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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소년 - 미시마 유키오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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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의 단편 선집!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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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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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다시 출간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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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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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허구는 언제나 지극히 현실적이다.


마법과 마력이 존재하는 세계관 속, 지극히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대한민국의 모습이 있다. 픽션은 그저 현실에 난입했을 뿐이며, 픽션이 존재한다 해서 세계가 아름다워지는 일은 없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그것을 악용하고, 또 누군가는 마법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허구적인 것은 언제나 현실을 벗어날 수 없으며, 인간은 현실에서 허구를 쉽게 구출해 내지 못한다. 아무리 마법이 당연시되는 세계라 해도 어떤 능력과 그 능력치를 수용하는 인간 존재의 태도는 갑작스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연작소설의 첫 번째가 왜 「허무한 매혈기」인가 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에서 허삼관이 돈이 필요할 때마다 피를 팔았던 것처럼, 주인공 허무한은 돈 때문에 마력을 운용할 수 있는 근원인 역장을 팔았다. 허삼관이 그랬던 것처럼, 허무한도 역장을 팔고서 차차 건강을 잃어간다. 마법을 쓸 줄 알고, 체내의 마력을 바탕으로 물이나 나트륨 같은 원소를 창조할 수 있고, 물건을 공중에 띄우거나 순간이동을 할 수도 있다. 픽션은 우리를 훨씬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데 정말로, 그거 말고는 변한 것이 없다.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는 오래도록 인간의 이상향이었는데, 『갈아 만든 천국』에서는 마법이 이상을 이루어 주지 못할 것임을 이야기한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어떤 능력의 여부나 세계의 규칙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말한다. 


문득, 래빗홀 소설들이 관통하는 공통적인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라 작가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에는 온갖 외계 해양생물들과 말하는 대게 따위가 등장하지만 결국 그들 또한 지구 인간들이 만든 어떤 체계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배명훈 작가의 『화성과 나』는 미지의 세계 화성에 발을 내딛는 순간을 그리지만 동시에 전혀 뛰어나지 않은, 아주 평범한 존재들로 채워진 문명에 관해 고민한다. 『화성과 나』를 리뷰할 때도 래빗홀의 소설들이 "모두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감상을 썼었다. 픽션이면서도 현실이고, 현실이면서도 픽션인 소설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을 인식하고 직시해야만 비로소 온전한 허구를 생각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래빗홀'의 토끼 굴은 과연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길이 맞을까? 어찌 되었든 탐험의 시작과 끝에는 우리가 함께 사는 '현실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그런 세계는 진득하게 우리를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해진다.


* 심너울 장편소설, 래빗홀 펴냄

『갈아 만든 천국』을 경유하여 리뷰


- 서평단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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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서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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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겉표지 탓에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섣불리 들추어보지 않고 가만히 응시하길 바랐던 걸까. 지구 반대편의 베네수엘라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도시 카라카스를. 한눈에 전부 볼 수 없는 것을 알아가는 일은 공을 들이는 것이다. 외부의 타자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 또한 그렇게, 시간을 들여 빤히 보아야 하는 책이었다. 직접 밟아본 적 없는 머나먼 땅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지금 지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생각했다. 가까운 불행을 겪어내고 삶을 찾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코팅 없는 표지의 결을 반복해 문지르면서, 어딘가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타자와의 공존은 곧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포기하지 않고서야 타인을 받아들였다고, 이해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카라카스는 너무 멀었고 나는 당장 전기가 끊기는 삶을, 언제 다시 전기가 들어올지 모른 채 마른 식료품만으로 몇 날 며칠을 버티는 삶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그 안에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때, 나는 한없이 나약해진다.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도무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너머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과 나 사이에는 분명, 꿈과 결핍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꿈과 결핍으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만든 인형의 세계로 깊이 묻힌 사람이 있었다. 인형에게 세계를 열어주기 위한 듯, 자신을 담보로 완전히 새 세상을 꾸몄다. 기하학적인 선들을 흩뿌림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그려내는 이도 있었다. 현실이 지독히도 불안정하므로, 그것을 알고 있으므로 예술가는 결핍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택한다. "연주하고 노래하고 싸워라."라고 말하는 엘 시스테마 또한, 결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인간의 본질과 닮아 있다. 부족한 것에서부터 새로움을 갈구하고, 기갈을 견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여기며 거리로 나가는 이들은 모두 닮았다. 같은 모습을 가졌고 통하는 데가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타인에게서 내 모습을 찾아내면서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베네수엘라를 배우는 일은 곧 한참 멀리 있는 또 다른 나를 찾는 일이었다. 그쪽에도 나의 모습이 있구나. 그래서 우리는 멀지만 연결된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구나. 찬찬히 응시했을 때만 알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텍스트를 급히 대하지 않아서, 나 이해해 달라고 급히 매달리지 않아서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게 아님을 알았다. 저편에도 내가 있는 걸 보았다. 고통받을 때도 살고 싶은 이유가 이런 데 있나 보다.


