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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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뭐 별다를 게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그냥 읽다보면 내용 이해야 될것이고, 거기다 각 페이지마다 문장 수도 얼마 되지 않고 페이지 수도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으니 더더욱..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듯 내용은 상당한 지적 밑받침을 전제로 해야되고 책을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책들을 수십권은 읽고 나야지만 비로소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 목차를 먼저 한번 쭉 훓고 읽는데 그 목차만 보고는 배울게 많은 내용들로 가득해서 참 의욕적으로 시작하였다. 근데 내용의 30%는 이해했을까? 일단 몇 번 더 읽어봐야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목에서와 같이 왜 개인이 이렇게 군중들 속에서 자기의식이 없이 그냥 맹목적으로 집단화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여러 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가장 큰 단위인 국가는 발전을 하면 할 수록 개개인의 도덕적인, 정신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공공복지나 생활수준의 향상만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삶은 국가의 발전방향에 종속되어버리고 각 개인인 자기 발전의 방향을 자신의 삶의 결정권을 가지고 자아실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게 되고 단순히 의식주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개인의 철저한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기 지식을 통해, 즉 자신의 영혼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극복될 수 있으며, 한 개인의 그러한 내면화된 힘은 무의식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선뜻 처음 읽기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수도 있으나, 책 자체가 상당히 논리적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그 글에 집중하다 조금만 딴 생각을 해도 요점 파악하기가 힘든 구석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색다른 묘미를 가져다 준 책이고 사고의 외연을 확장해준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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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 미래 인류를 위한 담론, 도덕경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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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아마 가장 어렵고 실천하기 힘든 책이 아닐까?
무위란 진정한 의미에서 유위이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절대 말장난이 아니며, 어떻게 보면 수긍이가기도 하지만 뜬구름같기도 한말. 아마 이 책에서 말하는 전반적인 내용이 아닐까?
 
난 무위에 대해 쉬운말로 고쳐보면 '어른스러움' 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일단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어떤걸까? 시기심 질투심많고 참을성없고 떼쓰고.. 머 그런 종류일 것이다. 그럼 이런것들이 생겨나는 근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욕망이다. 이 욕망을 절제할 수 있고 최소화할 수 있고 시기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어른스러움 아닐까? 이 책 도덕경은 나에게 이런 어른스러움을 체득할 수 있는 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일단 나같은 보통 사람들이 읽기 정말 편해서 물흐르 듯이 읽혀진다. 한마디로 쉽게 쓰여졌다. 이 어려운 책을 이렇게 쉽게 풀어낼수있다는 건 저자의 도덕경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통찰력이 있지 않으면 쓰여질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내공이 이 책에서 느껴진다. 또한 그는 논어, 사기 등 동양고전을 비롯해 스피노자, 에크하르트 등 서양철학자와의 비교를 통해 노자와 도덕경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읽기 전엔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가 뒷내용이 더 궁금해서 계속 읽혀진다고나 할까? 이는 마치 몇 시간짜리 특강을 듣는듯하다. 나는 맨 앞자리에서 저자의 열강을 듣고 있는 청중이고..

사실 챕터하나하나 중간부터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거같다. 저자가 각 챕터마다 이전 챕터를 한번 언급하곤해서 중심이 흩틀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챕터하나하나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있어서 처음부터 읽어야 이 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화광동진(和光同塵) 너무 번쩍거리지마라. 그건 유위이다. 오히려 티끌과 되라. 만물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것과 하나될 수 있는 도만이 진정한 도이며 그때의 텅 비어있는 도만이 세상 만물을 다 포용할 수 있다. 즉 인간만사에서 동기진(同其塵) 해야 함을 노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이 행할수있는 최고의 소통이 바로 동기진이라 설명한다.

 

위정자들이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될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서 국수한그릇 오뎅하나 먹으며 서민인척하지말고, 서민이 돌려가면서 먹어 고춧가루가 묻어있어 더럽혀진 냉수 한 그릇을 같이 나눠 먹으며 소통 해야한다. 그리고 당선되어 그들을 위한 진정한 행복을 위해 힘써야하는것이다. (나는 이책을 이렇게밖에는 이해하지못했음을 이해해주시라..)

 

도덕경을 다 읽고나면 오히려 먹물이 빠져야하고, 근엄해지지 않아야 하고 논리적이지 않고 직관적이어야하며, 똑똑해지지않고 어눌해져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 그 액면의 의미도 제대로 해석되지않고 있지만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이제 조금이나마 알것같다. 의미하는정도는..


그렇다면 내가 비울수있는 그릇의 크기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음.. 이런 생각자체가 그릇에 대한 욕심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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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공부법 - 상식에 도전하라
김의중 지음 / 글기획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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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공부가 좀 어중간했다.

