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사 년 동안 이토록 거센 분노와 증오와 살의가 내게 숨어 있었다는 건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정신에 병이 든 것은 나였는지도 모른다.
 
 
형사라는 건 평생 산을 오르기만 하는 일이야. 한참 올라가 한 숨 쉬고 다시 또 허덕허덕 올라가지. 평생을 올라가도 정상에 다다를 수가 없어. 그냥 길이 있고 계속 가는 것뿐이야. 그런 다음에 남는 건 나이와 너덜너덜한 몸뚱이뿐인가...
 
 
그건 내 자식의 목숨을 위해 앞뒤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한 아버지가 일으킨 엄청난 사건, 어리석은, 너무도 어리석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녀가 하는 일은 단 한 가지,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뿐이었다. 귀걸이도 값비싼 요리도 단지 내버리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이 여자의 유일한 향락인 것이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에 쓸데도 없는 돈과 죽음 전까지의 시간만 남은 노부인 같았다.
 
 
밤거리에는 겨울비가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멈 곳에서 차량불빛들이 빗물에 소리와 색을 빼앗긴 채 스쳐갔다. 거리는 저녁빛이 찍어낸 음화 속에서 절멸해버린 것 같았다.

 
세 사람 중 누군가의 괴로움이 부쩍 무거워지면 삼각관계는 위험한 각도를 그리며 무너지고, 세 사람 다 무시무시한 파멸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그 균형을 깰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신이 아니라 두 여자 중 하나다.
 
 
암흑 속으로 떨어지기 직전, 박수 소리 같은 것이 들렸지만 그게 쓰러진 나에게 보낸 갈채인지, 아니면 끝내 나를 스러뜨린 또 한명의 나에게 보낸 갈채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책은 아홉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추리소설로 짧게 쓰져있어서 지루한감은 없어서 조금 길게 쓰여도 좋았을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은 무서워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책은 그런것보다는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했었다.
이책을 읽는내내 자꾸 든 생각은 추리소설이지만 막장드라마 같다라는 생각이었다.
또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모두다 마음에 비밀스러움을 품고 있었다.
어떤 인물은 복수를,  또 어떤인물은 진실을 감추고싶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이다.
또 모두가 욕망을 채우기 위해...
과연 인간은 욕망을 채우기위해 어디까지 할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식 명칭은  국한성 심근경화증, 심장에 종양 비슷한 것이 생기는 병인데, 그 종양이 마치 보석처럼 아름다워 일반적으로 '보석병'이라고 불린다.
종양은 사후 꺼내져 말 그대로 보석으로 다뤄진다.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그 보석은 진주나 호박과 마찬가지로 생물에서 유래한 보석으로 분류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들 한다.

친구는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 깨닫고 보면 그런 사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슬픔이라면 슬퍼할 시간에 노력한다.
지금까지 인생보다 앞으로의 인생이 훨씬 길다? 그렇지 않다. 그 말은, 운 좋은 인생을 운 좋다고 깨닫지 못하고 살아갈 만큼 운이 따르는 사람이 하는 허황한 말. 내일이나 내일모레나 일 년 후가 당연히 온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바보란 걸 감추지 않고 노력하는 네 모습이 괜찮아 보였어. 대부분 자기가 바보인 줄 알면 열심히 공부했다는 소리 안 하잖아. 근데 넌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 그렇게 솔직히 말하더라. 그렇다고 자기 비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열심히 했다고 하면서 고압적이거나 자기 비하 안 하는 사람, 아주 귀하거든.

상대방, 그것도 솔직한 말로 아무래도 좋은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거, 그건 다정함도 뭣도 아니다. 자기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데 대한 변명을 만들기 위한 단순한 도피지.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짓이고,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는 짓이기도 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과 싸워 이긴다는 뜻이잖아? 나는 그런 사람을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진주 양식의 제일 첫 단계로 조개 안에 이물질을 넣어.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조개는 너무너무 괴로워해. 조개는 이물질을 뱉어내지 못하거든. 그래서 고통을 완화하려고 이물질에 몇 겹이나 막을 씌워.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진주. 진주는 고통을 반짝임으로 바꿔낸 보석이야.

요즘 들어 깨들은 건데......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손에 넣을 때가 있거든. 그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한테 신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아.

✍️이책은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녀와 꿈과 목표 없이 방황하는 소년, 두 사람의 엇갈린 로맨스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소녀가 불치병으로 죽으면 마지막에는 가슴에 박힌 보석이 나온다는 내용이 신박한 부분이었다.
이책의 읽는 내내 마음이 찡하더니 마지막부분에서는 눈물과 같이 읽었다.
오랜만에 찡한 소설이었다.
요즘 건강에 신호탄을 받은 입장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내마음같아 더욱 그랬다.
그래도 끝에는 모두들 행복해져서 다행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가 온다고 꼭 울지는 않았다
하구비 지음 / 일단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나무

척박한 환경에서
푸르르 빛나는
이름 모를 여린 나무여

남인 줄 떠나보낸
계절 속속 홀로
뿌리내린 생명이여

차디찬 겨울이 널
시기한다 한들
비록 외로움 사무친다 한들

부디 끝자락에서 간절히
버티고 버티어
햇살 속 너의 숨결
푹, 담아 보내다오
 
 
 
