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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 그래피티 - 양장, 음식과 사람,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이균의 미국 횡단기
에드워드 리 지음, 박아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요리계의 아카데미라는 제임스 비어드 수상작.


<한줄평>
깊이 음미하면서 먹는 요리처럼 한장 한장 오랫동안 간직하면서 읽고 싶은 에세이이자 요리책.
글을 정말 맛깔나게 잘 쓰는 요리사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첫인상.에세이인데 매우 묵직하고 두껍다.현대적인 감각까지 더해진 편집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사실 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느낀것은 이게 에세이라고....?!싶었달까..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런 생각은 그저 바보같은 생각이었을뿐.읽으면서 서서히 빠져들고 말았다.



나는 에드워드 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흑백요리사를 알고있고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보았고,현재 각종 광고에 출연하고 계신 분이란것은 알지만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햄버거 요리할 때 깻잎 넣는 것을 보고는 내 취향 저격이었다는 것 이 정도다.그리고 얼마전 우연히 한국음식에 관한 방송을 보고는 정말 한국음식을 사랑하는 분이라는 것.
그래서 책도 요리에 관한 이야기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요리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그리고 한 개인의 경험담이나 사적인 영역까지 나오는 에세이이자 요리레시피 첨부까지 있는 종합선물세트같단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인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시적으로 함축적인 표현이고 브루클린에서 자랐던 시절에 보았던 그래피티와 남부요리의 상징인 버터밀크를 결합한 말이란다.재미교포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닉하고 스스로 미국인이자 한국인이라고 하면서 어떤쪽도 아닌 딱 그 중간인 자신을 함축하고 있는 제목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책 제목만큼 내용도 흥미로웠다.


도넛순례에 나온 베녜라는 요리는 무엇인지 궁금하고 우리나라 찹쌀꽈배기 정도나 호떡 같은 디저트인데 책 읽다가 궁금해서 이미지를 검색해보기도 했다.한국에서 판매하는 곳이 몇곳 있었다.슈가파우더가 가득 뿌러진 네모난 도넛이었다.어떤맛인지 알 것 같기도하고 여행할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거나 집에서 만들어봐야겠다!
이 책은 일부러 요리사진이나 그림을 넣지 않고 레시피만 소개하고 있는데 식당에서 판매하는 게 아니고 요리를 완성한 모습과 이미지가 이질적이면 실망했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일부러 넣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선 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그림이나 사진이미지가 어느정도 요리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거나 이런 요리라고 보여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그럼 요리 이미지를 검색해보지도 않을 것 같기도..
이런 생각도 잠시,에드워드 리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곳곳에 실려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요리는 늘 함께 한다는 사실이 각인되었다.
또한 요리속에 숨겨진 자신만의 경험담이 음식과 함께 어울어져서 에세이가 참 맛깔나게 읽혔다.

레시피는 각 챕터마다 실려있는데 따라하고 싶은 요리중 하나는 망고튀김.이렇게 레시피들도 실려있지만 그 전에 그 레시피가 나온 계기나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웠다.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나오기는 했지만 글에서 풍겨지는 그 음식의 생김새나 맛,모양,향까지 느껴질 정도로 글을 잘 쓰셔서 좀 놀라웠다.
읽으면서 아니 뭔 요리사가 글을 이렇게 잘써..?!대박인데???요리 때려치고 작가만 하셔도 될듯한 필력에 감탄했다.
아..이분 영문과 나오신분이었지..싶은 문장이 느껴지는 부분들도 군데군데 있었다.그만큼 문장이 굉장히 유려하고 담백하면서 매력적이다.찰지다 찰져!!
영미시나 소설에서나 볼법한 문장들이 이어지는데 책을 덮기 싫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에덴동산 같은 풍요의 숲이 빈곤의 늪을 에워싼 모순적인 광경이 사방을 수놓고 있다."
이런 문장들이 챕터마다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책이기도 하지만 에세이고 영미소설 같기도 하고...아무튼 모든 걸 다 하는 그런책이라고 볼 수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 핫도그는 글만 보아도 어떤 핫도그인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음식이라서 익숙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경험담이 자세하게 쓰어진 것을 보고는 재미도 있었지만 사실 토종 한국인 유명 요리사가 책을 낸다면 이런 이야기는 안할 것 같단 생각도 들고 그랬다.왜냐면,솔직하고 담백하고 거침없기도 하면서도 순수하고 재미있는 글들이 이어지기 때문인데 한국인이라면,만약에 유명 한국인 요리사라면 굳이 안할것 같은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뭐랄까..농담하기 좋아하는 이미지보다 각잡고 자기체면이 중요한 한국인이 쓴 글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이야기들도 나오기 때문이다.그만큼 정말 미국 영화에서 볼법한 이아기들이 즐비하니까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밖에 미국에서 스시가 미국인에게 다가가는 첫 이미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캘리포니안 롤이라 불리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은 일본의 것을 변형한 형태라는 이야기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음식이 흘러들어온 배경이나 문화적인 요소들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몽고메리의 가녀장에 등장하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이주로 인한 한국음식점에 대한 배경이야기나 남부식 소울푸드가 한식과 닮았다는 점등은 흥미롭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면서 작가 자신과 미국의 풍토가 얼마나 닮아있고 그 속에 녹아든 삶의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된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절대 가볍지 않고 문화적인 것들,역사와 배경까지 알고보면 소개된 그 요리들의 정체성도 미국음식이라고 하기엔 이민자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부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미국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색다르고 흥미로운 소설이나 여행, 에세이,요리책을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기꺼이 에드워드 리의 버터밀크 그래피티를 추천한다!!!
*이 책은 도서출판 위즈덤하우스의 무상제공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