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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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국회의원이 부하직원에게 성추행,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적지 않게 들린다. 그럴 때면, 가해자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둥 억울하다는 입장문을 내놓고 피해자를 자처한다. 심지어 어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순진한 자신에게 접근한 ’꽃뱀‘이라 칭하며 자신의 무죄를 밝힌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정치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연예계든, 현실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며 가해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적극적으로 내비친다. 가해자들은 입을 맞춘 듯 하나같이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다.
도대체 왜 가해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내세우는 것일까? 피해자가 가져야 할 피해자성을 왜 가해자가 열렬히 분출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가해자들의 피해자성을 운운하는 플레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전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전쟁과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도, 여성혐오와 코로나로 바빴던 현재에도 진실을 분탕질하는 가해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등장한다.

정말 분통하다. 피해자가 가져야 할 피해자성을 가해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남김없이 싹싹 긁어모아 가져간다. 가해자는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피해자성까지 소유한다. 이제 피해자성은 피해자들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피해자성은 지금 우리 세대의 강력한 무기이자 상징 자본이다. 당연히 가해자만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전면에 밝힌 순간부터 또 다른 누군가(새로운 가해자)에게 2차 피해를 당한다. 인터넷이 고도로 발전한 현재, 남초 커뮤니티 일명 ‘마노스피어’는 여성을 “취약하고 무고한 피해자들“을 성적인 방법으로 조종하는 가해자로 몰아가고, 피해자들은 SNS에서 새로운 성희롱을 직면하게 된다. 눈 깜빡할 사이에 여성은 어느새 ‘가해자‘로 탈바꿈되어 있다.
피해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고통을 내보일 수 없다. 자신의 고통을 내보이는 순간 그들은 모두의 타깃이 된다.
수많은 사건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피해자보다 ‘피해자‘라 호소하는 가해자에게 더 주목하고 공감한다. 과연 무고한 피해자는 임신한 여성이 아닌 낙태된 태아일까? 어떻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인권이 버젓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여성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걸까? 아이를 열 달 동안 임신하고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과 시간, 막대한 자본들은 과연 누가 지원해 준다는 말인가? 왜 여성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기득권층 남성들에게, 정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걸까. 역전된 피해자성은 기득권층의 권력을 등에 업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가해자들은 돈을 노리고 자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피해자 때문에 권력을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배우 뺨치는 수준급 연기를 선보인다. 우리는 권력과 자본에 시선을 두고 사건을 바라보기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알아차려야 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소셜 미디어, 들끓는 여성 혐오, 인내와 협력, 배려보다는 불만과 혐오를 뿜어내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피해자를 찾을 수 있을까? 점점 본인을 피해자라 우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피해자성을 가진 피해자를 찾고 그들의 피해자성을 지켜줄 수 있을까?
이런 암울한 현실에 한숨만이 나온다. 자신을 피해자라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피해자는 점점 숨어들게 되고 가해자들만 높은 권력과 막대한 부를 차지하게 되는 현실이, 그리고 그 가해자들을 감싸는 또 다른 가해자들에게 화가 날 뿐이다. 분명 거짓으로 둘러싼 피해자는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이때 진정한 피해자들은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자신의 고통을 밝히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득권층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이 세계는 높은 권력과 막대한 부를 소유한 자들에게 유리한 곳이기에, 피해자들은 거대한 보상을 얻고자 거짓 피해자 행세를 한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과연 탐욕스러운 세계에서 진정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을까? 피해자는 갈수록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고통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점점 고립되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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