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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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국회의원이 부하직원에게 성추행,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적지 않게 들린다. 그럴 때면, 가해자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둥 억울하다는 입장문을 내놓고 피해자를 자처한다. 심지어 어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순진한 자신에게 접근한 ’꽃뱀‘이라 칭하며 자신의 무죄를 밝힌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정치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연예계든, 현실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며 가해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적극적으로 내비친다. 가해자들은 입을 맞춘 듯 하나같이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다.
도대체 왜 가해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내세우는 것일까? 피해자가 가져야 할 피해자성을 왜 가해자가 열렬히 분출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가해자들의 피해자성을 운운하는 플레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전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전쟁과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도, 여성혐오와 코로나로 바빴던 현재에도 진실을 분탕질하는 가해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등장한다.

정말 분통하다. 피해자가 가져야 할 피해자성을 가해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남김없이 싹싹 긁어모아 가져간다. 가해자는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피해자성까지 소유한다. 이제 피해자성은 피해자들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피해자성은 지금 우리 세대의 강력한 무기이자 상징 자본이다. 당연히 가해자만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전면에 밝힌 순간부터 또 다른 누군가(새로운 가해자)에게 2차 피해를 당한다. 인터넷이 고도로 발전한 현재, 남초 커뮤니티 일명 ‘마노스피어’는 여성을 “취약하고 무고한 피해자들“을 성적인 방법으로 조종하는 가해자로 몰아가고, 피해자들은 SNS에서 새로운 성희롱을 직면하게 된다. 눈 깜빡할 사이에 여성은 어느새 ‘가해자‘로 탈바꿈되어 있다.
피해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고통을 내보일 수 없다. 자신의 고통을 내보이는 순간 그들은 모두의 타깃이 된다.
수많은 사건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피해자보다 ‘피해자‘라 호소하는 가해자에게 더 주목하고 공감한다. 과연 무고한 피해자는 임신한 여성이 아닌 낙태된 태아일까? 어떻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인권이 버젓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여성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걸까? 아이를 열 달 동안 임신하고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과 시간, 막대한 자본들은 과연 누가 지원해 준다는 말인가? 왜 여성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기득권층 남성들에게, 정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걸까. 역전된 피해자성은 기득권층의 권력을 등에 업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가해자들은 돈을 노리고 자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피해자 때문에 권력을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배우 뺨치는 수준급 연기를 선보인다. 우리는 권력과 자본에 시선을 두고 사건을 바라보기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알아차려야 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소셜 미디어, 들끓는 여성 혐오, 인내와 협력, 배려보다는 불만과 혐오를 뿜어내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피해자를 찾을 수 있을까? 점점 본인을 피해자라 우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피해자성을 가진 피해자를 찾고 그들의 피해자성을 지켜줄 수 있을까?
이런 암울한 현실에 한숨만이 나온다. 자신을 피해자라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피해자는 점점 숨어들게 되고 가해자들만 높은 권력과 막대한 부를 차지하게 되는 현실이, 그리고 그 가해자들을 감싸는 또 다른 가해자들에게 화가 날 뿐이다. 분명 거짓으로 둘러싼 피해자는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이때 진정한 피해자들은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자신의 고통을 밝히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득권층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이 세계는 높은 권력과 막대한 부를 소유한 자들에게 유리한 곳이기에, 피해자들은 거대한 보상을 얻고자 거짓 피해자 행세를 한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과연 탐욕스러운 세계에서 진정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을까? 피해자는 갈수록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고통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점점 고립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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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 -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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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과연 무엇일까? 정원은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생산(채소, 과수, 약초 등)이나 즐거움(화초, 새, 물고기, 자연 감상 등)을 추구하는 곳, 혹은 울타리를 두른 땅에 소중하고 가장 좋은 것(채소와 과일, 꽃과 동물, 생계 수단 등)을 두어 지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에게 정원은 무엇일까? 나에게 정원은 ‘꽃과 채소, 과일을 가꾸고 키우며 거기서 통한 즐거움과 기쁨을 얻는 곳‘이라 말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곳이니 자연스럽게 애정을 담아 가꾸게 된다. 이렇게 주인의 사랑을 받아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과 성격을 알 수 있듯이, 정원은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잘 알려준다. 정원을 가꾸고 돌보면서 내 마음속에 존재하던 상처와 불안을 치유하고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잘 가꾸어지지 않은 정원은 현재 주인이 내면에서 어떠한 고장이 났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정원은 그 사람을 대표하는 존재라 표현할 수 있다.
