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방울의 탐험. 위스키 증류소와 나만의 술 이야기
고윤근.임오선 지음 / 좋은땅 / 2025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스키는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자연과 시간, 사람의 정성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이며, 각 지역의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증류소 투어는 한 잔의 위스키가 품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술도 좋지만 술에 관한 책을 읽는 것도 즐겁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술은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가 있다. 곡물이나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맥주, 막걸리, 와인 같은 게 발효주다. 증류시켜 만들면 증류주. 증류란 액체를 끓여서 증기화시킨 후, 이 증기를 냉각시켜 다시 액체로 만드는 과정이다.
소주가 증류주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소주는 주정을 물로 희석해서 만든 거라 저렴하다. 진짜 증류해서 만든 소주는 다 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원료에 따라 보리는 위스키, 포도는 브랜디, 사탕수수는 럼, 곡물에 향료를 첨가하는 진, 곡물이나 감자가 원료인데 향을 첨가하지 않는 보드카 등이 증류주다. 세계 증류소 여행을 꿈꾸고 있는 아들 생일에 위스키 한 병과 이 책을 선물해 줄 거다.
위스키 테이스팅
나도 처음 들어봤다. 위스키에도 무슨 맛이 있나? 먼저 어떤 맛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씨리얼(Cereal)은 곡물에서 나오는 고소한 향이다. 플로럴은 꽃향기가 아니고 식물 향에 가깝다고 한다. 그냥 허브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텐데. 프루티는 말 그대로 과일향이다. 피티(Peaty)는 피치가 복숭아니까 복숭아 향이 아닐까 했는데 약품 냄새나는 피트(Peat, 이탄)를 태운 향이라고 한다. 설퍼리(Sulphury)는 설퍼(Sulphur)가 유황이니까 폭죽이나 성냥 향이라는데 한 번 빠지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페인티, 와이니, 우디와 같은 맛도 알려준다.
위스키 마시는 법
우리가 소주 원샷처럼 원액으로 먹는 것을 스트레이트라고 알았는데 니트(Neat)라고 한다. 양주 선물 세트에 들어 있는 와인 잔처럼 입구가 좁아지는 잔을 노징 글라스(Nosing Glass)라고 한다. 물 컵 같은 일반 잔은 버번 글라스다. 양주잔이라고 안 하네? 그러니까 위스키 마시는 법은 니트, 미즈와리, 온더락 3가지가 있는 것.
위스키 라벨
술을 숙성하는 오크 통을 캐스크(Cask)라고 한다. 여기에는 더블 캐스크 셰리 캐스크,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셰리 피니시, 더블 캐스크 등이 있다. 그중 나는 간단히 피니싱과 더블 캐스크의 차이만 살펴봤다. 피니싱은 위스키가 첫 번째 캐스크에서 숙성된 후, 두 번째 캐스크로 옮겨 추가로 숙성되는 것이고, 더블 캐스크는 말 그대로 두 개의 오크 통에서 숙성한 원액을 섞은 것이다.
프루프(proof)는 증류주의 알코올 함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16세기 영국에서 사용되었는데, 당시 세금을 부과하려면 알코올 함량을 검사해야 했으므로 술에 불이 붙으면 그 술 도수가 57.15%이상 높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뜻에서 프루프라고 한 것이다. 이번에 쿠플 영화 중에서도 좀비를 양주로 태우는 장면이 있어서 금방 이해가 되어버렸다는.
위스키를 병에 담기 전, 즉 병입하기 전 마지막 공정에 따라 물 타지 않은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단일 캐스크만 병입한 위스키인 싱글 캐스크(Single Cask), 차갑게 냉각시켜 필터로 유기물만 걸러낸 칠 필터링(Chill Filtering)등이 있다. 그 밖에 특별한 사연을 가진 캐스크, 특수하게 맛있게 숙성된 캐스크에 관한 내용도 재밌게 읽었다.
드라이
드라이는 당분이 적다는 뜻이다. 맥주 러버인 나는 아사히 슈퍼 드라이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맥주, 와인, 위스키 모두 이 드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건조한 건지 늘 궁금했다. 발효할 때 들어가는 당분이 다 건조된 것이다. 드라이의 반대말은 스위트(Sweet)다. 발효 과정에서 남은 당분이 입안에 얼마나 남는지를 Dry와 Sweet로 표 현한 것. 따라서 드라이가 들어간 주류는 단맛이 없고 깔끔하다.
바디(Body)
여기서 보디샴푸인가 바디샴푸인가? 보디가드인가 바디가드인가? 한 번 묻고 싶다. 저자는 바디라고 한다. 바디란 술을 마실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밀도다. 쉬운 말로 묵직함과 풍미의 깊이라고 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더 묵직하고, 당도가 아주 높으면 풀 바디라고 표현한다. 같은 술이라도 오래 숙성되면 보통 바디가 강해진다. 나는 풍미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위스키 종류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미국의 버번 위스키와 일본의 야마자키 위스키 및 파생제품도 알려준다. 최근에 조니워커 블랙라벨의 셰리 피니시라고 써진 것을 샀는데 스페인의 셰리 와인을 숙성한 오크 통에 숙성한 위스키였다. 몰트 위스키는 많이 들어봤는데 몰트(malt)는 엿기름이다. 보리 싹(맥아麥芽)으로 만든 위스키란 뜻이었던 것! 위스키 생산공정, 캐스크 이야기,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 역사와 소개가 나온다.
헤네시, 레미 마틴, 까뮤는 나도 아는 양주인데 코냑 브랜드였던 것! 헤네시의 XO 많이 봤다. 그리고 데킬라는 칵테일 이름인 줄 알고 있었는데 멕시코의 전통적인 증류주다. 페루와 칠레의 브랜디는 피스코라고 한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럼(Rum)은 종주국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 위스키에 대한 내용이고 그다음은 다양한 증류 기술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류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부분을 읽고 가장 마음에 드는 증류소 테마 여행을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작가님 두 분 다 위스키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시고 글에서 위스키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우리나라에도 증류소가 있다! 남양주에 있는 기원 증류소. 여기 투어 신청해서 조만간 아들과 한 번 다녀올 것 같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에 있는 증류소도 3군데나 소개해 준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위스키가 있을 줄이야! 내가 모르는 신세계였다.
증류주와 관련된 주요 사건들로 술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독일 맥주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중세 바이에른 공국의 맥주 순수령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통을 지켜오는 모습이 멋있었다.
끝 부분에는 한의사이신 에디터 K 님의 다양한 개인 연구들이 실려있다. 특히 한약을 칵테일에 접목하는 것은 나도 뭔가 약술을 먹는 것 같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향시체산, 오미자탕, 쌍화탕의 아로마화와 콩 맛나는 소주, 지금도 개량 중인 오매 모과탕 이야기를 읽으니 저자님의 술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있는 한 마디를 가져와 본다.
"책을 덮는 이 순간, 여러분의 잔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채워지길 바랍니다." (p.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