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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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수업한 아이들 중 25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책에 표현했다.
이 책을 보고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로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아이들과 언어치료사 선생님의 공동 성장 이야기이다.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수업하면 좋을지 함께 배워나간다. 말더듬증, 다운증후군, 중증 자폐성 장애, 무발화 등등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갑자기 어느 순간 눈에 띄게 일반 아이들과 같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할 만큼 완전히 완치해 있지는 않는다. 때론 목표와는 다르게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이 단어에서 문장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하는, 의사소통이 한결 수월해지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성장해나가고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괜스레 눈물이 난다. 내가 책을 쓴 저자도 아니고 비슷한 경험을 한 적도 없으며 그냥 단지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아이들이 밝은 세계 속에서만 살아가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지 않을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작가님과 그런 작가님을 점점 믿고 의지하는 관계 때문인 걸까? 점점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이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맞는 놀이와 치료 방법을 매번 고민하고 부모조차도 늘 아이들에게 이렇게 대하기 쉽지 않은 일을 매번 앞장서서 진심을 다하여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 감동이 몰려온다. 그만큼 나도 작가님에게, 아이들에게 진심이고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 이런 분들이 아직 세상에 존재한다면 조금이나마 아직 아이들이 살기 괜찮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각 에피소드 마지막 부분마다 작가님이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작가님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치료에 진심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어떤 편지에서는 내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과 비슷하여 마치 나에게 편지를 쓴 것만 같이 느껴져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다.

세상에 수많은 아이들이 존재한다. 너무나 힘든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좌절할 수도 있고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에 몸이 조그라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 현실의 차가움, 나라의 매우 부족한 지원 등등이 그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상에 이상한 아이들은 없다.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아이들이다. 나라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라봐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더는 자격조건을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많은 고민을 하는 시간을 보냈을 사람들에게 우리가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용기 내어 내민 손을 잡아줘야 한다.
그 아이들이 늘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언어가숨어있는세계 #김지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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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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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잡다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유행 지난 인형들이나 예쁘기만 한 장난감, 사용하지는 않을 거지만 소장용으로 구매한 물건 등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숨이 저절로 휘어질 수 있는 정말 쓸데없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내가 구매한 물건들을 보며 후회하기도 하고 이건 정말 사실 잘했다며 기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나에게 불필요해진 물건을 쉽게 바리는 편도 아니다. 나는 아주 오래 내 물건을 소장하는 사람이다.

누군 내 소비를 보고 너무 과소비한다, 혹은 쓸데없는 물건에 아깝게 돈을 펑펑 쓰네 하며 한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도대체 쓸데없는 물건은 무엇이며 내가 내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소비하는 것을 누가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삶을 살아가면서 내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그 물건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나의 삶에 관련된 소비만을 하는 것뿐이며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건을 내 곁에 두는 것뿐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물건을 보면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 존재한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나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선사한다. 오히려 그들이 나를 돌봐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그 물건들은 내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나의 반려 물건이며 내 곁에 오래 있어주길 바란다.

작가님은 자신의 반려 물건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독자들에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물건과 관련된 심오한, 어쩌면 난해한, 귀찮은 질문들을 우리에게 한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질문에 관해 계속 생각해 보게 된다. “왜 엄마는 딸에게 그릇을 물려주는 것일까, 왜 여자의 큰 발을 알아서 숨겨주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할까” 등등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함으로써 책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정말 엄마는 왜 아들도 아닌 딸에게 그릇을 물려주는 것일까?
#사는마음 #이다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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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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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자신이 고른 이상한 셔츠를 보여주며 예쁜지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것을 굳이 표현하지 않고 친구에게 예쁘다고 웃으며 말할 것인가? 아니면 친구더라도 진실을 말해줘야지 하며 이상하다고 말할 것인가? 거기에 더 나아가 만약 이 셔츠를 입고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하면 당신은 친구를 말릴 것인가 아니면 그래, 면접 의상이란 게 딱히 정해진 것은 없으니 입고 가라고 말할 것인가?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이외에도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 ‘고장 난 전차를 그대로 두어 다섯 명을 죽게 할 것인가, 손잡이를 당겨 고의로 (다른) 한 사람을 죽게 할 것인가’와 같은 우리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혹은 한 번쯤 상상했을법한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이 질문을 중점으로 철학에 관해 보다 쉽게 설명하려 한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과거 중학교에서 배웠던 도덕 시간이 생각났다. 공리주의, 칸트, 벤담 등등 도덕 시간에 배웠던 이야기라서 그런지 훨씬 빠르게 머릿속에 박혔다.

