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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죽은 다음>은 장례 노동 현장에 봉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치솟는 자살률과 사망률, 비혼, 비출산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장례업 노동자와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사실 이렇게 많은 장례업 노동자가 사람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하는지 몰랐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기사들을 많이 접했던 터라 편견이 생겨난 것 같다. 이번에 알게 된 그들은 마치 본인의 가족처럼 고인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평안히 떠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한다. 그들이라면 내 가족의 마지막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여태껏 사람의 탄생에만 관심 갖던 과거의 나는 이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세상에 태어나 필연적으로 죽음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은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난 특히 장례지도사 이안나 님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과거에는 장례업에 남성이 유일했다. 여성들은 ”여자가 무슨“, “세상이 바뀌니까 여자가 남자 일을 위협하네”란 소리를 듣고 다녔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장례지도사란 직업을 하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이안나 씨는 성차별과 여성 비하에도 꿋꿋이 이겨냈다. 결국 내가 포기하는 것은 여성이 포기한다는 뜻과도 같았기에 어떠한 모진 말도 감내했다. 참 누가 여성과 남성의 직업을 법으로 정해 놨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그저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일 뿐인데 왜 벌써부터 척지며 경쟁하고자 하는걸까. 이안나 씨가 과거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진다. 장례지도사는 어떠한 성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내가 얼마나 이 일에 진심인지 깨달을 수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의 장례는 고쳐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이다. 상주는 무조건 남자여야 한다. 큰딸이 있어도 아들을 세우고, 아들이 없으면 그 자리는 고인의 남동생이나 사위가 차지한다. 여자라서 내 가족의 상주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족을 보내는 주체가 내가 되고 싶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보내고 싶은 것뿐인데 난 상주가 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죽음에서까지 재산을 따진다. 한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600만 원에서 평균 1,400만 원이다. 우리는 그 큰돈을 충당할 만큼 부유하지 않다. 기본적인 장례라도 잘 치러주고 싶어 돈을 다 끌어모은다.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한 순리인데, 죽는 것도 이렇게 많은 돈이 드니 가난한 사람은 장례를 치를 권리조차 없다. 어느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당연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국가의 지원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은 정말 태어나서부터 죽고 나서까지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당한다. 이 외에도 법적 가족이 아닐 시 고인의 장례를 치러줄 수 없다는 사실과 가족임에도 시신을 위임했다는 이유로 장례 없이 고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등 문제점이 너무 많다. 굳이 가족이 아니어도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기억할 사람들이 충분히 있음에도 법적인 절차에 가로막혀 ‘무연고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장례식장이 유난히 싫었다. 결혼식은 그렇게나 밝은 얼굴로 축복을 비는데, 장례식장은 왜 이렇게 슬픈 분위기일까. 장례식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난 장례식장이 적막과 눈물만으로 가득한 곳이기보다는 축제의 장이었으면 한다. 떠난 이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아닌, 이 사람과의 추억을 다시 되돌아보는 곳이길 바란다. 그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 그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깔끔히 보내주고 싶다. 그렇다면 나도 내 마지막을 잘 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내 장례식은 그랬으면 좋겠다.
<죽은 다음>을 읽고 나니 나는 내 장례식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나에게 죽음은 너무 머나먼 존재이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이라고 진지하게 내 죽음을 상상해 보게 된다. 죽음 가까이에서 늘 애써주는 분들께 감사함이 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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