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언어들 - 나의 인생, 나의 하나님
김기석 지음 / 복있는사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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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기석 목사님이 이번달에 은퇴를 하셨다.
장로교에서 나서 자라고 안수까지 받은 나지만 감리교 목사인 그의 은퇴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는 목사이기 이전에 문학평론가였고 사상가였다.
코로나 시대 이후 나는 그의 강론을 귀에 끼고 살았다.
시대를 통찰하고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그의 메시지는 내겐 그 어떤 힘보다 강하게 나를 밀어부쳤고, 또한 나를 위로했다.
아내도 나의 이런 마음을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하여 주문한 김기석 목사님의 마지막 메시지 ‘고백의 언어들’을 받는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책표지의 사진이 단순한 기도하기 위해 맞잡은 두 손이 아니었다.
이 조각은 얼마전 여행한 파리 로댕미술관에 있는 로댕의 작품이었고 오른손과 오른손이다.
나의 오른손과 또 다른 타인의 오른손이다.
게다가 작품 이름이 ‘대성당’이다.
왜 이 작품의 이름이 대성당일까?
로댕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다가서는 손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임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소금이 맛을 잃어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히는 개독의 시대에 로댕의 ‘대성당’은 이 시대를 향한 강한 메시지다.
나도 알고 있다.
로댕은 타락한 사람이고 나쁜 남자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더 ‘고백의 언어들’이 필요하다.
나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개독이라고 모욕하시는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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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의 역사 - 천년의 제국, 동서양이 충돌하는 문명의 용광로에 세운 그리스도교 세계의 정점 더숲히스토리 2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최하늘 옮김 / 더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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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두 번의 튀르키예 여행을 다녀온 이유는 비잔틴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스탄불에서는 비잔틴을 볼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야소피아와 아야이레네, 큐축 아야소피아와 예레바탄사라이, 코라교회, 발렌스수도교, 콘스탄티노플 성벽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비잔틴의 찬란한 문화를 지우고 오스만의 문화를 강제로 입히기 위해 많은 현 에르도안 튀르키예 정부는 모스크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고 현 튀르키예 정부의 '비잔티움'에 관한 무관심에 분노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8년 여름, 처음으로 여행했던 튀르키예는 안타깝게도 올 2월에 일어난 대지진의 장소였어요. 그곳에서도 비잔틴의 흔적이 많았습니다. 가지안테프성과 디야르바키르성벽, 샨르우르파의 유적들도 모두 비잔틴의 흔적이어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제대로 알고 싶었지만 인터넷을 뒤적이며 찾아낸 정보는 한계가 있더라구요. 이 책을 통해 그 성벽들이 페르시아 제국들과의 끊임 없는 국경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성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9장까지 비잔티움의 역사를 아주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책의 서문인 디오니시스 스타타코플로스의 '들어가며'에 이미 이 책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요약해놓았습니다. 서문을 읽으며 이 책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서양의 역사책이라 딱딱하고 읽기 힘들다란 생각보다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구나 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비잔티움의 역사는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 1세의 콘스탄티노폴리스 건설과 기독교 개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스의 식민지 도시로 BC 700년 경부터 번성을 했던 비잔티온은 콘스탄티노폴리스가 되면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영광을 가진 도시가 됩니다.

하지만 제국의 역사와 규모에 비해 약점이 많았던 왕권과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제국의 번영을 위해선 지중해와 이집트를 차지해야했고 마침내 이 곳들의 주인이 되었을 때 비잔티움은 과거 로마제국의 위엄을 되찾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동로마제국의 최전성기로 기록된 '유스티나아누스 1세' 때의 역사 기록과 그와 정반대로 기록된 비사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의 모자이크가 이스탄불에 있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과는 달리 지중해 시칠리아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 벽에 그려져있었습니다. 자신과 왕비 테오도라의 모자이크 뒤에 후광을 넣어 예수님과 동일시 했던 것을 이 책을 읽고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만큼이나 전무후무한 건축물 아야소피아의 건축과 재건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왔고 이리니 성당 내부의 이야기도 여행을 했던 곳이라 그런지 흥미로왔습니다.

영광이 있으면 시련도 있는 법. 비잔티움이 가진 지리적 위치는 강점도 있겠지만 누구나가 탐내는 땅이었기에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교도의 오랜 침략을 견뎌야 했고 이는 오늘날 유럽에서 기독교문화를 수호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훈족과 몽골, 돌궐의 침략에도 견뎌야했고 이는 제국을 더 단단하게도 했고 크나큰 시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처구니 없는 십자군 전쟁과 라틴제국의 건설은 말도 안되는 날벼락이었습니다. 비잔티움은 마케도니아왕조로 제국의 영광이 다시 부활하여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지만 결국 멸망의 길로 가게 되었지요.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는 결국 함락되었고 천년의 제국도 그 끝을 보게 됩니다. '이스탄불 1453파노라마' 역사관에서 본 360도 그림이 기억났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완벽한 성벽이 무너지는 모습은 비잔티움이 무너지는 것을 축소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는 승리의 역사로 기록되지만 천년의 역사를 가진 비잔티움의 입장에선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기술하지 않고 이 책에선 여전히 남아있는 비잔티움의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이것이 이책의 매력입니다.

