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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은 그 어떤 노무현의 전기보다도 더욱 감성적이다. 이런 감성적인 책의 제목을 쓴 사람이 내가 듣고 있는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의 이작가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얼마나 인간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지를 알수가 있었다.
이 책 역시 노무현 전기다. 하지만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에 대해 읽어 보았던 과거의 책들과 달리 굵직굵직한 일들에 대해서 좀 더 심층적이며 깊이있게 서술되어 있었다. 가령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힘들었던 과정들에 대한 설명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썼던 편지, 부림사건 후 받은 충격으로 운명처럼 인권변호사로 바뀌는 과정, 5공청문회와 삼당합당 당시의 정치적 활동 등을 깊이있는 자료들과 함께 각종 인터뷰 속의 답변들을 읽어보면 그 당시의 상황들이나 노대통령의 심증이 여실이 들어나고 있었다.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동형 작가는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방송을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진 않을 것같은 성격으로 추정되지만 그는 누구못지 않게 노무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방송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작가는 아래와 비슷한 구절이나 내용을 자주 언급하는데 아마 이러한 연유때문에 그가 노대통령을 더욱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은 해방 전에는 일본인들이, 해방 후에는 일제에 부역한 지주,자본가,일경 출신 경찰과 군인들이 정권을 잡고 기득권을 누렸다. 그들은 50년 동안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올린 그들의 철옹성이 워낙 단단해서, 국외에서는 위대한 지도자로 인정받는 김대중이 한국에선 북한에 퍼주기나 하는 빨갱이, 특정 지역을 조롱할 때 쓰이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잃어버린 10년'을 견디기 힘들었던 그들은 김대중에 이어 정권을 잡은 노무현을 애초에 인정하지 않았다. 집권 기간 내내, 아니 청와대를 떠나고 나서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 노력했고 결국 성공했다. (p.270)
이 구절을 보면 그가 노무현의 죽음을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득권 세력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가 있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노무현의 전기라기보다는 평전에 가깝다고 해야 할 정도로 작가의 주관이 뚜렷한 책이며, 이 때문에 노무현 전대통령의 주위를 둘러싼 과거에 대해서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이는 참 아이러니한데 그가 앞에서도 언급했듯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일반 메이저 언론들에 의해 가려저 있던 모르던 진실을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노무현을, 인간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한 그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힘없는 국민이 그를 향한 마음의 표현 방식을 이 책을 통해서 했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