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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의 코미디
한스 케일손 지음, 정지인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0.
단조의 코미디.
이 소설은 한스 케일손이라는 유대인이 썼다.
그는 세계대전 당시 어느 부부의 집에서 숨어 지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부부를 위해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책 제목을 보고 '단조'라는 사람이 나올 줄 알았다.
읽는 내내 '단조'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단조는 음악에서 말하는 슬픈 단조를 말하는 것 같다.
즉, 단조의 코미디란 말 자체가 모순이다.
다시 말하면 슬픈데 웃기다는 이야기.
어이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는 그 시대를 말하는 제목이다.
1.
독일에 점령당한 네덜란드에 빔과 마리 부부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유대인 의사 니코가 들어와서 살게 된다.
이들 부부는 니코를 숨겨 주었다.
들키면 그들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니코가 폐렴으로 죽자, 그들은 니코를 공원에 벤치에 버리게 된다.
그런데 니코가 입은 속옷이 빔의 것이고
그 속옷에는 세탁소에 번호표가 있는 것이다.
빔과 마리는 들킬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빔의 누나 코바의 집에서 숨어 지낸다.
2.
사람이 사람을 숨겨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니코가 무슨 죄를 지었을까?
단지, 유대인이라는 그 이유 밖에 없다.
자신이 태어날 때 종족을 선택하는 권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설령 있다고 해도, 어는 종족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학살하는 행위는 비인간적인 것이다.
이들 부부가 행한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소설속에서 항상 불안해 한다.
도덕적 관념에서 이들 부부는 불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니코가 죽은 후에 그의 시신을 공원에 버리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어쩔수 없이 그들은 하고 만다.
이 모든 일들이 슬픈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또한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인간이 정한 기준은 언제나 모순 덩어리이며
그 기준이 제대로 지켜진 역사는 없다고 단정지어도 될 것이다.
3.
한스 케일손이라는 작가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나이가 102세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우연히 발견돼서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다.
이 소설은 쉬우면서도 가슴이 뜨금거리게했다.
사람에 공포가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모순된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