<정원의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작가의 문학에는 정원이 등장한다. 과연 작가들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을까? 대표적으로 네 가지를 설명할 수 있겠다. 수많은 작가에게 정원은 치유의 공간이자 사랑의 공간이고 한편으로는 욕망의 공간이자 생태의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자신의 내면 상태를 주인공에게 반영해 치유와 사랑, 욕망과 생태를 정원에 심으며 정원을 가꾸고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의 책>은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진 문학 이야기이다. 정원을 사랑하는 이에겐 고전 문학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곳이다. 어느 집이든 집 앞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거대한 정원이 있고 작가마다,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성격이 담긴 정원을 만든다. 그러니 문학마다 작가가 정원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읽는 재미가 있고 문학 속 개성 넘치는 정원들을 보며 작가들의 고유한 정원을 감상하고 비교하며 지식을 쌓아나간다. 만일 나에게 정원이 있었더라면 과연 내 정원은 무슨 역할을 하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떠한지, 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며 책을 읽게 된다.
즉, ’정원‘이란 나의 내면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정원이 얼마나 잘 가꾸어졌느냐에 따라,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따라 나만의 고유한 색깔이 가득 담긴 정원이 탄생한다. 그래서 작가마다 표현하는 정원의 모습이 천차만별인 것이고 나만의 동산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나만의 정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라는 작가의 말도 있는 거겠지. 나를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일이니…
아무래도 이 책은 보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되는 정원을 소재로 한 책이다 보니 이 책을 읽는 나도 함께 힐링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은 작가들의 정원을 현실화한 듯 실제처럼 느껴져 지금 이 순간 자체로 나에게 휴식이다. 사실 난 고전문학도, 이렇게 지식이 가득 담긴 에세이도 선호하지 않지만, 이 책은 꽤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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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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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는 최제훈 작가의 미발표 단편 소설 15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난 분명 15편 이상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목차를 보니 정확하게 ‘작가의 말’을 제외한 딱 15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 놀랐다. 소설들이 생각보다 정말 매우 짧아서 더 많은 소설이 담겨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책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뤘다. 책에 집중해 한껏 진지해지려고 하면 판타지한 일들이 벌어져 나를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로 데려가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벌어지니 과연 주인공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추측하며 읽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물과 숨>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영할 줄 모르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재희가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은 공지문을 보고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지하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기운 때문인지 자신을 끌어당기는 물에 알 수 없는 정겨움을 느끼고 잠시 휴업 중인 수영장을 몰래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에 몸 담그는 것조차 싫어한 재희는 어느새 수영을 잘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수영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수영 없이는 못 사는 인간이 된다. 재희는 도대체 왜 수영에 빠지게 된 걸까?
<물과 숨>을 읽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난 자유를 느끼고 있는가?”였다. 과연 난 재희처럼 내 모든 걸 다 놓아버릴 만큼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보다 자유를 만끽한 적은 있었나? 문득 나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졌다. 물에서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끼며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에 내포되고 싶다. 아마 재희가 수영에 빠져들게 된 이유도 물 안에서만큼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더 수영을 잘하고 싶지 않았을까? 재희는 수영하는 순간만큼은 숨을 자유롭게 쉬고 뱉으며 자신이 수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물과 한 몸이 된다. 진심으로 수영을 사랑하기에 물과 한 몸이 될 수 있었다. 나도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그와 한 몸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짧은 시간에 가볍게 읽기 좋은 단편소설집이다. 소설들이 하나같이 다 재밌고 짧아서 정말 빠르게 읽게 된다. 단편소설로 읽기 좋은 길이의 소설부터 딱 3분이면 충분한 길이의 소설까지 세상 다양한 길이의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정말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책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다 잠시 쉬고 싶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순식간에 읽게 된다.
