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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ㅣ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4
엄은희 지음, 채지원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요즘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고민들이 참 많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비밀의 방》 역시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진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조용히, 하지만 깊게 다가오는 책이었어요.
주인공 채은이는 SNS 속에서는 늘 밝고 완벽해 보입니다. 사진 속 일상은 반짝이고, 엄마 역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 화면을 닫는 순간, 채은이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한 번 포장된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렇게 채은이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감추게 됩니다. 친구들에게 엄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엄마인 것처럼 알게 된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죠.
그중에서도 주현이와의 관계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주현이는 자신의 일상을 숨김없이 나누는 아이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집에서 먹은 카레 이야기, 속상했던 일까지도 자연스럽게 털어놓습니다. 그래서 더 편안해 보이고, 더 단단해 보이기도 했어요. 채은이가 점점 더 자신을 꾸며내고 있다는 사실이 대비되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채은이의 ‘비밀의 방’은 단순히 공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이 숨겨둔 이야기들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감추고 싶은 진실, 들키고 싶지 않은 현실, 친구에게조차 보여주지 못한 가족 이야기…. 비밀이 쌓이면 쌓일수록 방은 더 답답해지고, 그 안에 있는 사람 역시 숨이 막히겠지요. 읽는 내내 “이제는 말해도 괜찮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빨리 비교의 세계에 들어섭니다. 좋아요의 숫자, 팔로워 수, 남들과의 차이…. 그런 것들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버리기 쉬운 시대죠. 하지만 《비밀의 방》은 조용히 묻습니다. “정말 그게 중요할까?”라고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하루를 사는 것이 더 소중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습니다. 혹시 나 역시 누군가에게 더 좋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숨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의 가족도, 너의 일상도, 너의 모습 그대로 충분히 소중하다고요.
채은이와 주현이의 우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하며 읽었지만, 결국 가장 큰 변화는 채은이 스스로에게서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비밀의 방’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세상은 생각보다 덜 차갑고, 친구는 생각보다 더 따뜻하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