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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헌법 ㅣ 교양 100그램 6
차병직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처음만나는헌법 #차병직 #창비
멀지 않은 미래.
핵전쟁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던 한 무리의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과 함께 무인도에 표류된다. 어른과 규제가 없는 자유의 세계. 표류된 소년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없는 자유를 어떻게 할까. 윌리엄 골딩은 문명이 사라진 곳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그 본성을 억제하던 ‘법’이라는 장치의 중요성을 <파리대왕>을 통해 날카롭게 통찰한다.
지난 4월 4일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예고없이 국민에게 닥친 일련의 사건들은 모르고도 살았을 헌법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준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해 주었다.
부끄럽지만,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와 독립된 기관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헌법에 대해 더 알고 싶었던 찰나, 창비에서 교양 100그램 시리즈로 출간된 차병직 변호사의 <처음 만나는 헌법> 서평단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100그램 정도의 무게를 지니도록 간편하게 만든 것이므로 쉽고 빠르게 헌법의 기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p.105)”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는 책이다.
한 순간도 쉬지않고 숨을 쉬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듯이, 일상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법이 있음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낸다.
“국가라는 안정된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헌법(p.87)”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헌법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행복이 구체화 된다는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헌법의 수범자와 수호자’ (p.68~)라는 개념이었다.
헌법은 국민이 주권자로서 국가권력에 권한을 위임한 결과물로 국회나 정부, 법원 같은 기관이 헌법을 준수해야 할 수범자들이며 대통령, 국회의원, 판사나 검사는 개인이 국가기관이기도 하므로 그들도 헌법을 지켜야 할 수범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국민 개개인은 헌법의 수호자로 국가기관이 헌법을 잘 지키나 감시하고 헌법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권자의 의무라는 점이었다. 수호자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헌법을 준수해야 할 주체인 수범자라는 말은 다소 생소했다. 국민 개개인의 몫이 민주주의에서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헌법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그 자체인 것이다.
“헌법의 위기는 헌법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운용하는 권력에 의해 발생한다”(p.76)는 구절은 오늘날 우리가 왜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유가 되었다.
헌법에도 맞춤법과 표현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p.68)는 부분에서는 많이 웃었고,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가 세계에서 흔하지 않다는 것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가 법 조항에 있다는 등의 대한민국 헌법만의 특징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무인도에 표류된 소년들은 결국 야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문명의 세계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이 장치가 ‘헌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처음 만나는 헌법>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지, 우리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