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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아뇨, 아무것도>는 최제훈 작가의 미발표 단편 소설 15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난 분명 15편 이상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목차를 보니 정확하게 ‘작가의 말’을 제외한 딱 15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 놀랐다. 소설들이 생각보다 정말 매우 짧아서 더 많은 소설이 담겨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책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뤘다. 책에 집중해 한껏 진지해지려고 하면 판타지한 일들이 벌어져 나를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로 데려가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벌어지니 과연 주인공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추측하며 읽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물과 숨>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영할 줄 모르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재희가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은 공지문을 보고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지하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기운 때문인지 자신을 끌어당기는 물에 알 수 없는 정겨움을 느끼고 잠시 휴업 중인 수영장을 몰래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에 몸 담그는 것조차 싫어한 재희는 어느새 수영을 잘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수영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수영 없이는 못 사는 인간이 된다. 재희는 도대체 왜 수영에 빠지게 된 걸까?
<물과 숨>을 읽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난 자유를 느끼고 있는가?”였다. 과연 난 재희처럼 내 모든 걸 다 놓아버릴 만큼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보다 자유를 만끽한 적은 있었나? 문득 나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졌다. 물에서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끼며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에 내포되고 싶다. 아마 재희가 수영에 빠져들게 된 이유도 물 안에서만큼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더 수영을 잘하고 싶지 않았을까? 재희는 수영하는 순간만큼은 숨을 자유롭게 쉬고 뱉으며 자신이 수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물과 한 몸이 된다. 진심으로 수영을 사랑하기에 물과 한 몸이 될 수 있었다. 나도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그와 한 몸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짧은 시간에 가볍게 읽기 좋은 단편소설집이다. 소설들이 하나같이 다 재밌고 짧아서 정말 빠르게 읽게 된다. 단편소설로 읽기 좋은 길이의 소설부터 딱 3분이면 충분한 길이의 소설까지 세상 다양한 길이의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정말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책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다 잠시 쉬고 싶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순식간에 읽게 된다.
솔직히 난 단편소설집은 소설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흘러 리뷰를 쓰는 게 참 고난이다. 그래서 단편소설집은 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설명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꼈다. <아뇨, 아무것도>는 상당히 재밌는 단편소설집이었다. ‘매우 독창적인 책’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소설마다 작가님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정도로 소재가 독창적이고 매력 넘친다. 작가님의 유일무이한 독창성은 소재는 물론 표지, ’작가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작가의 말’이 책 중간에 떡하니 등장한다. 처음에는 소설 제목이 굉장히 신박해서 이건 과연 어떤 내용일까 기대하며 읽었는데, 그냥 말 그대로 ‘작가의 말‘이었다. ‘작가의 말’을 중간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책 표지도 빗방울이 묻은 것처럼 물 자국이 있어 처음 이 책을 받고 몇 번이나 열심히 닦았는지 모르겠다. 물방울인지 땀방울인지 모를 이 방울은 오늘 밤 무사히 살아 돌아가고자 “아뇨, 아무것도.”를 외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담아냈다. 작가님의 독창성이 이 책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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