💌 서정 쓰고 난다 펴냄,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을 경유한 글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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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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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대에서 합정으로 향하는 대로변을 걷다가 수족관 안에 대게가 늘어져 있는 걸 봤다. “수족관 유리에 배를 바짝 붙이고 집게발로 유리를 톡톡 두드리고 있”(50~51쪽)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튼실해 보이는 대게였다. 그래서 왠지 러시아 말을 할 것만 같았는데, ‘Помогите……. (도와주시오…….)’하고 중얼거릴 것만 같았는데 역시 픽션은 픽션일 뿐이었던 건지 대게는 조용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대게가 말을 안 해.

내가 말했다.

근데 원래 대게는 사람 말 못하잖아…….

그다음 들었던 생각.


하지만 정보라의 소설에서 대게는 사람 말을 한다. 그것도 러시아어…… 아무래도 러시아 정부가 고용한 대게라니까 러시아어를 하는 거겠지.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듦으로써 당연함을 더 이상 통용되는 사실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소설가다. 이제 수족관 안 대게만 보면 아닐 비(非)자로 뻗어서 자는 술 취한 대게를 떠올리게 생겼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27쪽)라고 중얼거리며 대학 교정을 굼실굼실 활보하는 거대 외계 문어의 얘길 읽으면서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고 당분간 문어를 먹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얘길 들어 보니 외계 문어는 총장이 개인 사업자와 몰래 거래해서 들여온 거란다.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지구 생물체에 미약한 적대감을 가졌으며 지구에 대한 정보 수집차 클론을 파견시킨 것일지도 모르지만 뒤통수 한 방이면 혼절해 버리는 최약체 생물. 그리고 인간에게 납치당해 신약의 재료가 되어버린……. 정말로, “인간 때문에 위협받고 죽고 다치고 노예로 잡혔던 생물들이 모두 힘을 합쳐 인간에게 복수하기로 결의했다면 인간은 오래전에 멸종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마땅할지도 모른다.”(208쪽) 우스운 건 내가 생선회 내지 각종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비인간 생물종을 위해 인류가 멸종해야 한다 해도 남편만은 살아남기를 원한”(208쪽)다고 말하는 주인공처럼, 나 또한 별 수 없는 인간이다. 이따금 다른 종의 생물을 요리해 먹는 걸 즐기는…… 마치 교정에 나타난 외계 문어를 싱싱한 채로 끓여 먹던 것처럼……. 


아무런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숙회가 되어버린 외계 문어나 부당 계약에 당해버린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게, 인간의 신약 개발 목적으로 납치된 각종 해양 생물들…… 그들에게 인간은 포식자일 뿐이겠지. 하지만 “착하거나 나쁜 동물 같은 건 없”(172쪽)다. “우리는 그냥 동물”(172쪽)이다. 인간이나 비인간 생물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중이니까. 그리고 어떤 인간은 비인간 타자와 공존하려 한다. 먹이사슬에 따른 식습관과 무관하게, 인간의 사적인 이익 때문에 어떤 비인간 생물의 터전이 침해되는 것은 부조리함을 알기 때문이다. 비인간 생물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Beautiful Whale』에서 브라이언 오스틴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두뇌에서 500만 년 이상 진화한 문화와 의사소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들을 영원히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기울어가는 새벽 달 옆에 떠서 기다리는 우주선을 향해 날아올랐”(252쪽)던 검은 고래를 생각한다.


▷ 래빗홀클럽 독서 기록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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