작가님의 거침없는 말투, 피식피식 웃게 하는 유머가 철학을 입문하는 나에게 조금 더 재밌게, 쉽게, 더 오래 기억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작가님이 TV 프로그램 프로듀서이셔서 그런지 자신의 작품인 <굿 플레이스>를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읽으면서도 작가님의 이야기가 기다려졌다. 관심 목록에만 넣어놓고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 <굿 플레이스> 또한 빨리 시청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말투와 유머, 삽화가 잘 어울려 굉장히 책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철학이라 하면 어느 수준 높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분야라는 생각(나도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이 들어서 손이 안 가는 대표적인 분야였다. 그래서 철학을 읽느니 차라리 다른 책에 더 시간을 쏟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을 입문 책으로 읽어보니 다른 철학 책들도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에 관하여 회의감이 든다면, 이 시대에서 과연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궁금증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당신이 가지고 있는 혼란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 받아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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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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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무슨 의미가 담겨있을까? 우유와 피, 열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 궁금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 책이었다.

이 단편들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이다. 이 여자들은 이상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화가 나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잘못된 세상에, 현실에 화가 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현실이 그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여자, 약자, 소수자로서 지금 경험하는 상황을 소설로 표현한다. 하지만 읽을수록 점점 마냥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우리가 세상의 편견과 제약을 받고 여자로서 그들이 정해놓은 삶을 살기를 강요받아서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은 그런 삶에 순종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파헤쳐 나간다. 정말 여자들에게 궁금해할 자유가 더 많이 허락되었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만일 그들에게 더 많은 자유가 허락되었다면 그들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여자로 취급받지 않지 않았을까?

마냥 웃으면서 볼 수 없는 책. 우리가 살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현실을 과감 없이 표현하기에 읽는 나 또한 가슴이 뜨거워진다. 어떤 에피소드는 인물과 상황이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불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느낌을 꼭 피하고 싶지만은 않았다. 이상하게 자꾸만 계속 읽히는 책이었다.

나는 <혀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과거 사람들은 왜 마녀를 혐오했을까? 부도덕해서? 정말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미친 사람이어서? 아니다, 그건 두려워서이다. 자신이 느끼는 이 두려움을 은폐하려고 그녀를 마녀로 몰아세우며 혐오하는 것이다. 우리는 두려운 대상을 혐오하니까. 과연 마녀는 실제로 존재하는 존재였을까? 그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든 가상의 인간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두려워하는 여자를 마녀로 만들며 자신은 그녀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이상한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한 것이 아니었을까?

출판사 모모에게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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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의 기록 - 철학자 김진영의 마음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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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 작가님께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쓰신 산문을 묶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지고 울적해지는 걸까? 작가님의 일기를 차곡차곡 읽으면서 일기가 점점 넘어갈수록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스스로도 매우 잘 느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 일기에는 우울이 느껴진다.

작가님은 우리가 이미 한 권의 완성된 소설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우리는 아직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까 모르는 소설의 페이지를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아직 내 책의 중반부도 걸치지 못하였다. 이미 완성된 소설이지만 하루하루가 왜 이리 떨리는지 모르겠다.
지금 나는 작가님의 인생 소설을 읽고 있다. 작가님의 소설은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왠지 모르게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너무 오래 우울과 슬픔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오셨다.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나조차도 그 감정이 물씬 느껴질 정도이다. 그는 늘 우울해 있었다. 마음껏 우울할 수 없는 것도 매우 가엾은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님은 지금까지 마음껏 우울할 수 있었기에 그 우울이 마냥 슬프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선생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원자들은 대부분 죽은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우연한 이유로 모여서 생명이 된다. 생명이란 정말 이상한 상태로 잠깐 머물다가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작가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나만의 삶이라 믿었던 건 그 어딘가로부터, 그 무언가로부터 그저 잠시 떠나있었음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죽음에 관해 늘 불안해하고 회피하지만, 사실 죽음이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죽음을 단지 부정의 단어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작가님도 이와 같이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위안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죽음이라는 것에 자신의 삶이 꺾이기보다는 열심히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마지막에 우리가 세상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달았음 때 우리는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멋지게 속는 일, 멋지게 쓰러지는 일이다. 그래서 낙법을 준비해야 한다. 낙법을 익힌 자만이 다시 일어나서 쓰러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적이 무서워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낙법이다. 맞다, 우리는 대부분 고난을 겪으면 그 고난을 충분히 느끼며 누워있기만 한다. 하지만 유리는 그 고난을 멋지게 속고 바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행동이 가능한 자만이 우리를 속이는 세상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일어나면 또 다른 실패와 고난을 맞이해도 다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낙법이 필요하다.
#조용한날들의기록 #김진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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