이 책은 잡다한 수식이 없는 비잔티움이기도 했고, 콘스탄티노폴리스이고도 한 이스탄불의 역사에 관한 책입니다. 2000년 이상 세계 최고의 도시였고, 오늘날의 유럽과 세계가 있게 한 비잔티움(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이라는 도시와 제국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진작 나왔더라면 2018년 3박 4일과 2022년 5박 6일의 나의 이스탄불 여행은 또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로마를 알고 싶다면 로마가 아닌 이스탄불로 여행을 와야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이 책에 있습니다. 역사에 관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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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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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갑고 깊은 어두운 바닷속으로 배가 가라앉고 있을 때 선장도 탈출하고 경찰도 수수방관하고 있을 때 손내밀고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아이를 살린 선생님이 있었다. 모두가 절망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희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다.


2.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소년원이 범죄를 저지른 나이 어린 사람들이 가는 교도소인줄 알았지 또다른 모습의 학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소년원을 갈까 하는 궁금증은 책을 몇 장 읽기도 전에 사라지고 한 선생님의 국어수업 이야기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선생님과 함께 독서수업을 초대받아 그 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봄이라는 계절이 다 지나가기도 전에 나는 그 특별한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애뜻하고 가슴이 아려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회색 인간'을 읽고 싶다. 나도 김동식 작가를, 탁경은 작가를, 박찬일 쉐프를 만나고 싶다. 같은 책을 읽고 그들만이 아는 아주 작고 친밀한 대화를 하는 그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싶다. 학교에 오래도록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내가 꿈꾸던 수업이 바로 이 특별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부러웠다.


3. 나는 환대를 안다. 19시간 버스를 타고 사막과 고원 협곡을 넘어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정도로 지쳤을 때 나를 위해 따뜻한 수프와 빵을 준비해놓고 촛불을 켜놓은 그때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책 속의 아이들은 태어나 한 번도 받지 못한 환대를 책을 들고온 선생님께 받았다. 이 찰나의 기억이 학교를 나와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에게조차도 섬광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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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히말라야 14좌 1 - 평범한 사람들이 걷기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트레킹 평범한 사람들의 히말라야 14좌 1
최찬익.최지나 지음 / 그러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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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비슷한 직업군 중에서 나는 여행을 많이 한 편이다.
20여년 동안 휴가 때마다 쉼 없이 여행을 한 나는 여행 혹은 탐험이란 이름으로 출판된 수많은 책들을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하지만 솔직히 함량 미달의 책이나 감성팔이 혹은 약팔이 책들도 너무도 많아 광고를 많이 하거나 스테디셀러 책들에 대해선 적당한 선에서 거른다.

누구는 단 한번의 여행으로 책을 쓰고,
또 누구는 단 며칠의 여행으로 책을 쓴다.
또 누구는 실제로 다녀오지도 않은 곳을 다닌 것처럼 쓴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히말라야에 미친 한 남자와 그의 여자가 20여년 동안이나 수도 없이 다닌 히말라야에 대한 경험을 진솔하게 쓴 책이다.
돈을 벌거나, 세계 최초, 최다, 최소 이런 타이틀에 욕심을 낸다든지 어떤 목적이 있거나 해서 쓴 책이 아니다.
다만 히말라야를 너무 사랑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어서 쓴 책이다.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호텔과 맛집, 포토 스팟, 클리어해야할 미션 등을 말하지만 그게 여행인가?
핫하다는 아이슬란드, 마다카스카르, 남미, 우유니 등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게 여행인가?
결국 나를 찾아 떠나는 게 여행이고 모든 것이 부족한 곳 히말라야에서 나를 찾을 수 있기에 여행의 시작이자 종착역으로 히말라야만한 곳은 없다.

이 책은 그레이트 히말라야 중 네팔과 인도의 칸첸중가 베이스캠프를 다녀온 경험을 부부가 각각 다른 시각으로 써놓은 글이다.
곧 이어 나올 두 번째 책은 파키스탄 카라코람과 카슈미르 등 히말라야 밖 그레이트 히말라야에 관한 이야기로 출판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론리플래닛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다. 그것도 한국어로 쓰여진 책.
저평가우량주 정도의 책이 아니니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품절되기 전에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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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미술 교실 - 그림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차승민.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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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하는 선생님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의 소질이나 재능을 계발하는 것도 아니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는 가르침도 아닌 것 같다. 미술시간이 되면 교사와 학생 모두 두 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어떤 주제나 재료를 가지고 그저 흉내내기하기에 바쁘다. 

미술학원은 어떨까. 대부분의 학원들이 입시나 대회 위주로 스킬을 연마하는 곳이지 미술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다. 정말 미술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면 나는 내 아이를 그곳에 보내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미술교육을 해야할까. 이 1장은 독자로 하여금 약간의 질문을 품게 하고 손재주가 없는 아이들도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펼 수 있는 마당을 펼쳐주자는 내용의 말들을 지리하게 풀어쓰고 있다. 2장부터는 미술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을 미술의 세계로 어떻게 인도할까 하는 다양한 수업 아이디어에 대한 예제들이 쭈욱 나열해놓았다.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수업 아이디어들이다. 특별하거나 새롭거나 기발한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가르치는 자의 마음가짐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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