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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한한 지음, 김미숙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0.
1988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중국의 젊은 작가 '한한'의 소설이다.
디안의 이어 두번째로 중국 소설을 읽었다.
한마디로 재밌다.
특히 그의 대사는 흥미진진했다.
대사를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1.
1988은 주인공의 자동차 이름이다.
그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떠나는 길에 어느 숙박집에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 여인은 창녀다.
뜻하지 않게 그는 창녀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는 목적이 있고, 창녀는 목적이 불분명하다.
창녀는 임신을 했다.
창녀는 아이의 아빠를 찾기 위해, 그와 함께 차에 동승한다.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저 누구이겠지 하는 지레짐작뿐이다.
이들의 여행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재밌는 이야기를 자아낸다.
2.
창녀의 이름은 나나다.
나나는 뱃속 태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 아이만은 자신과 같은 인생을 격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생명이 크면 '한국'의 유학을 보내고 싶어 한다.
만일 나나가 한국 대학의 엉터리 교육을 알면 노발대발 할 것이다.
나나는 생명에 대해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누구의 아빠인지도 모를 그 생명에 대해
왜 이토록 애정을 쏟는 것일까.
낙태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그녀는 왜 아이를 세상 밖으로 보내려 하는 것일까.
소설속 주인공 보다 나나에 대해 더 애정이 가는 것은
그녀의 직업이 창녀라서가 아니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비록 몸은 팔지만 사랑은 아무나 하고 할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이
더 가슴 따뜻하게 들리는 건 뭘까.
나나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직업이 판매원이라고 했다.
주인공이 웃으며 물었다.
무엇을 파느냐고.
나나는 자신의 몸을 판다고 했다.
이 장면에서 뒷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나은 일종의 비극이 아닐까.
3.
이 소설은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주인공의 과거 속 사람들은 대부분 죽고 사라졌다.
주인공은 죽은 사람에 대한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장면은 없다.
하지만 나나는 주인공과 반대로 미래를 생각한다.
이 소설은 앞서 말해듯이 '대사'처리가 일품이다.
긴 대사와 짧은 대사의 조화. 촌철살인의 한 줄.
구성 또한 지루하지 않게 잘 배치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강하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소설 후반부에 들어서는 예상한대로 소설 속 인물들의
우연이 있었지만, 그것 또한 어색하지 않았다.
'한한'이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