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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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p220) 」


  '프록시모 바이러스' 라는 가상의 감염병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병하는 시안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 같다. '접촉'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의 전파 양상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선뜩함마저 든다. 


  우리는 책임을 물을 수도, 책임을 질 수도 없는 일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따져 묻고 싶은 억울함이 무엇인지를 경험했다. 누군가의 예사로운 일상이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리라는 걸 예상한다. 한편으로 일상을 잘 지켜내고 싶다는 이기심을 마음으로 이해한다.

  

  미워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하면서 붙잡고만 있던 해원과의 관계를 끊어내기로 결심한 시안에게서,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고 버텨내는 것이 개인과 가정의 책임과 의무로 내돌려진 세상에서

「 혼자 죽는 거, 그건 징그럽거나 비위 상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슬픈 거 아닌가?(p35) 」하는 물음을 던지던 해원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을 본다.


  부디, 우리의 미래도 이와 같기를.


 

대단한 희생처럼 보여도 막상 닥치면 다른 애들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도망도, 외면도 쉬운 일은 아니다. - P13

해원도, 해일도 금세 잘못을 인정했고, 변명 따위 하지 않았다. 그 선선한 사과를 받은 나는 왜, 기분이 석연치 않은 걸까. - P58

그래서 해원은 불안헀다. 자신들의 사소한 행복이 누군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히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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