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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이웃
박애진 지음 / 들녘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는 다수의 매체를 통해 너무 많이 화자되어 이젠 약간 과부화 상태에 이른 것 같다.
나 또한 트와일라잇이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은 영화는 물론,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3부작 드라마로 나온 '드라큘라'도 보았던터라, 이 책의 주인공들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듣고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연작소설이다. 1부는 영원히 늙지 않는 여자, 2부는 늑대인간, 3부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묶여있는 것 같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그걸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주인공들은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평범한 젊은 여자, 남자, 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신체적인 비밀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굉장히 특별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1부에 나오는 여자는 20대의 신체상태로 약 1000년간을 살 수 있다. 전혀 늙지 않는 얼굴로 인해 10년 주기로 신분을 세탁해야 하고, 또 직장도 새로 구해야 한다. 신분을 세탁하는 과정에는 꽤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늘 빈곤에 허덕이고, 신분을 바꾸면 동시에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기에 항상 취업난에 시달린다.
2부에 나오는 남자는 늑대인간이다. 10대까지는 키도 작고 연약했으나, 20대에 들어서면서 갑작스러운 폭풍성장으로 키와 몸무게가 확 늘었다. 덕분에 조그맣던 10대 시절에는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당하고 학교폭력에 시달린 전과도 있다. 갑작스런 몸의 변화 때문에 겪는 여러가지 일들로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매번 트러블이 생긴다.
3부에 나오는 여자는 뱀파이어다. 예쁘장한 외모로 늘 주위에 사람이 넘쳐났다. 그러나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와 남자문제로 인해 틀어지게 되고, 자신의 외모와 사람을 홀리는 능력을 이용해서 그 친구를 왕따시키기까지 한다. 결국에는 업보처럼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큰 상처를 받고 친구와도 멀어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웃'들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주며 이들도 평범한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단하고 멋져보이는 사람들도 각자 마음속에 상처 하나쯤은 갖고있고, 오히려 특별한 모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삶은 공평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1부, 2부, 3부가 전부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나는 3부가 제일 재미있었다. 3부에는 짝사랑, 왕따, 학교폭력과 같은 청소년 소설에 나올법한 내용들이 나와서 그런지 쉽게 읽히고 재밌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온다고 해서 장르소설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한 소설인 것 같아서 주변에 있는 10대들에게 추천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소설! 특히나 친구관계에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