📘나는

속이 바다와 같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푸른 들판처럼 편안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산들바람처럼 웃게 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구름과 같이 함께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에게 좋을 수 있는 사람이길
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곁에 있어 줄
계절과 같은 사람이고 싶다
 
 
 
📘어른

늘어나는 숫자에
성숙해지는 건
아니다

아플 땐 아프고
슬플 땐 슬프고
외로울 때 외로운

다만
치열하게 버티며
살아갈 분 

 
 
✍️시집을 오랜만에 읽었다.
나는 시집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함축적으로 쓰여있어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할수 있어 좋았다.
이 시집도 그랬다.
작가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도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지난 어떤날은 비를 맞고 싶어 옷입은 채로 우산도 없이 바깥에 나가 주룩주룩 오는 비를 맞았다.
이 시집은 많은 이들에게 식물, 생물, 무생물 등에게 위로를 건내는 것 같았다.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셔 크로싱 - 소녀들의 수상한 기숙학교
앤디 위어 지음, 사라 앤더슨 그림, 황석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버랜드ㆍ원더랜드 ㆍ오즈를 넘나드는 혼돈의 멀티버스 판타지
 
 
자신의 기지를 이용해 목숨이 걸린 여러 모험에서 헤쳐나온 소녀들답게 영리하고 용감하지만 현실 세계는 이들을 높이 평가하기는커녕 정신병자 취급한다.
한 세계에선 영웅 취급을 받고 다른 세계에선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면 그 괴리감 때문에라도 멀쩡하게 사는 게 어렵지 않을까.
 
 
이런 설정 덕이겠지만 작가는 주인공들의 말투를 생각보다 뽀족하게 써놓았다.
앨리스는 모든 사람에게 시종일관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그런 앨리스와 티격태격하는 웬디는 이제 당돌한 것을 넘어 무모한 성격이 되있고,  도로시는 이런저런 연구 시설에서 받은 충격으로 세상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다.
우리가 동화처럼 읽던 이야기 속 주인공들, 하염없이 맑고 선하고 순진하던 주인공들은 이 작품 속에 없다.
이들은 짜증을 내고, 분노하고, 욕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친다.
여느 십대 소녀들처럼.
작가는 주인공들의 말두에 십대들의 수동 공격적인 성향을 입히고 그것에서 오는 소소한 웃음을 위트 있게 대사에 버무려 놓았다.
30대 남자가(아저씨가?) 시침 뚝 떼고 투닥대는 십대 소녀들의 대화를 이렇게 실감나게, 재밌게 써놓았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히어로들의 크로스오버는 이제 영화계에서 흔한 현상이라 그리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 슈퍼맨이 더 세네, 배트맨이 더 세네 하던 것들의 대부분은 이미 시각적으로 실현됐고 지금도 꾸준히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히어로들의 크로스오버라고 하면 소위 '슈퍼히어로'들의 크로스오버만을 뜻하는 게 되어버린 것만 같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알아온 이야기 속 히어로들의 크로스오버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래서라도 이런 작품은 귀하고 독특하다.
그 즐겁던 이야기들,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만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니 이야기의 세계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란 말이 새삼 와닿는다.
 
 
어린 시절 동화부터 알아온 너무나도 익숙하고 친근한 우리의 히어로들, 부디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들이 함께 펼치는 새로운 모험을 한껏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이번에는 티 없이 맑은 동심이 아니라 약간은, 아주 약간은 세상의 때가 탄 동심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 -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존 포슬리노 지음, 강나은 옮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신선한 미니 만화 시리즈로 동시대 만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작가가 포착한 《월든》의 정수가 담겨 있다.
또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작가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겪은 무수한 무언의 순간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책 작가는 그 말없는 사색의 순간들을, 햇살 좋은 문간이나 숲속에 앉아 시간의 흐름을 만끽하는 소로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만을 남긴다면, 단순한 방식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서 살아간다면, 열정에 따라 삶의 방향을 정한다면, 우리는 보통의 경우에는 기대하지 못하는 성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게절들에 나는 밤사이 자란는 옥수수처럼 쑥쑥 성장했다. 이런 시간들 속에서 애써 무언가를 하여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 내 시간의 일부를 떼어 쓴 것이 아니라, 그것을 훌쩍 넘어서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이었다. ㅡ《헨리는 피치버그깝비 걸어가요》 저자 D.B.존슨
 
 
문명 한가운데에서 원시적이고 선구적임 삶을 살아감으로써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과 그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사상을 품거나 학파를 세우는 일이 아니다. 이는 지혜를 너무나 사랑하여 그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특별한 재능이 끝없이 속삭이는 진실한 제안에 귀 기울인다면, 우리는 극단이나 무모함에 이르는 것이 안니라... 더 큰 결의와 성실함으로 자신만의 길을 얻게 될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영혼을 구하고 싶어 한다. 외적인 규칙 준수와 몇 번의 기도를 함으로써, 올곧지만 쓸모없는 길을 이따금 걸음으로써, 그들은 진실이 거짓보다 얼마나 더 강한지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탐색하고 배우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이 신비롭고 불가사의 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놀랍도록 쉽게,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한 길을 택하고 계속해서 그 길만을 닦는다.

나는 실험을 통해 적어도 이것을 알게 되었다. 꿈을 향해서 자신 있게 나아가서, 자신이 그리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보통의 경우에는 기대하지 못하는 성공을 얻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