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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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와 신뢰 


‘정보’는 스스로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그냥 (아니, 대개는 어떤 의도를 가진 누군가들에 의해) 주어질 뿐이다. 필터버블은 대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들고 진실은 왜곡된다. 불신이 팽배해진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 프로필을 찾아보게 된다. 배우들의 키와 몸무게를 보면서 저게 과연 진짜일까? 몇 센치 늘린 건 아닌지, 몇 킬로그램 줄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 의심을 많은 이들이 그러려니 한다. 그러니까 하다못해 연예인 프로필의 키 약 2-3센티미터 만큼의 불신 정도는 밑장을 깔고 간단 소리다. 누구에게 크게 이익이 되지도 손해가 되지도 않는 이런 정보조차 불신하는 가운데 상품상세정보를, 신문기사를, 티비뉴스를, 수많은 ‘정보’를 믿을 수 있을까? 


* 민주주의 위기?


규율체제는 억압, 불통 등으로 피지배를 가시화 한다. 정보체제는 자유, 소통으로 피지배를 개인화한다. 여기서 문제는 스스로 대단히 자유롭다고 느끼며,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들이 지배 ‘당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실의 위기, 가짜뉴스, 밈,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민주주의가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낙원, 아무도 본 적 없는 유니콘 같은 허구 아닌가 싶다. 정보체제의 소통하고 있다는, 자유롭다는 착각 이전에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너무 오래 갖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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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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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책모임에서 함께 읽고 어제 모임을 가졌다. 별점은 (10개 만점 기준,9명) 주로 7~8점이었는데 4점도 한 분 있었다. 나는 8점. 확실히 #아픔이길이되려면 이 훨씬 좋았다. 뭐랄까... 첫 책이라는 애정이랄까? 


하지만 이 책도 충분히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자 문제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임에도 근거에 기반해, 따뜻함까지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것이. 회원들 다수가 작가의 선함을 글에서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좀 별로였다고 한 분들도 있었다.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좀 더 확실한 어조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우리 학교로 책 내용을 가져와봤다. 장애에 편견을 갖지 않고 생활하는 우리 아이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우리 학교에 상장도, 학급임원선출도 없는 이유가 아이들에게 차별체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는 배경도 공유했다. 그럼에도 교장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이 차별을 느끼는 건 없는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해당 국기를 걸어두는 건 어떤지(결국 우리학교는 없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여러 질문과 제안을 하셨다. 


특히 우리 학교 화장실 푯말도 바꾸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인상적이었다.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성교육도 언급되었다. 책을 읽고 그것이 좋은 방향을 제시하며 해볼만한 일이다 싶을 때는 신속하게 현실화하려는 교장선생님의 방식이  참 좋다. 물론 독단적이지 않다. (선생님은 그렇게 변화하신 것 같다.) 화장실 푯말에 대해서는 일부 학부모의 반발을 예상해 화제 자체를 공유하는 과정이 매끄럽길 바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학교의 현실, 변화. 다양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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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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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음식을 먹는 게, 혹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화면)을 보는 게 불편할 때가 있다. 아무 자극이나 이유가 없다. 문득이다. 나는 그걸 ‘비위가 상한다’라고 표현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주인공이 느끼는 ‘구토’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먹음으로써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혐오...까지 생각했다면 좋겠지만 일시적인 무의식을 의식하기에는 그야말로 찰나다. 


어떤 문장은 (때론 문단도) 통째로 읽지 못했을 것이다. 눈으로만 훑어내린 그 문장과 나 사이에는 아마도, 내일 잡채를 만들어야 하는데 당면을 어디서 사야하나...와 같은 생각이 비집었을 테니까. (방금 해먹었음) 


그런데도 이 책이 좋았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는 어쩔 수 없다. 좋았던 부분이라면... 어느 순간 로캉탱의 의식흐름과 나의 그것이 주파수가 맞을 때다. 몰입해서 마치 나의 의식 같았던 부분들. (아주 아주 짧거나 일부이지만) 


그리고 책을 덮으며 감탄해마지 않았던 작가 사르트르의 엄청난 설계. (그렇다고 과연 그의 다른 책에 선뜻 도전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밌고 공감됐던 일종의 안도와 쾌감까지를 선물받았다. 


오늘 모임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르트르와 보브아르의 자유연애 말이다. 이제 ‘결혼(식)’에 대한 짧은 글을 써야 하는데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분명 그 글에서 나는 그들의 자유연애를 언급하게 될 거다. <구토>를 읽어서 좋다. 이제 그럼 <제2의 성>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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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저명한 물리학자라는데... 어째서 “대화”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을까. (궁금한 분들은 도오전!) 게다가 200페이지 분량의 글에는 여기저기 밑줄을 그었는데 과연 내가 작가의 글을 뇌까지 잘 연결했는지는 모르겠다. 


비슷한 논조의, 이보다 조금 더 쉬운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자꾸자꾸 샘솟았다. 그렇다면 더 많은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내 예상이긴 하지만... 동조자들이 꽤 많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유보와 관찰>을 언급한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으며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 것이 그 예다. 또한 <자기수용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고가 자신의 활동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책을 읽고 많이 공감했으니까 위의 두 가지는 실천해보기 위해 새겨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는다. (완독에 몇 달이 걸렸더라;; 어흑 재독은 장담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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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돌봄 - 가족, 돌봄, 국가의 기원에 관한 일곱 가지 대화 이매진의 시선 13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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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빠가됐다 라는 책을 여러 번 추천 받았다. (아직 읽지 못했다.)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들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게 된 에세이라고 했다. 새파란 돌봄은 그의 경험에서 시작된 인연들과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돌봄’이라고 하지만 실상 간병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그 중 영 케어러에 집중하고 있다. 


매우 젊다는 뜻의 ‘새파랗다’와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새로운 파란’의 이중적 의미를 담은 제목이라고 한다.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아픈 가족을 돌보는 상황은 사회구조의 각종 모순을 집합하는 듯하다. 국가적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모색이 어려워보인다. 작가도 여러 사례를 통해 여러 번 지적하면서 그런 해결을 제시한다. 


이 책이 유효한 지점이 바로 거기 있다. 전작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토로 혹은 전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엔 자신과 같은 영 케어러들과 함께 물결(운동)을 일으키며 사회적 차원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개인이 맞는 어려움이나 불행은 오롯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도 말하지만 우리 모두는 주체자든 수혜자든 ‘돌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돌봄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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