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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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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

 

그날 말고 ... 내 얘기 말이에요, 내 얘기 ... 아, 내가 용산에 대해서 뭘 알아요? 그런 건 난 모르고 ... 내 얘기 ... (64)

 

그러니까 형씨도 나랑 비슷한 거 아니냐구요.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무서운 건 무서운 거 아니냐구요. ...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죠? (67)

 

왜 크레인 기사는 소설가의 휴대폰을 부순 후 자신의 거짓말을 정정했을까?

가해자가 될 뻔 했던 나정만은 용산에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용산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겹친다. 작가는 현장에 없었던 사람을 소환하여 현장에서 더 이상 발언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편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그때 내가 갑자기 엉엉 울어버린 것은 결코 남편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결혼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 어쩐지 그 풍경이 좀 서러웠고 ... 또 조금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120)

 

나는 처음부터 그런 남자가 불편했다. 그냥 불편한 것이 아닌, 마치 오래전 말다툼을 한 동창생을 여행지에서 마주친 듯한 기분, 혹은 친구 아버지가 모는 택시를 우연히 탄 듯한 당황스러움, 그런 어색함이 느껴졌다.(127)

 

김숙희가 왜 남루한 아저씨에게 마음을 주었는지, 그와의 결혼을 부모에게 밝히던 날, 섭섭해하지 않는 부모를 보고 왜 서럽고 수치스러웠는지, 성실하고 착한 남편이 주는 사랑이 왜 김숙희에게는 닿지 않았는지, 남들에게는 투명인간같은 정대리가 왜 자신에게는 불편하면서도 연민을 느끼는지, 외도을 알게 된 남편이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자 왜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는지, 이후 난봉꾼 박창수를 왜 거두어들였는지, 결국 자수를 결심하고 진술서를 쓰면서 왜 자신도 모르게 엄마 얘기부터 꺼낼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야 간단하다.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았으니까. 김숙희를 그저 판단하기 위해 소설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소설을 통해 나는 김숙희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 후기 [이기호의 말]

자신의 소설에 이기호를, 대학에서 강의하는 소설가를 자꾸만 등장시키는 이유에 대한 소설 같은 고백. 소설 뒤에 숨어서 자신이 느낀 부끄러움을 바라만 보는 자신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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