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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의 옷장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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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재봉사에게는 네 개의 옷장이 있어요.」


옷장을 사랑하지 않고 어른이 된 아이가 있을까? 

색도 질감도, 크기와 모양도 서로 다른 옷과 장신구들이 들어있는 커다란 그 보물상자를 열고 닫을 때의 작은 환희를, 어른이 된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사랑하는 최향랑 작가님이 이번에는 그 '옷장'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셨다.


옷 만들기를 좋아하는 숲 속 재봉사의 네 개의 옷장이 계절에 맞춰 하나씩 열릴 때,

책을 읽는 나도 마치 옷장 앞에 선 숲 속 친구들이 된 것처럼 두근거리는 기대감으로 종종거리며 옷장 안을 상상하며 들여다보았다.


언제나 그랬듯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했을 꽃잎과 씨앗으로 만든 이야기는 여전히 더없이 환상적이고 따뜻하다.


여러 계절을 함께 보내며 어느 순간 친구가 된 숲속 친구들과 재봉사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텅 빈 네 개의 옷장을 보며 비움과 나눔을 생각하기도 했다.


어른이 된 나는 어쩐지 조금은 부끄러웠고, 아주 오래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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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 작은 집이 있습니다 인생그림책 30
김선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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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에 깃들었던
누군가의 삶과 생활을 따뜻하게 그린 그림책.

머무는 이에 따라 공간이 품게 되는
각자의 희망과 미래와 꿈과 사랑과 그리움과 기다림들이,
흘러가는 시간만큼의 더깨를 더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나의' 공간을 더없이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낡고
작고
오래된,]

[그리운] 나만의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눈 길 닿는 모든 곳이 다정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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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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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질환을 앓는 가족과의 생활은 부단한 선 긋기의 삶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환자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의 한계선, 내가 환자의 삶에 개입해서는 안되는 경계선 등 수많은 임계선을 긋고 이를 지키느라 안간힘을 써야 한다. 」-p237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능숙하게 그것을 숨기고 있던 아이의 자해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시작된 한 가족의 긴 투병기를 담은 책.


  의사 부모에게조차 생경한 양극성 장애라는 진단과, 끝없이 이어지는 지난한 치료의 과정들을 읽노라면 정신질환 또한 만성질환으로 한 사람의 일생과 함께하며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의학 논문과 관련 통계자료들,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와 책들에 대한 소개는 그 방대한 양과 종류만으로도 이 이해할 수 없는 병을 어떻게든 이해하고자 붙잡고 늘어졌을 한 엄마의 절박함을 짐작케 했다.


  병에 대한 무지만큼 차별과 혐오가 팽배한 사회에서 아이의 병과 가족의 고통을 공유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필요성과 사회복귀를 위한 논의들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정신 질환을 앓는 가족과의 생활은 부단한 선 긋기의 삶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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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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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p220) 」


  '프록시모 바이러스' 라는 가상의 감염병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병하는 시안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 같다. '접촉'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의 전파 양상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선뜩함마저 든다. 


  우리는 책임을 물을 수도, 책임을 질 수도 없는 일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따져 묻고 싶은 억울함이 무엇인지를 경험했다. 누군가의 예사로운 일상이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리라는 걸 예상한다. 한편으로 일상을 잘 지켜내고 싶다는 이기심을 마음으로 이해한다.

  

  미워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하면서 붙잡고만 있던 해원과의 관계를 끊어내기로 결심한 시안에게서,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고 버텨내는 것이 개인과 가정의 책임과 의무로 내돌려진 세상에서

「 혼자 죽는 거, 그건 징그럽거나 비위 상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슬픈 거 아닌가?(p35) 」하는 물음을 던지던 해원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을 본다.


  부디, 우리의 미래도 이와 같기를.


 

대단한 희생처럼 보여도 막상 닥치면 다른 애들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도망도, 외면도 쉬운 일은 아니다. - P13

해원도, 해일도 금세 잘못을 인정했고, 변명 따위 하지 않았다. 그 선선한 사과를 받은 나는 왜, 기분이 석연치 않은 걸까. - P58

그래서 해원은 불안헀다. 자신들의 사소한 행복이 누군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히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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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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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처럼 안전한 마음이란 어떤 걸까.

 

물 속 깊숙히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단단히 얼려버려야만 했던 마음이란 또 얼마나 위협적인가.

 

「그런 애들이 있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품은 애들. 은기가, 은기도 그런 애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서럽게 했다.」

 

이 책은 서로에게 왜냐고 묻지 않는 두 아이의 이야기다.

 

"안 울어. 나 안 우는 애라니까."

"난 울 건데. 난 잘 우는 애야."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로 울어봤을 은기가

'아주 먼 곳으로부터 달려와'

'마침내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한 것처럼'

웃으며 호정에게 뛰어 왔던

아주 짧은, 대단치도 않았던,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저 곁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으로, 가만히 손을 잡아주고 이따금 잡은 손에 힘을 주는 것으로, 따스한 다독임을 나누던 호정과 은기의 모습은 내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함께일수는 없게 된 두 아이가

부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나가길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된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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