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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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항상 먼저 권하는 책이 있답니다.

서형숙 선생님의 '엄마학교'입니다.

 

임신 8개월 즈음 이 책을 만났더랬습니다.

2개월 뒤면 평생 엄마가 되어야 하는 전, '엄마학교'라는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더군요.

밥 짓는 법도 배워야 하듯, 엄마 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말이 앞으로 어찌 엄마노릇을 해 내야 할지 두려웠던 제 마음을 괜찮아,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하며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지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고개를 절로 끄덕이고 있는 제 모습. 그 모습이 엄마 학교를 몇 번이고 읽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답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 스스로 걷기 시작하면서 자아도 발달해 자기 주장이 생기면 그와 같이 '떼'라는 것도 생기지요. 아이의 기호가 생기니 갖고 싶은 것도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그 '떼'라는 것에 대해 엄마 학교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은 몸 상태가 안 좋을 때, 날씨가 궂을 때 가끔 이유 없이 떼를 쓰기도 한다. 우리 어른이 느끼는 것과 다른 우주의 이치를 몸으로 느껴 나타나는 현상인지 모르겠다'라구요. 그저 아이가 저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원해 울고 불며 떼를 쓴다고 생각했고, 떼를 쓰는 아이에겐 그 자리를 일단 피하거나, 아이의 떼를 들어주거나, 혼내거나, 윽박지르거나, 살살 달래거나, 아니면 아주 합리적으로 아이와 협상하거나 하는 방법이 전부라고 여겨왔던  아이 행동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주는 대목이었지요.

둘째 홍원이는 어렸을 때 가끔 떼를 썼다고 합니다. 그러면 홍원이를 꼭 껴안고 조용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들릴 듯 말듯 한 조그만 소리로 "홍원이가 엄마 배 안으로 들어왔을 때 엄마는 얼마나 기뻤다고. 아빠랑 신나서 박수를 쳤지. 그리고 엄마는 이 아이가 잘 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아빠한테 말했어." 떼를 쓰며 울던 녀석은 이게 무슨 염불인가 귀 기울이게 되고 아이는 조용히 그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 듣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많이 자랐어. 그래서 엄마 배가 이만큼 불러졌지...(중략)...또 어떨 때는 둥글둥글 몸을 굴리며 서서히 움직이는 거야. 양반처럼 의젓하게." "엄마, 양반이 뭐야?"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묻고 사랑받는 자기 얘기를 들은 아이는 다시 제 놀이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떼를 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 원인만 찾아내 잘 해결해 주면 되지만 많은 엄마들이 이론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여유있게 대처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하지요. 엄마 학교에서는 그 모든 것이 '서둘러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왜 이것도 못하나' 생각하지 말고 '아이니까 못한다' 여기라고 합니다. 아이가 어른처럼 잘 한다면 큰 일 나지 않겠냐고 하면서요. 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행동이 당연히 여겨지고 가르치는 재미도 생기고 훗날 아이에게 내가 널 이렇게 길렀노라고 할 말도 생긴다구요. 아이가 짜증을 낼 때에는 '아, 아이니까 이렇구나'하고 생각하고, 뭐든 들여다보고 만지고, 쏟고, 엎지르는 아이는 호기심이 많아 그러니 '아, 애가 총명해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이가 어지르는 건 아이 머리가 좋다는 징조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합니다. 

단지 말만 바꿔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모든 것은 엄마인 내가 생각하기에 달려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네 아이들의 공교육과 사교육. 갈망질팡 하는 정책과 신뢰를 주지 못하는 학교, 그 덕(?)에 우리 아이들은 또 다른 교육이란 이름으로 제대로 된 유년을 보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엄마 학교는 또 얘기합니다.

'노는 것은 아이의 본분'이라구요.

