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짝퉁전쟁
김종면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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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노(YONO)란 많은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하나'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가성비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를 말한다.

코로나로 소비가 위축되자 명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을 모방해서 만든 합리적인 가격의 대체품인 듀프(Dupe, Duplication 복제의 준말) 소비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 책이 짝퉁에 관련된 책이지만 이렇게 현명한 소비가 유행하고 있다니 기분이 참 좋다.

도대체 짝퉁은 왜 만드는 것일까?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럼 짝퉁은 왜 살까? 기업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싸기 때문이다. 혹시 윈도 정품 쓰시는 분? 짝퉁을 사는 이유는 싸다는 것 단 하나다. 성능이 비슷하고 가격이 싸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정품을 살 이유가 없다. 명품 시계나 명품 가방의 짝퉁을 사는 이유 역시 싸다는 것이 첫 번째다.

이 책은 짝퉁의 이해, 트렌드, 관련 법률, 단속, 신고의 5부분으로 되어있다. 나는 <짝퉁 전쟁>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어떤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요새는 정말 짝퉁이 너무 많다. 게다가 나처럼 어리숙한 사람은 짝퉁인지 정품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진짜랑 너무 똑같다.

아들은 온라인에서 잠바 정품을 70% 세일해서 싸게 샀다고 좋아하더만 1년도 못 입고 목 근처 실밥이 터지고, 지퍼는 고장 났다. 나는 아웃렛에서 브랜드 양말을 너무 싸게 팔아서 10켤레나 샀는데 한두 번 세탁하니 색이 바래고 후줄근해져서 그냥 1000원짜리 양말 바가지 썼다 생각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아들도 나도 진짜를 싸게 산 줄 알고 좋아했다가 짝퉁인 것을 알고 나니 이제 모든 브랜드가 진짜일지 의심이 간다. 게다가 지하철역에서 100% 정품이라고 파는 모든 브랜드는 이제 안 믿는다. 비싸더라도 정품을 사던가 정품 매장에서 세일하는 것을 사야겠다. 그런데 정품을 세일할 때 소비자가 왕창 사가지고 되파는 경우도 있어서 1인당 구입 개수를 제한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짜 뉴스가 판치고, AI는 엉뚱한 대답을 진짜처럼 말해주고, 온라인에서는 남의 상품 페이지 링크를 슬쩍 가져와 진짜처럼 팔고 있다. 피싱사이트는 물론 사기도 너무 많다. 문제는 사기도 당한 사람만 손해고, 짝퉁도 산 사람만 손해다. 사기꾼은 잡지 못하고, 짝퉁은 상품 페이지를 삭제해 버리면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페이지를 또 만들어서 짝퉁을 팔면 그만이다. 그러니 소비자가 똘똘해져야 한다.

나는 짝퉁 하면 명품 가방이나 시계, 선글라스 같은 것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굳이 명품까지 안 가더라도 평범한 브랜드 짝퉁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에 가짜 양주가 있다고 했는데 요새는 2000원짜리 맥주 중에서도 가짜가 있다. 맥주인지 물인지 맛이 엄청 이상한 곳이 있어서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가짜 와인도 있고 가짜 맥주도 있고 위조지폐도 있다.

나도 옛날에 너도나도 짝퉁 가방 들고 다니면서 왜 저렇게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된 적이 있었다. 명품 가방이 너무 예뻐서 가지고 싶은데 돈은 없고 그래서 대리만족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짝퉁에도 A급이 있고 레벨 별로 가격이 틀리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동대문 새빛 시장의 일명 '노란 천막'들에서 짝퉁을 판다. 남대문시장에서는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짝퉁을 파는 곳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200만 원이 넘는 명품 가방을 남대문에서 짝퉁으로 사면 10만 원대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만 원짜리를 10만 원대에 사면 정품과 퀄리티가 확 차이가 날 텐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기 자신에게 10만 원짜리 짝퉁을 그것도 불법으로 사준다면 좀 미안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맘이 짠하다.

옛날에는 남한테 과시하려고 짝퉁을 샀다는데 요새는 남의 브랜드 선전해 줄 이유가 있냐며 상표가 너무 크거나 눈에 띄면 안 사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게다가 명품도 상표가 지나치게 눈에 띄면 촌스럽다고 기피한다. 디자인도 예쁘고 질이 좋아서 명품을 사지 이제는 남한테 과시하려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이다. 자동차도 한 집 걸러 외제차니까 차 가지고 감탄하는 시대도 지났다. 물론 아직도 좀 있어 보이는 것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는 하지만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다.

요새는 명품 가방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자동차 부품, 의약품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도 도라지를 인삼이라고 속여 팔았다니 짝퉁은 역사가 깊다. 하지만 의약품은 정말 위험할 것 같은데 목숨을 담보로 의약품은 조심하자. 남편도 정품 키보드가 너무 비싸니까 중국 쿠팡 같은 곳에서 몇만 원 주고 샀는데 받자마자 무겁다고 안 가지고 다닌다. 중고를 잘 사는 것도 어렵고, 짝퉁을 안 사는 것도 어렵고,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도 어렵다.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은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짝퉁을 신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짝퉁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구매 영수증과 판매자 정보, 제품 사진, 정품과 비교 사진 같은 것을 준비해 놓으면 신고를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했는데 짝퉁이라면 해당 쇼핑몰의 고객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명품을 사서 리폼하는 것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므로 불법이다. 명품을 사면 그냥 오래오래 쓰다가 물려주는 것이 답인 듯?

마지막 장에서는 국내의 네이버나 쿠팡 또는 해외의 아마존, 쇼피, 토코피디아 같은 쇼핑몰에서 짝퉁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신고 양식 작성에서부터 효과적인 신고를 위한 팁과 노하우를 알려준다. 사진으로 상세하게 알려줘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위조 상품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위조 상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짝퉁은 악이다. 하지만 짝퉁을 뿌리뽑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법이 처벌하기를 기다리기 보다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서 짝퉁을 안 사는 것이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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