솔직히 난 단편소설집은 소설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흘러 리뷰를 쓰는 게 참 고난이다. 그래서 단편소설집은 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설명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꼈다. <아뇨, 아무것도>는 상당히 재밌는 단편소설집이었다. ‘매우 독창적인 책’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소설마다 작가님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정도로 소재가 독창적이고 매력 넘친다. 작가님의 유일무이한 독창성은 소재는 물론 표지, ’작가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작가의 말’이 책 중간에 떡하니 등장한다. 처음에는 소설 제목이 굉장히 신박해서 이건 과연 어떤 내용일까 기대하며 읽었는데, 그냥 말 그대로 ‘작가의 말‘이었다. ‘작가의 말’을 중간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책 표지도 빗방울이 묻은 것처럼 물 자국이 있어 처음 이 책을 받고 몇 번이나 열심히 닦았는지 모르겠다. 물방울인지 땀방울인지 모를 이 방울은 오늘 밤 무사히 살아 돌아가고자 “아뇨, 아무것도.”를 외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담아냈다. 작가님의 독창성이 이 책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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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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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어서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를 읽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질서정연하고 깊이 있는, 매끄럽게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난 항상 글쓰기 시간이 제일 싫었다. 아무래도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일찍이 알아서였을까. 나는 혹여나 주변 사람들이 내 형편없는 글쓰기 실력을 알게 될까 두려워 늘 대충 아무 말이나 몇 자 끄적이고 친구들과 수다나 떨었다. 그래서였는지 내 글쓰기 실력은 초등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이 두려움은 나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난 간단한 일기조차 쓰기 싫어하는 아이가 되었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딱 정리해서 보여주고 싶고 중구난방인 내 글에서 벗어나고 싶다. 분명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을 딱딱 정리해 놓아도 이걸 직접 입으로 내뱉거나 글로 옮길 때면 그 말들을 어느샌가 어딘가로 도망치고 없다. 그래서 난 글을 잘 쓰고 계속 쓰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합니다’ 식의 책이 아닌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단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봅시다’ 식의 책이다. 글쓰기 노하우를 배우고자 읽기 시작한 책에서 작가는 내게 일단 글을 쓰기를 권고한다. 작가는 계속 말한다.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게 어렵다면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어렵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글을 써보자고, 글이 짧아도 괜찮고 내용이 빈약해도 괜찮다고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한 계단 성장한 것이라고 우리를 응원한다. 그냥 본인의 이야기를 쓰라고. 물론 글을 계속 쓴다고 해서 글쓰기가 무서워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고 하나하나 고쳐나가면서 나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생겨 점점 내 색깔이 듬뿍 담긴 글이 탄생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글이 계속 탄생한다는 점이 글쓰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글이란 건 참 재밌는 존재다. 같은 주제로 세상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이 우리가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에 절대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어떤 이는 ‘글쓰기‘가 너무너무 싫어서 자신이 글쓰기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설명한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이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를 써 내려가고 어떤 이는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 ‘글쓰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듯 한 가지 주제로도 수만 가지의 글을 만들어 낸다는 게 참 신기하고도 매력적이다.

