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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모든 건 변한다. 영영 변치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방식으로 건 우리는 모두 트랜지션 한다.
내게 트랜지션이란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었다. 트랜지션이란 보이지 않는 것과 실체적인 것을 일치하도록 만드는 자기 발견이고,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이다. -먼로 버그도프
트랜스젠더 하면 하리수가 생각난다. 남자로 태어났던게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도 너무 예쁘다. 이 책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왜 그냥 태어난 성으로 살 수 없었는지, 트랜지션이란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하리수도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와 노는 것이 더 편했듯 먼로 버그도프도 여성인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감옥같은 학교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수치심과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죄책감에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사회가 정한 틀에 억지로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 애썼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우리는 태어날 때 지정되는 성별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가정하는 데 동의하는 걸까?
이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남자와 여자로 태어난대로 구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먼로는 말한다. 트랜스젠더를 깨닫는 결정적 순간을 겪은 사람도 있으나 보통은 아주 오랫동안 하나씩 떠오른 단서들이 합쳐져 같은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고. 내게 가깝고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방향을 향해 중력처럼 이끌렸을 뿐이었다고.
먼로라는 별명은 윗 입술 왼쪽 피어싱이 마릴린 먼로의 점과 비슷해서 친구가 지어줬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홍보 대행사에 취직했지만 많은 업무와 상사의 무시로 번아웃에 시달리다가 그만둔다. 그 후, 낮에는 아트 갤러리의 접수원으로, 사진작가 조수로 일했고, 식당 예약을 받고, 잡지 일을 했다. 저녁에는 웨스트엔드의 밤 문화 속에서 계속해서 기회를 찾아갔다.
먼로는 23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했다. 2011년 어쩌다 보니 모델 일을 하게 되었고, 업계 내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되니 또 다른 모델 일로 이어지곤 했다. 모델로서 경력을 쌓아가며 4년 가까이 호르몬을 투여하다가 26살 때 엄마에게 트랜스젠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을 잃어렸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행복한 아이를 얻는 거라고 이해시키려 했으나 그 때는 이해받지 못했다.
우리는 관계에 있어 우리가 파트너로부터 무엇을 바라는지 보다 현 상태에 맞게 스스로를 바꾸기를 택한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를 의식하며 관계를 맺어 간다. 먼로가 진정한 모습으로 살기 전 가장 큰 장애물은 혼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고 한다. 즉, 먼로의 인정 욕구가 뿌리내린 곳은 청소년기 내내 느끼던 고립감이었다. 그러나 내가 나를 미워하는 한 타인이 나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먼로는 스스로 다름을 받아들인다.
많은 흑인은 백인이라는 것을 추구해야 할 미적 기준으로 삼도록 길들여졌다. 흑인에겐 매력을 찾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관념들이 먼로의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 상대방에게 많은 학대와 이용을 당하면서 상대와 연결되지 못하는 관계는 공허할 뿐임을 깨달았다. 스스로 진정으로 찾는 것, 원하는 것은 진정한 연결감이었던 것이다.
먼로는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게 힘든 게 아니고, 비정상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왜 다름을 싫어할까? 우리는 모두 다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하기 싫어서 일까? 트랜스젠더여서 차별받고, 피부 색으로 차별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나이가 많다고 차별받는 이유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지만 서로 너무도 다르다. 바로 옆에 있는 남편과 아이만 해도 이렇게 다르니 말이다.
가족으로 살아가려면 우리 모두 나름대로의 전환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가 어른이 되는 것, 엄마 아빠가 되는 것,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는 것 역시 트랜지션이 아닐까. 먼로는 사회가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시각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다른 전환들은 뚜렷이 보이지 않으니까. 나도 사춘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엄마가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어 가는 트랜지션은 참 행복한 일이다.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보면 얼마나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인종이든 성별이든 다 떠나서 말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좁은 시선이 아니라 우물 안 개구리를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다면, 작은 개구리 한 마리도 다 나름대로 귀엽고 예쁘다. 우리가 모두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트랜지션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아차리는 일이다.(p.46)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604/pimg_7913331534315334.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