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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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처럼 안전한 마음이란 어떤 걸까.

 

물 속 깊숙히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단단히 얼려버려야만 했던 마음이란 또 얼마나 위협적인가.

 

「그런 애들이 있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품은 애들. 은기가, 은기도 그런 애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서럽게 했다.」

 

이 책은 서로에게 왜냐고 묻지 않는 두 아이의 이야기다.

 

"안 울어. 나 안 우는 애라니까."

"난 울 건데. 난 잘 우는 애야."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로 울어봤을 은기가

'아주 먼 곳으로부터 달려와'

'마침내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한 것처럼'

웃으며 호정에게 뛰어 왔던

아주 짧은, 대단치도 않았던,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저 곁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으로, 가만히 손을 잡아주고 이따금 잡은 손에 힘을 주는 것으로, 따스한 다독임을 나누던 호정과 은기의 모습은 내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함께일수는 없게 된 두 아이가

부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나가길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된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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