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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갓난아기 -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의 눈으로 쓴 행복한 육아서
마쓰다 미치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엄마학교의 저자인 서형숙 선생님이 추천사를 쓰셨다 하여 우리 아이 개월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을 뒤도 안 돌아보고 구입했다.
그렇다.
단진 인칭만 바꿨을 뿐인데...
인칭의 변화가 가져다 준 신선한 경험이었다.
어른에게는 대식가와 소식가가 있고 아기에게는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하나요? 참내, 아기도 인간이라고요.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만 안 된 아기라고 해서 제대로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건 어른들의 못된 버릇입니다. 내가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 76쪽
여기 나오는 '갓난아기'는 할 말 다하는 참 똑똑하면서도 귀여운 아기다.
(가끔 너무 할 말을 다 하는 것 같아서 어이없기도 하다.)
어떤 아이나 손아래 형제에게 질투심을 품는 건 아니다.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아이가 질투심이라는 감정을 품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의 두 세칸 건너 집에도 네 살의 누나와 두 살의 남동생이 있지만 그 누나는 질투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동생이니 아기를 아주 좋아한다. 이 누나는 인형놀이를 좋아해서 항상 인형을 안고 다닌다. 손아래 남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자기 이외의 것을 사랑하는 습관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에미 누나는 동생이 생길 때까지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떠받들다시피 귀여워한 데다, 특히 할머니가 지나치게 예버한 탓에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주위의 애정 과잉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 느끼는 기쁨을 에미 누나에게서 앗아간 것이다. – 45쪽
육아서에 어떻게 적혀 있건 각자의 형편에 맞지 않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된다. 각자의 사정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아기를 키우고, 그렇게 해서 건강하게 자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육아법이다. – 64쪽
나는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더 손이 많이 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아이인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나의 능력을 확인한다. 식탁게 차려진 소스 병을 넘어뜨리는 것도, 커피 잔을 던져서 깨뜨리는 것도 모두 다 내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만큼 힘이 넘친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야말로 흐뭇하다. – 94쪽
왜 그는 우량아고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인간의 가치를 몸무게만으로 비교하고 판단하다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 97쪽
육아 책을 몇 권씩 사다 놓고 서로 비교해 가며 읽는 엄마들도 많은데, 이는 분명 과잉형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되도록 철저히 제거해 주고, 그 다음에는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아기를 잘 키우는 요령입니다.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그 아이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부모 또한 이 환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전체 환경이 넉넉하게 아이를 품어 않고 그 속에 부모와 아이의 통로가 열려 있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 156쪽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아기가 되어 보는 경험은,
내 아이는 이미 갓난아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입장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 주었음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엄마가 꼭 알아두어야 할 아기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도 이 똘똘한 갓난아기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포인트이다.
우리네 엄마가 옆집 엄마의 입방아게 얼마나 놀아나고(?) 있는지 여지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
이 책이 일본에서 60년 전에 출간 되었다고 하는데 시대적 트랜드에 약간 비켜난 몇 몇의 내용을 제외하고서는 내용이 매끄럽게 잘 이어진다.
임산부가 꼭 읽어 봐야할 목록 리스트에 꼭 추가시켜 놓고 싶은 책이다.
아기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는 갓난아기> 출간, 아니 출산기 → http://blog.naver.com/ddstone1994/50091409024
엄마학교 - 나는 갓난아기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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