대한민국 최고의 사교육 성지라 일컫는 서울 강남에서 두 아이 모두 학원 한 번 보내지 않고 '노는 것이 최고라'는 믿음과 의지를 갖고 사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기교육과 사교육이 망쳐 놓은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 역시 고뇌하고 몸부림치며 살아야 한다. 나부터라도 이상적인 교육,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힘을 냈다고 합니다. 꼬일 대로 꼬인 현실을 그래도 누군가는, 다만 한 사람이라도 풀어야 할 것 아니냐며 교육은 아이가 가장 하고 싶어 할 때가 제 때라 믿고, 학원 수업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우선하며, 엄마가 진정 해야 할 역할은 아이가 편안하게 잘 자라도록 도와 주는 일이라고.

부모라면 마땅히 아이들에게 즐기면서 여유롭게 사는 기쁨을 맛보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수 없이 많이 듣습니다. 학원에 가지 않으면 공부는 할 수 없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하기에 우리 아이도 뒤처질 수 없어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지금보다 교육 환경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 때가 되어도 그래도 공교육을 믿는 부모, 선생님을 믿는 부모, 설사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의 참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부모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부모 중 한 사람이 내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적어도 사교육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는 제게 엄마 학교의 교육에 대한 의미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엄마 학교를 읽으며 가족의 의미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이 '아빠'라는 이름을 가진 내 남편입니다.

출산을 한 뒤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 하는(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는) 저와 그 최선의 범위에 포함되지 못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서로에게  섭섭하고, 서운해 하던 우리 부부를 떠 올리며 결국 아빠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도, 어떤 아빠를 만드는 가도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진정 사랑한다면 행복한 아빠를 주라고 말합니다. 아빠를 존경하면 모두가 행복해 진다며 아이와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아빠들에게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알게 해 주라 합니다. 아주 천천히 자연스레 억지로 한꺼번에 맡기지 말고 조금씩.. 그렇게 아빠에게 자리를 내 주어라 합니다.

분명 가족을 위해 밤 늦도록 일하고, 때로는 기러기 아빠도 자청하며 '희생'이란 이름으로 남겨진 지금 우리네의 '아빠'라는 이름... 

나는 아이에게 어떤 아빠를 줄 것인가. 어떤 가족의 모습을 만들 것인가. 엄마 학교는 제게 이렇게 끊임 없는 내면의 질문들을 쏟아내게 만듭니다. 

 

서형숙 선생님은 먹을 거리 강의를 하는 동안 10여년 전부터 자녀교육 강의를 해 오신 분입니다. 아이가 성공하길 바라기 보다 함께 잘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엄마되는 법을 배워야 된다 하시며 아이가 잘 자라 부러워해서 아이들에게 감사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 준 것에 늘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삶에 대한 혜안을 오롯히 담아낸 엄마 학교에서 제가 정작 배운 것은 '마음 공부'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마음.

그런 마음 공부가 서서히 되니 제가 오히려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더군요.

지금 와 돌이켜 보면 아직 나 스스로가 육아에 대해 눈과 귀가 많이 열리지 않았을 무렵 이 책을 만난 것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육아에 대한 고단함과 두려움을 갖기 전에 나도 잘 할 수 있겠다는, 한 번 해 보자는 희망을 먼저 보았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리 먼 길을 가지 않은 초보 엄마들과 이제 곧 엄마가 될 예비 엄마들께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설겆이를 하는데 아이가 놀아달라, 안아달라 매달립니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나는데 손에 끼어진 고무장갑을 벗는 것이 어찌그리 힘 드는지요.

저는 다정한 엄마를 떠 올립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다정한 엄마가 되어 줄 꺼야. 나에게 주문을 외고 고무장갑을 뺍니다. 그리곤 아이를 덥석 안아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 아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듬뿍 안겨줍니다. 신기하게도 제 원할 때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는 곧 혼자 놀기 시작하고, 전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설겆이를 마무리 하지요. 그러다 가끔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아이가 혼자 노는 모습을 지켜 보기도 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엄마 학교에서 '마음의 틈'을 찾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루마밍 http://www.ru-moming.com/ '행복한 엄마의 육아서 예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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