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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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젊은 작가 8명이 쓴 단편 소설들이 모여있는 소설집이다.

대개 소설집의 제목은 단편들 중에서 하나를 꼽기 마련인데

이 소설집은 제목만 뒹그러니 표지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제목이 주는 그 무엇이 있다는 말이다.

포멧이라?

다시 시작하길 원하냐고 묻는 말 같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런 마음은 누구나 들 것이다.

이 소설집에서 무엇이 우리의 자아를 돌아보게 하고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지

얘기해 준다는 말일까?


1.


김미월의 '질문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서른의 여자이다.

설문지 조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가를 꿈꾸며 살아간다.

이런 그녀에게 오빠란 인간이 와서 보증금을 빼달라고 한다.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오빠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 소설은 그냥 평범하게 읽혔다.


2.

김사과의 '더 나쁜쪽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 했다.

어쩐지. 내가 읽었던 적이 있었다.

2012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이라는 소설집에서 읽었다.


그때도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아리송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읽어도 잘 모르겠다.


동화 같은 환상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얼마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문학인들의 본명을 알려주는 기사를 봤다.

김사과의 본명은 '방실'이라고 한다.

왜 그녀는 방실방실 같은 소설은 쓰지 않고

사과 깍는 과도 같은 소설만 쓸까.


3.

김애란 '큐티클'

김애란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은 다른이들의 소설과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개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큐티클이란 소설은 평범했다.

그녀의 재치와 유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장점이었는데, 여느 평범한 소설처럼 되버리다니

그저 슬럼프라고 생각하겠다.


이 큐티클이 뭔지 몰랐다.

소설을 통해 알았다.

여자들의 손을 관리해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친구의 결혼식장에 가기 전에 큐티클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인공의 허영?

자신의 분수에 걸맞지 않게 돈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즉, 검소하고는 거리가 먼것 같다.

뭐, 여자들은 그런게 말이 되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여자들은 공주가 되기를 원하니까.


4.

손아람의 ' 문학의 새로운 세대'

의외로 재밌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신춘문예 심사를 맡게 된 앙숙들의 대결이 흥미를 자아냈다.

한편으로 별 시답지 않은 걸로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추라는 소설가와 정이라는 평론가의 싸움.

그 속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류.


이 소설은 마지막에 반전을 기하는 문장을 써 놓는다.


5.

손홍규의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상당히 의미 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집 중에서 제일 잘 쓴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인공은 사전을 씹어 먹는다.

계속 씹어 먹는다.

친구들은 시위를 한다.

왜 그는 사전을 먹을까?


p 172 

나는 ...... 그 말들이 모두 사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참기 힘들었던 거야."


어떤 말이었기에 이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주인공은 사전을 토해 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수 많은 단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면 역겹다.


나는 작가가 사전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사회에 무언가를 항의하고 있는 느낌이다.


사전은 교육적이다.

누구나 공부를 위해 가까이 한다.

그런 사전속에 우리를 위협하는 단어들이 무수히 많다.


우리의 주위에 이런 상황들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가령 예를 들면 소설에서도 아주 잠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 대사속에

광주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군인들이 우리를 지켜 줄지 알았지.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눌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마 사전이라는 것은 그런 것을 내포하고 암시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주인공의 나라에는 사전이 없다고 한다.


6.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

이 소설을 읽다가 불연듯 '눈먼자들의 도시'란 소설이 떠올랐다.


이 소설속에는 모두가 잠을 자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잠이라는 약까지 나온다.


주인공은 취직이 되지 않아 주유소에서 인사를 하는 일을 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것이다.


주인공이 티브를 볼때 소리를 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주인공에 문 앞에는 티브 소리 좀 줄여달라는 쪽지가 붙는다.


그만큼 사람들은 잠을 자지 못해 예민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 소설도 끝에 가서는 환상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7.

조해진의 '이보나의 춤을 추었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보나라는 인물이 가상 인물인지

아니면 주인공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주변의 친구들이 외국인인거 같다.

그거 말고는 소설을 읽는 내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8.

최진영의 '창'

독특하면서도 상징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의 작은 제목들이 있다.

통유리,윈도우,창문.

모두 창이다.


주인공은 왕따다.

그녀가 왕따를 당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

그저 남들이 만들어 놓은 편견일 뿐이다.


그녀의 소통 창구는 아무도 없다.

어쩌면 창이 없다는 말일수도 있다.


우리의 창은 제대로 있는지 점검해 볼 문제다.


9.

기대를 했던 작가의 작품은 실망을 안겨 주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작품에서 만족을 얻었다.


뭐, 내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이 소설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절망?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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