지금 난, 마치 작가님의 글방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회원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작가님에게 무한한 응원과 글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운다. 작가님은 매주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이와 관련된 글을 써보자고 편지를 쓴다.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겠다며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우리 같이 글을 쓰자고 권유한다. 물론 실패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실패해도 고작 글 한 편이라고 내 전부가 실패한 게 아니라고 북돋아 준다. 무엇이든 써보는 것이 좋다고 뭐라도 쓰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글로 완성된다고 나에게 용기를 준다. 그럼 난 용기 있게 글을 쓴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게 무섭다. 이렇게 매일 책 리뷰를 쓰고 있지만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무섭고 두렵다. 사람들이 나의 형편없는 글쓰기 실력에 실망할까 봐 무섭다. 하지만 내가 이 무서운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이렇게나마 내가 글과 가까워지고 누군가에게 지금 내 감정과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멈출 수가 없다. 이때가 아니면 초 내향인인 내가 누구와 의견을 나누며 진지하게 이야기하겠는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불필요한 농담 하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나는 포기하지 않고 글을 계속 쓴다. 난 여전히 글쓰기가 싫고 무섭다. 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계속 쓸 것이고 이 도전을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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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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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는 한겨레문학상 30주년을 기념해 역대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20인이 당선작을 모티프로 쓴 신작 앤솔로지이다. 현재 한국 문학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작가분들의 데뷔작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당선작의 못다 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선작의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다루거나 등장인물, 사건, 소재에 관하여 더 자세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여러분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몇 권 읽어보셨나요?

나는 <옥이>와 <서강대교를 걷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내가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보니 과연 <채공녀 강주룡>의 어떤 뒷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기대됐다. <옥이>는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었다. 주룡이 아닌 옥이의 시선으로 강주룡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분명 이들은 피가 섞이지 않은 관계임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족 이상의 뜨거운 사랑, 우애가 담겨 있어서 <채공녀 강주룡>에서 느꼈던 깊은 울림을 다시 느꼈다. 주룡이 세상을 떠난 뒤, 주룡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 편지는 옥이가 얼마나 주룡을 생각하고 존경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 생에는 꼭 동생으로 태어나 달라는 부탁이 그녀가 얼마나 주룡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언니를 원망했다는 옥이의 말도 그만큼 언니를 너무 사랑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 않았을까.
<서강대교를 걷다>는 대기업 입사가 결정된 후 자살하고자 서강대교에 뛰어내렸지만 구조된 ‘그녀‘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대학 동기 ’나‘가 서강대교를 함께 걸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자살 시도 후 오히려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감시하는 부모님부터 돌연 대기업 입사 취소 통보와 내 생각을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상황까지 ‘그녀’를 옥죄이는 존재들로 인해 그녀는 없었던 우울증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는 자살이 아닌 다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역발상을 하게 된다. 나는 오히려 그때 죽고 없어진 거라고.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던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인’과 몸을 바꿔 심해인으로서의 나로 다시 태어났다고. 인간으로서의 나에게서 벗어나 이제 다시 인간의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심해인이 되었다. 강 밑바닥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심해인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그녀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살아간다. 불완전한 미래에 사로잡혀 정처 없이 떠도는 청년들에게 딱 알맞은 소설이다. 인생의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바삐 살아가다 보면 갑자기 숨이 턱 막힌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때 우리는 ‘심해인’을 떠올리며 모든 걸 다 벗어던지고 이 낯선 곳에서 다시 새롭게 살아가자.

<서른 번의 힌트>는 독서와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도 한겨레 출판사와 한겨레문학상을 깊이 각인시킬 만한 좋은 작품이다.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님들이 무슨 작품을 썼고 한겨레문학상은 한국 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소설이 지금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장강명, 최진영, 강화길, 박서련 등 지금 한국 소설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작가님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고 소설 하나하나 너무 매력 있어 역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작품과 잘 맞는지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의 원작을 다 읽어보지 못했고 읽은 책보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이 더 많을뿐더러, 나도 취향이란 게 있어서 소설 전부가 다 내 스타일이지는 않았으나 소설의 매력이 이렇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작품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만나지 못했을 작가님도 있었을 것이고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작품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작가님과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특히 장강명 작가의 당선작 <표백>은 꼭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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