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역사 - 천년의 제국, 동서양이 충돌하는 문명의 용광로에 세운 그리스도교 세계의 정점 더숲히스토리 2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최하늘 옮김 / 더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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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두 번의 튀르키예 여행을 다녀온 이유는 비잔틴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스탄불에서는 비잔틴을 볼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야소피아와 아야이레네, 큐축 아야소피아와 예레바탄사라이, 코라교회, 발렌스수도교, 콘스탄티노플 성벽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비잔틴의 찬란한 문화를 지우고 오스만의 문화를 강제로 입히기 위해 많은 현 에르도안 튀르키예 정부는 모스크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고 현 튀르키예 정부의 '비잔티움'에 관한 무관심에 분노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8년 여름, 처음으로 여행했던 튀르키예는 안타깝게도 올 2월에 일어난 대지진의 장소였어요. 그곳에서도 비잔틴의 흔적이 많았습니다. 가지안테프성과 디야르바키르성벽, 샨르우르파의 유적들도 모두 비잔틴의 흔적이어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제대로 알고 싶었지만 인터넷을 뒤적이며 찾아낸 정보는 한계가 있더라구요. 이 책을 통해 그 성벽들이 페르시아 제국들과의 끊임 없는 국경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성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9장까지 비잔티움의 역사를 아주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책의 서문인 디오니시스 스타타코플로스의 '들어가며'에 이미 이 책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요약해놓았습니다. 서문을 읽으며 이 책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서양의 역사책이라 딱딱하고 읽기 힘들다란 생각보다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구나 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비잔티움의 역사는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 1세의 콘스탄티노폴리스 건설과 기독교 개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스의 식민지 도시로 BC 700년 경부터 번성을 했던 비잔티온은 콘스탄티노폴리스가 되면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영광을 가진 도시가 됩니다.

하지만 제국의 역사와 규모에 비해 약점이 많았던 왕권과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제국의 번영을 위해선 지중해와 이집트를 차지해야했고 마침내 이 곳들의 주인이 되었을 때 비잔티움은 과거 로마제국의 위엄을 되찾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동로마제국의 최전성기로 기록된 '유스티나아누스 1세' 때의 역사 기록과 그와 정반대로 기록된 비사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의 모자이크가 이스탄불에 있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과는 달리 지중해 시칠리아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 벽에 그려져있었습니다. 자신과 왕비 테오도라의 모자이크 뒤에 후광을 넣어 예수님과 동일시 했던 것을 이 책을 읽고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만큼이나 전무후무한 건축물 아야소피아의 건축과 재건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왔고 이리니 성당 내부의 이야기도 여행을 했던 곳이라 그런지 흥미로왔습니다.

영광이 있으면 시련도 있는 법. 비잔티움이 가진 지리적 위치는 강점도 있겠지만 누구나가 탐내는 땅이었기에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교도의 오랜 침략을 견뎌야 했고 이는 오늘날 유럽에서 기독교문화를 수호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훈족과 몽골, 돌궐의 침략에도 견뎌야했고 이는 제국을 더 단단하게도 했고 크나큰 시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처구니 없는 십자군 전쟁과 라틴제국의 건설은 말도 안되는 날벼락이었습니다. 비잔티움은 마케도니아왕조로 제국의 영광이 다시 부활하여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지만 결국 멸망의 길로 가게 되었지요.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는 결국 함락되었고 천년의 제국도 그 끝을 보게 됩니다. '이스탄불 1453파노라마' 역사관에서 본 360도 그림이 기억났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완벽한 성벽이 무너지는 모습은 비잔티움이 무너지는 것을 축소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는 승리의 역사로 기록되지만 천년의 역사를 가진 비잔티움의 입장에선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기술하지 않고 이 책에선 여전히 남아있는 비잔티움의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이것이 이책의 매력입니다.

이 책은 잡다한 수식이 없는 비잔티움이기도 했고, 콘스탄티노폴리스이고도 한 이스탄불의 역사에 관한 책입니다. 2000년 이상 세계 최고의 도시였고, 오늘날의 유럽과 세계가 있게 한 비잔티움(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이라는 도시와 제국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진작 나왔더라면 2018년 3박 4일과 2022년 5박 6일의 나의 이스탄불 여행은 또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로마를 알고 싶다면 로마가 아닌 이스탄불로 여행을 와야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이 책에 있습니다. 역사에 관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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