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게임 -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
초맹 지음 / 아이생각(디지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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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영업을 하면 90%가 3년 안에 망한다. 그래서 퇴사 준비 기간은 최소 3~4년 이상이 필요하다. 오피스 게임을 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삶은 내 스스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이제부터 김대리가 아닌 너 자신이 되어라. 스스로를 믿고 천천히 나아가라.

<오피스 게임>은 회사 생활을 게임에 비유한 책이다. 오늘 할 일인 퀘스트를 완성하면 미션 클리어다. 그리고 오피스 게임에서 통하는 치트키와 피해야 할 빌런 유형, 좋소에 관한 꿀팁도 대방출한다. 좋소란 건강한 중소기업, 강소기업과 같은 곳이 아닌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월급도 제때 안 주는 중소라서 발음 나는 대로 적으면 욕이 되니 순화해서 좋게 적은 말이다.

이 오피스 게임은 인생을 고도로 소비하며 갈아 넣는다. 이 게임은 밥줄이 걸려 있어 더욱 난이도가 높고 어렵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차갑고 치밀하게 짜인 게임의 설정 원리와 자본주의의 욕망을 철저히 파헤친다. 숨겨진 회사의 비밀을 알고 나면, 오피스 게임의 난이도가 조금은 쉬워질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모두 깨몽하고 내가 꿈꾸는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무슨 일하세요?"

"노비예요..."

공기업은 공노비, 사기업은 사노비라 한다. 종놈에게 미래를 맡길 오너는 없다. 희망고문이 계속되는 건 그 미래가 나의 미래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바로 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는 회사의 오너다. 아주 적나라한 팩폭이다. 왜 이렇게 뻔한 진실을 몰랐을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이 사실만 알았어도 내가 이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단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자진해서 을이 되어가는 과정, 시작부터 노비 마인드로 전락하는 과정, 시작하기도 전에 '노비'로 전락되는 것이 오피스 게임의 원리다. 그래도 튜토리얼은 존재한다. 뉴비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즉 뉴비가 노비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이것을 회사는 수습 기간이라고 한다. 튜토리얼 수습 기간은 서서히 게임에 중독시켜 가는 시간인 셈이다. 튜토리얼의 유효기간 종료란 본 게임의 시작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왜 회사에 다니는가? 먹고살기 위해서가 근본적인 이유겠지? 그다음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승진하는 것이 성공이라 믿는다. 다 거짓말이다. 회사가 원하는 건 내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망하는 것이다. 회사는 끊임없이 나를 삭제하려 한다. 회사의 명함은 잠시 빌려준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아니었다. 그것이 나라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조직을 위해 내가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건 회사 사정이고 무조건 내가 먼저다. 나 죽고 회사 잘 돌아가면 뭐 하냐? 아무것도 모른 채 회사에 게임 오버 당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잠들어 있던 자아를 각성시켜 나를 찾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게임 속에서 원래 하루는 이런 것인가 보다 하며 산다. 게임의 설정에 따라 맵에서 자동 사냥을 도는 그 일상... 이게 리얼리티 현실판 게임이다.

좋소와 중소 구별

52페이지 '좋소는 무조건 제끼는 것이다'에서는 좋소를 왜 가면 안 되는지 낚이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면, 292페이지의 '좋소와 괜찮은 중소의 판별법'에서는 10가지 체크 포인트를 알려준다. 적어도 어리숙한 사회 초년생들이 당하는 일이 없도록. 여기저기서 인터넷 주소 클릭하면 개인 정보 털린다고 자꾸 알려주니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듯 이 책에서 알려주는 팁으로 무료로 일해주며 인생 낭비하는 일은 하지 말자.

300페이지 사진 설명에 "내가 드러워서 나간다!" 다음에 영어로 Tlqkf toRldi가 있길래 뭔가 해서 한글로 타이핑해 보니 아주 속이 후련했다. 부록에 있는 '너네 회사 좋소 지수'는 읽어보기만 해도 어떤 기업이 좋소 기업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직 하지 않기

계약직이면 아무나 와서 사냥시켜도 된다. 하물며 신입도 계약직이면 하대한다.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고, 한 팀이 아니란 것이다. 노비를 위한 노비다. 그래서 백수라 놀기 그래서 대충 계약직을 하면 시작부터 망하는 것이다. 선임에게 잘 보여 어쩌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나 같으면 안 할 것 같다. 이렇게 무시당하다간 멀쩡한 멘탈도 나갈 것 같다. 그렇게 무시할 거면 계약직을 왜 뽑나 봤더니 싸니까 뽑는 것이었다.

다가오는 사람 거르기

게임 초에는 보통 친해져야 할 사람을 찾기 마련이다. 하나라도 더 물어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순서가 틀렸다. 걸러야 할 사람을 찾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그래야 캐릭터 설정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 먼저 말 많은 광대, 뒤통수치는 온화한 상냥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라떼들이다. 그리고 무조건 다가가야 할 잡아야 할 3가지 유형도 알려준다. 정말 이렇게 알고 회사 생활하면 너무 편할 것 같다.

