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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는다
캉탱 쥐티옹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그래픽 노블을 읽어보았다. 제목은 『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는다』이다.
평소에 그림책은 즐겨 읽지만, 웹툰이나 그래픽노블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 처음 읽을 땐 다소 생소했다. 하지만 내용도 재밌고 그림도 예뻐서 단숨에 집중해서 끝까지 쭉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단 하루 동안 어떤 한 평범한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1997년 8월 31일. 이날은 다이애나비가 사망한 날이다. 하루종일 라디오와 뉴스에선 그녀의 죽음이 떠들석하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족에겐 그저 그 사건은 배경음악처럼 치부될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삶의 궤도를 변경할 만큼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붙잡는 엄마를 뒤로하고 아빠는 떠나고, 딸은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한 이에게서 매몰차게 버림을 받는다, 아들은 첫사랑에게 거절을 당하며 비로소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다.
다이애나비의 죽음, 여름의 끝자락, 떠나가는 사랑... 전혀 연관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세가지가 묘하게 결합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해나간다. 그리고 어른, 청소년, 아이가 겪는 각각의 사랑들이 때론 애처롭게, 때론 절절하게 그려진다. <청소년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용 성장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 읽어보니 어른용 그래픽 노블처럼 느껴졌다. 청소년들이 과연 이 세밀한 감정을 다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또 직접 읽어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요즘같은 여름의 끝에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