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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자유 - WILD LIBERTY
김혜로 지음 / 보민출판사 / 2025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결코 믿음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네. 인간을 사랑하되 믿지는 말게." -브리검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국전쟁까지를 다룬 우화 소설이다. 울프랜드는 우리나라이고 인디언은 일본, 바다사람은 미국을 비유한 것 같다. 울프랜드에는 알파계급과 베타계급이 있는데 양반과 상놈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늑대와 개와 사람이 모두 다 소통을 한다는 것이 특이하고 재밌었다.
일제강점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학생들이나 나처럼 역사를 모르는 분들도 <야생의 자유>를 통해서 그 시대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화로 읽으니 그 시대의 상황이 이랬겠구나 하며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보다 더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우리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동물도 죽으면 천국에 가는지 궁금했는데 그 문제에 대한 답도 끝부분에 나온다. 나도 저자의 의견에 한 표!
예전에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사람 이름이 헷갈려 가지고 누가 정리해 놓은 게 없나 싶었는데, 어떤 출판사에서 맨 앞에 등장인물을 정리해 놓은 책이 있었다. 이걸 보면서 읽으면 너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사람 이름을 정리해 보았다. 빠진 이름은 잠깐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기억 안 해도 된다.
처음에는 읽는 속도가 무지하게 느렸다. 등장인물들 이름이 헷갈려서 자꾸 다시 앞으로 가서 찾았기 때문이다. 먼저 등장인물 이름을 알고 읽어야 빨리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누가 누구 편인지도 헷갈려서 일본은 빨간색 우리나라는 파란색 미국은 녹색으로 표시를 해봤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참고만 하시길.
울프랜드에는 풍요롭고 광활한 대지에서 숲과 강을 지배하며 인간에 못지않은 강한 세력을 갖춘 늑대들이 살고 있었다. 이 늑대들은 다른 지역의 늑대들보다 지혜롭고 용맹했다. 어떤 인간 집단들도 이 세력을 얕잡아 보지 못했다. 이 늑대들은 인간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었다.
가우추 : 대족장. 푸른 털빛의 늑대. 늙고, 어리석고 유약함.
이오누 : 대 족장의 측근이지만 그를 배신하고 니야우 부족 편이 된다.
메누비 : 대 족장인 가우추의 아내. 하얀 빛의 털을 가진 현명하고 강인함.
아칸 : 울프랜드에서 가장 용맹하고 사냥 실력이 뛰어난 알파계급의 검은 늑대.
시모리 : 아칸의 친구. 푸른 털빛을 가진, 대족장 가우추의 방계 혈족.
킬턴 : 용맹하고 호전적이고 잔인함.
제타 : 커피색 털빛을 가진 그녀는 아칸을 좋아하는 알파 계급.
록시 : 제타의 언니. 나중에 베타계급 토토와 강제 결혼한 것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니야우 부족의 인디언은 이 울프랜드의 늑대들만큼은 같은 인디언 부족으로 대해 주면서 일종의 동맹 관계로 지내왔다. 이들은 바다인간(백인 개척자 집단)처럼 살기를 꿈꿨다. 하지만 속셈은 울프랜드를 빼앗고, 원래 땅 주인이었던 늑대들을 가축으로 길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백인들처럼 살기 위한 과정 중 첫 번째 단계일 뿐이었다. 그리고 가급적 강탈이 아닌 자진 양도의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호로미크 : 니야우 부족의 족장, 육중한 체격에 비교적 온화한 인상.
포타움 : 늑대들의 땅을 빼앗고 늑대들을 길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로미크가 죽자 새로운 족장이 된다.
브리검 목사 : 니야우 부족과 이웃해 살던 백인 사회의 선교사로 오래전부터 인디언과 교류하고 있었다. 암컷 헝가리언 쿠바 헤이즐을 키우고 있다. 헤이즐은 시모리와 결혼해 브리검 목사와 함께 오두막에서 산다.
이눅크 부족 : 극지방에 살면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지속하고 있다. 가끔 등장하다가 맨 끝에 또 등장한다.
여기까지가 등장인물 소개이다. 결국 울프랜드는 니야우 부족에게 자유를 뺏긴다. 그 파란만장한 과정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그 다음 이야기는 현재와 오버랩 되면서 누구를 비유한 것인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다.
니야우 부족의 인디언 못지않게 바다인간에 대해서도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킬턴은 오직 힘으로 대항하는 것만이 진정한 자유의 실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킬턴은 울프랜드를 떠나 북쪽 황무지에 정착해서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모리는 바다인간과 손잡고 싶어 한다.
점점 인디언들에게 길들여져 가는 늑대의 무리들 중 제타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가족들을 위해 어떤 일이든지 하기로 결심하고 인디언들을 위해 열심히 사냥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울프랜드를 찾아온 시모리를 만난다. 나는 비록 이렇게 살지만 내 자식들에게도 이런 환경을 물려주겠냐는 시모리의 말에 제타도 독립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시모리는 제타를 통해 바다인간들이 니야우 족에게서 산 땅에서 금광을 발견해 채굴하고 있다고 족장 포타움에게 알린다. 억울한 족장은 목사를 찾아가 세바스찬 부총독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부총독은 30년 전에 산 우리 땅에서 금광이 발견됐으니 우리 것이라며 무시하자 포타움은 열받아서 그 땅에서 기르고 있는 소와 양을 다 죽이라고 늑대들에게 명한다.
나는 토토의 죽음 장면이 제일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까지 아내에게 무시당하면서도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미안해했던 토토. 끝까지 목숨을 걸고 아내를 지켜냈다. 평생 토토를 나약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던 록시는 남편의 용감한 모습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토토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며 눈물을 흘리는 록시의 모습을 본다. 이때 토토는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록시와 포타움의 마지막 장면도 속이 후련했다. 결국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울프랜드에 돌아온 시모리는 제타와 록시 자매를 비롯한 옛 동료들과 재회했고, 그들에게 자신의 아내 헤이즐을 소개한다. 붉은 늑대 킬턴과 그의 부하들도 오랫동안 독립에 기여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은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날이다.
치밀한 외교 전략으로 바다인간을 움직여 인디언을 토벌해서 독립을 하게 만든 시모리와 비록 독립에 큰 기여는 못 했지만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인디언에게 저항하며 독립을 위해 고생했던 킬턴, 과연 누가 대 족장이 될까?
마지막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우화를 통해 이해하고 나니, 다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이 소설의 이야기와 대조해서 보면 훨씬 더 쉽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자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애완동물들이 보호소에서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책을 통해 인간을 위해 개량되어 야성이 거세된 동물은 인간이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국가유공자분들께 이 작품을 바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