스스로 생존하기

선임들이 신입에게 제대로 된 업무를 주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니 정말 이해가 된다. 신입을 가르칠 시간에 자기 업무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신입의 성장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회사는 배려가 없다. 일단 울타리 안에 던져지면 스스로 알아서 레벨을 높여가야 한다. 이것이 오피스 게임 초기의 룰이다!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를 읽어라

컨텍스트는 문맥, 맥락, 연관관계 즉 텍스트와 연관되는 모든 주변 상황을 말한다. 이 안건, 제 의견은 이런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것은 텍스트를 읽으면 내 의견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컨텍스트는 너도 동의하란 말이다. 이런 사안이 있는데 의견을 참고하고 싶다는 말은 좀 알려달란 뜻이다. 이런 예들을 알려준다. 왜 모두 의견을 냈는데도 반영되지 않는지 나도 컨텍스트를 이해하니 알게 되었다. 회사 생활에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적임자나 전문가가 되지 말라

적임자 찍힘 공식을 보면 일을 잘하면 떠밀기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적임자로 찍히고, 못하면 일 못하는 바보로 찍힌다. 잘하든 못하든 얻는 게 없다. 고로 누가 적임자 스킬을 사용한다 싶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해주고 싶은데 다른 누군가 같이 해야 한다거나 더 긴급한 걸 하고 있다는 회피 스킬로 모면한다. 정 안되면 어디 급하게 회의라도 가는 척하며 워프를 사용한다.

전문가 소릴 듣고 헤벌레 하지 마라. 누가 내게 전문가라고 말하면 그건 날 호구로 찍었다는 소리다. 적임자라는 말은 지금 이거 떠넘길 캐릭터라는 의미다.

김춘수의 <꽃>을 작가가 다시 쓴 <전문가와 적임자>라는 시가 재밌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내가 그를 전문가라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내가 그를 전문가로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누가 나의 적임자가 되어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그에게로 가서 나도 꿀 좀 빨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많이들 되어다오. 나는 되고 싶지 않다).

인수인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것. 당신은 선생님이 아니다. 학생의 성적을 올려줘야 할 의무가 없다. 모든 후임자는 전임자를 부정하고 시작한다. 인수인계를 아무리 잘해줘도 후임자는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자기 실수를 덮으려 인수인계 당시 제대로 안 알려줬다고 한다. 알려 줬는데 지가 까먹어도 전임자를 탓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인수인계를 할 때는 최대한 힘 빼고 시간을 아끼자.

이런 사실을 몰랐다. 정말 꼼꼼하게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내가 잘 모르면 인수인계 못 받았다고 전임자를 탓하며 잡아뗀 적이 꽤 있었다. 나만 남 탓하는 게 아니어서 위안됐다. 내 실수를 인정하기 싫거나 모르는 걸 들키고 싶지 않거나 할 땐 남 탓이다. 아니 폴더블폰 힌지 나간 게 내가 폰 사라고 꼬드겨서 그렇단 게 맞는 말인지?

MBTI를 물어보는 이유

나는 ENFP인데 적극적이고 공감 잘해서 젤 좋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MBTI를 물으면 무조건 이력서에 쓰면 광탈이라는 INFP라고 해야 한다. 오피스 게임은 상대의 기대치를 최대한 낮춰놓고 시작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나를 지키면 기지를 발휘했다고 한다. 기대치를 낮춰놓으면 실속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맨날 밥 사주던 사람이 한 번 안 사주면 섭섭하고, 한 번도 밥 안 사던 사람이 한 번 사면 고맙다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 밖에 신경 써야 할 것

재택근무 싫어하는 회사의 속내, 살생부는 존재한다, 월급이 적게 오르는 이유, 승진이 공평하지 않은 이유, 급한 일과 중요한 일 뭐부터 해야 할까? 아무거나 천천히 하면 된다. 업무 데드라인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므로 술은 집에서 편하게 혼자 먹는 것이다. 난파선을 탈출해야 하는 이유와 징조들, 사내에서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징조들, 해고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와 퇴사할 때 주의할 점까지 알려준다.

회사가 청년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회사의 미래여서가 아니라 값이 싸기 때문이다. 부려먹기 쉽고, 가스라이팅이 수월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퍼스널 브랜딩이나 100만 너튜버에 도전도 한다. 부의 파이프라인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니 책도 써 본다. 너튜브 성공팔이들에게 낚여 주식, 코인, 부동산 등에 쓴 강의료만 500만 원도 넘는다.

미라클 모닝도 해보지만 낮에 잠만 더 잔다. 만나던 사람도 다 끊긴다. 퇴사 후 6개월~1년 지나면 이제 마음이 초조해진다. 불안해진다. 망한다. 이런 시나리오로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통해 이제부터는 회사에 목줄 잡혀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설정한 방향대로 주도해 나가는 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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