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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0.
색에 미친 청춘
이 책을 처음 접하기 전에는 단순히 색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읽는 내내 내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가 라는 착각이 들었다.
책에는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 문학, 영화 등.
색이 언급된 모든 분야의 글들이 참고적으로 수록되어 있었다.
지은이의 방대한 지식의 놀라는 한편, 정말 색에 미쳤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딱딱하지 않다.
천연으로 염색한 천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읽는 순간에 자기 계발서라는 생각이 들었고, 공방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의 철학을
들을 때면 마치 고승의 연륜을 듣는 것 같았다.
실로 다양하게 색에 접근했다.
그 방법이 사람같았다.
천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좋은 색을 내기 위해 성급히 굴거나, 화학색을 첨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망한다는 것이다.
그려니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자신이 원하는 색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가지 묘미가 있다면
천연이라 시간과 기온, 바람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려니 어떤 색이 나올지는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밌다.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답은 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인 같았다.
그들의 풍모나 말이 아닌 그들의 철학이.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어떤 선생님.
자신이 죽을 때 가지고 갈 것도 아니기에 공개한단다.
욕심이 없다.
하나같이 나를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간다.
이 직업을 통해 고아원을 차리고 싶다는 선생님.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작업을 한다는 선생님.
그들의 공통적인 철학은 자연이다.
물 흐르듯 있는 그대로.
겨울에 애를 쓴다고 싹이 트지 않는다.
때가 되면 싹은 저절로 땅을 뚫고 나온다.
마치 염색을 하는 작업도 이와 같았다.
자연에 순응하고 그것을 즐기는 자만이
천연 염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
우리나라에는 오방색(검정, 빨강, 파랑, 노랑, 하양)과 오간색이 있다.
오간색은 오방색을 서로 더해서 생기는 색이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을 근거로 생겨난 것이다. (목,화,수,금,토)
이 색들은 저 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세상을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색들의 의미만 알아도 삶이 즐거울 것이다.
잠깐 잠깐 염색을 만드는 방법도 책에는 소개되어 있다.
딱딱한 요리법처럼 쓰여진 것이 아니다.
살아 숨쉬는 활어처럼 생동감 있게 쓰여졌다.
2.
p 238 꼭 백반선매염 하셔야 합니다. 후매염 하면 안됩니다, 라고 말 안해.
천연염색에서 절대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절대 쓰면 안돼.
이 책의 주제를 찾는다면 위 말이 아닐까.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천연 염색에서 답은 있되 답이 없는 것과 같다.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철학으로 자신만의 고유 색을
찾는 과정이 인생일 것이다.
그 인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열정을 가지고 순간 순간을 즐긴다면
의외로 인생은 사탕처럼 순식간에 달콤해 질 것이다.
3.
이 책은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다방면에 걸친 방대한 지식과 깊은 철학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지은이의 글솜씨는 뛰어나다.
삶과 연관지어 풀어가는 방식이 참 맘에 든다.
이 책은 교과서 같은 색에 관한 책이 아니다.
색에 대해 말하지만 색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고
사람도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음을 말하는 따뜻한 소설 같은 책이다.
어떻게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지. 그것에 대한 기준을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가끔 나를 놀라게 하는 책들을 만난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화려하고 풋풋하고 정감가는 색을 눈으로 호강하고 싶다면
모든 것은 결국 욕심을 버리고 인내를 하며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보를 전달만 하는 글쓰기가 아닌 숨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한 글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