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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평점 :
얼마전 사계절의 음식 맛과 자연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로맨스 소설 <초초난난>을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오가와 이토 작가의 신간소설 <패밀리 트리> 출간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다. 반지수 작가의 푸릇푸릇 싱그러운 일러스트가 여름의 공기를 잘 머금은 듯해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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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류세이와 먼 친척인 또래의 소녀 릴리를 둘러싼,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의 이야기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농촌 '호타카'에서 나고 자란 시골 소년 류세이가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남자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예리하고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이면서 인물들의 서사가 잘 표현되어 가볍게 술술 잘 읽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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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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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은 류세이는 여름이면 외가로 찾아오는 귀엽고 자유분방한 소녀 릴리를 좋아했고, 누나인 쓰타코와 함께 삼인방은 자연속에서 맑고 밝게 자랐다. 우연히 유기견인 '바다'를 발견하고 기쿠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고이지 여관에서 키우며 진한 우정을 쌓아 나갔는데,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하면서 처음으로 큰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가장 가슴 아픈 날 가장 숭고한 사랑이 시작되었고, 이별과 절망을 겪으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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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그림자가 코앞까지 성큼 다가와 있었다. 창문으로 불어드는 바람에는 뭔가의 끝을 예감케하는 나른한 에센스가 섞여 있었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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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내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실은 문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예상도 하지 못했던 총천연색의 생기 넘치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기분이었다.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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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별에 태어나 서로 사랑하는 남녀는 모두 아담과 이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의 세계로부터 연면히 이어지는 후손이요,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자손들의 시조이기도 하다. / "어째 트리처럼 생겼는걸."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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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이 비밀스런 어른들의 설렘가득한 로맨스였다면, 이 책의 주인공 류세이와 릴리의 로맨스는 풋풋하면서도 직설적이었다. 저자가 그려내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 또한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곧 하늘에 떠있는 별만큼이나 우리 인생은 다채롭고 각자의 색깔이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바라보니 편안하게 읽혔고, 기쿠 할머니의 사랑과 보살핌, 죽음은 외할머니와의 이별을 떠올리기도 해서 멍먹하기도 했다. 흙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족으로 표현한 애틋한 힐링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비틀즈 음악을 오랜만에 찾아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자주 언급이 되어 반가웠고, 역시 문장들이 멋졌다. <달팽이 식당>으로 누적 1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힐링 소설의 대가인 '오가와 이토'의 신작. 첫사랑의 아련함이 담긴 여름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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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