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진영 작가님께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쓰신 산문을 묶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지고 울적해지는 걸까? 작가님의 일기를 차곡차곡 읽으면서 일기가 점점 넘어갈수록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스스로도 매우 잘 느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 일기에는 우울이 느껴진다.작가님은 우리가 이미 한 권의 완성된 소설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우리는 아직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까 모르는 소설의 페이지를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아직 내 책의 중반부도 걸치지 못하였다. 이미 완성된 소설이지만 하루하루가 왜 이리 떨리는지 모르겠다.지금 나는 작가님의 인생 소설을 읽고 있다. 작가님의 소설은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왠지 모르게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작가님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너무 오래 우울과 슬픔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오셨다.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나조차도 그 감정이 물씬 느껴질 정도이다. 그는 늘 우울해 있었다. 마음껏 우울할 수 없는 것도 매우 가엾은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님은 지금까지 마음껏 우울할 수 있었기에 그 우울이 마냥 슬프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선생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원자들은 대부분 죽은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우연한 이유로 모여서 생명이 된다. 생명이란 정말 이상한 상태로 잠깐 머물다가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작가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나만의 삶이라 믿었던 건 그 어딘가로부터, 그 무언가로부터 그저 잠시 떠나있었음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죽음에 관해 늘 불안해하고 회피하지만, 사실 죽음이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죽음을 단지 부정의 단어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작가님도 이와 같이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위안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죽음이라는 것에 자신의 삶이 꺾이기보다는 열심히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우리는 삶을 살면서 마지막에 우리가 세상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달았음 때 우리는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멋지게 속는 일, 멋지게 쓰러지는 일이다. 그래서 낙법을 준비해야 한다. 낙법을 익힌 자만이 다시 일어나서 쓰러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적이 무서워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낙법이다. 맞다, 우리는 대부분 고난을 겪으면 그 고난을 충분히 느끼며 누워있기만 한다. 하지만 유리는 그 고난을 멋지게 속고 바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행동이 가능한 자만이 우리를 속이는 세상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일어나면 또 다른 실패와 고난을 맞이해도 다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낙법이 필요하다.#조용한날들의기록 #김진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