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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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위로 들어 붙이고, 치마는 짧게 줄여 입고, 긴 양말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일본말 좀 하고, 영어 좀 알아듣고, 걸음걸이 활발하게 뚜벅뚜벅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파라솔이나 향수를 잘 사고, 천박한 미국 영화나 보러 다니고 (…) 진고개에 가서 그림 그려진 편지지 나부랭이나 사고, 사흘에 한 번씩은 옷을 바꿔 입어야 깨끗한 줄 알고, 연애니 뭐니 짓고 까부는 걸 능사로 알고 (…) 천박한 아메리카니즘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자동차 타고 달리는 것 (…) 외모 잘 꾸미고 키스 잘하는 여자가 신여성이 아니라 굳은 의지력과 (…) 모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현실 생활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여성이 신여성이다.”

한 마디로 신여성이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새로운 여성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신여성’은 세속적이고 천박하고 성욕에 미쳐버린 여성을 말한다. 오로지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 <신여성>이란 잡지는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잡지지만, 여성을 주체로 남성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만을 다룬다.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발전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근대적인 여성의 삶과 자유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잡지가 아니다. 전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성들의 쾌락을 위해 여성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어리석고 탐욕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남성이 만든 잘못된 규율에 얼굴이 자연스레 찡그려질 것이다. 여성이란 이유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호떡집에 호떡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는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일부다처제를 하는 남성들에게 희생당한 여성들이, 여배우라는 직업은 ”살을 파는“ 카페 여급이나 기생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파다해 배우로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결국 사회가 정한 저급한 인식 속에 여성들은 제대로 날개도 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사랑도, 미래도 꿈꿔보지 못한 채 그저 아름다운 마네킹으로 살아간다.

조선시대의 신여성과 현대 여성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쩐지 신여성이 낯설지가 않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수많은 한계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신여성들, 자신만의 미래를 꿈꾸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신여성들이 현대 사회의 여성들과 매우 비슷하다. 현재도 여전히 성차별과 불평등한 젠더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 여성들의 권리가 남성과 동등해질 수 있도록 저항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결코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 여성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 사안이다.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만든 <신여성>이었지만 여성 혐오와 어리석은 이야기들로 여성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마음껏 숨 쉬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 여성들은 사라졌다. 오히려 다시 갑갑한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세상을 바라봤고 교육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고쳐야 할 점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여성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더 이상 순종적이지 않은 여성, 불의를 참지 않는 여성,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성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녀들을 ’못된 여자‘, ‘이기적인 여자’라고 칭할 수 있지만 당당히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그들에게 이런 칭호는 털 끝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점점 세대의 세대를 걸쳐 다양한 신여성이 등장하길 희망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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