 독점하기 위해 무구한 노력과 시간 쏟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한 번 놀랐다.

사실상 향신료로 인하여 세계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향신료를 위해 이렇게 극악무도한 전쟁까지 일어났으니 말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책임자 얀 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네덜란드가 향신료를 독점하고 타국과 거래를 막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나라와의 불가피한 전쟁도 절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심지어 그는 승리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이런 모습은 네덜란드에선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과연 그는 정말 영웅이라 불릴만한 인물일까? 그는 영웅일까? 혹은 학살자일까? 그의 학살은 오로지 향신료인 육두구의 독점 거래 때문에 일어났다. 그는 고작 육두구 때문에 경쟁 상대인 영국뿐만 아니라 주민들 모두 죽였다. 일본 사무라이를 동원해 난도질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때 당시의 네덜란드에게는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자국의 향신료를 지켜냈으니, 결국 자신의 할 일을 완수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불필요한 살인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떠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전쟁이 아닌, 고작 육두구 때문에 일어난 살인이니 그는 오로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한 살인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역사에 관해서는 정말 무지한 사람이라 과연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 지루하고 졸리기만 한 역사 시간이 되는 건 아닌지, 괜히 이 책을 읽었다고 후회하는 건 아닐지 매우 주저하며 이 책을 읽었다. 결론은 생각보다 꽤 재밌게 읽었다. 각국의 치열한 경쟁과 신비한 모험, 그 속에서 나타나는 잔혹하고 절망적인 사건들은 더욱더 향신료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초반에 대한민국이 짤막하게 등장하는데, 이게 어찌나 반가운지 집중하며 읽게 된다.
역시 다른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하면 국민들이 수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결국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힘없는 국민들이 목숨 바쳐 싸워야 한다는 점이 지금 이 시대에도 딱 들어맞는 이야기라 참 씁쓸했다. 어떤 나라는 식민지가 되고 터무니없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고 외부인으로 인해 아무 죄 없는 선량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원인 모를 질병에 걸려 죽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면 죽음은 늘 뒤따라 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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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전쟁 #최광용 #최광용작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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