일단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지금도 학창시절에 늘 아쉬운것이 놀려면 실컷 놀아보지.. 이정도밖에 되지 않을꺼면서.. 하는 것이다. 야자 빼먹고 집에가서 주말의 명화나 일요영화를 너무 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야자를 빼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는 야자시간에 아주 푹 잤다.

그렇다고 공부를 아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늘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상위 8% 안에는 들었으니깐.. 그래서 부모님의 기대치는 한껏 높여놔서 옆으로 새는 걸 극도로 경계하게끔 만들어드렸다. 그리고 나는 순진한 효자였기때문에 부모님의 기대를 꺽는 것은 죄라고 생각해서 공부를 참 열심히 했다. 그냥 열심히 했다. 그냥 열심히..

이제 막 읽었던 이러한 공부에 관한 책들이 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것저것 저자들의 노하우대로 따라해보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가지 않았을까?

사실 이 책에 있는 내용도 내가 따라하고 싶은 방법들도 있고 의구심이 드는 방법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개인차이기 때문에 접해보고 실습해보면서 그러한 의구심들이 떨쳐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다독하라'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독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아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사실 그동안 어떤 책이든 정독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정독하지 않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 훓어보고 금새 잊어버리는 걸 뭐하러 읽냐는 듯...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다독하면서 한 책을 스피디하게 10번 반복해서 읽으면 책의 내용을 완전히 꿰뚫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해보고 싶으면서 가장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학생들이 알고싶어하는 공부 노하우를 과목별로 설명하고 있으며 공부하면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법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그가 추천하는 방법대로 해보면 저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효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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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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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아내는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한다. 나 역시 아이때문에.. 그리고 힘들어하는 아내 옆에서 힘들게 일하고 온 나는 토닥여주고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미약하게나마 해준다. 지금 아내는 졸려서 울며 치대는 아이를 엎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나에게는 너무 귀한 시간이다. 행복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상념에 젖어들수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수도 있고..

 

지금 그렇게 행복하다면 그럼 그 전까지의 시간은 무엇인가? 나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냥 힘들기만 한 시간이었던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빠진 이 책의 주인공은 과연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살아갈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그러한 명분이 나에게 어떠한 희망으로 작용하는 지에 대해 담담하게, 논리적으로, 그리고 설득력있게 써내려가고 있다.

 

사실 아픔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며, 그 또한 이러한 글을 씀으로써 그 자신도 치유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인해 대중화된 사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각 개인의 개성이 표준화된 개성아닌 개성에 함몰되어가서 자신의 유일성을 상실하게 되는 직접접근형의 사회로 가게 되어 실체가 없는 정보화된 군중으로써의 개인으로 살다보니 그에 대한 공허함이 살아갈 이유를 만들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그가 사랑하는 소세키와 베버를 통해 설명하며 또한 그 외 문학작품들을 통해 폭넓은 깊이있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말 중에 가장 인상깊은 구절은 '행복을 위한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좋은 과거를 축적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이다. 나 역시 늘 항상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것같다. 미래의 좋은 집을 위해, 좋은 차를 위해.. 등등.. 아직 실체도 없고 그것들을 갖추었을 때 더욱 행복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그러한 것들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왔던 것 같다.

 

이제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이책에서 말하는 살아야하는 이유.. 행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글을 쓰고 나서는 지금도 옆방에서 곤히 자고 있을 아내와 딸의 볼에 입맞춤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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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파코 로카 지음, 김현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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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주인공인 에밀리오의 머리에서 옛 추억의 사진들이 하나씩 하나씩 날아가고 있다. 차창밖을 보면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기억은 추억의 사진들과 함께 날아가고 있으므로..

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옆에 타고 있는 로사리아부인과 이스탄불을 가고 있는 걸까?

이 만화를 보면서 추억을 잃어가는 늙은 중년의 삶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니 슬프다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다. 슬픈 그들이 모여있는 요양원이 그들을 더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니.. 어쩔수없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외부의 자극을 받더라고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망각해 가기 때문에..

 

주인공의 물건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한다. 정신이 나간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주인공의 룸메이트인 미겔을 보고 주인공은 그가 도벽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소지품들을 박스에 담아뒀었고 박스에 담아두었다는 것조차 깜빡깜빡 잊어버렸던 주인공은 미겔을 의심했던 것이다. 그는 왜 소지품들을 박스에 담아뒀을까? 아마 자신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오래된 소지품들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됐고 그것이 박스에 담아두게 된 게기가 되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이 악화되었던 주인공을 룸메이트인 미겔은 자신이 이런 수모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수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를 더욱 정성껏 돌보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늙은 이의 감정선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보는 내내 집중하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만화여서 3인칭 관찰자로 볼수밖에 없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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