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효상은 기독교 신자로 두 친구의 죄까지 본인이 안고 자수하겠다고 끝까지 선함을 추구한다. 별명이 두리안인 승기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함)이라고 말하는 과장님께 대출할 담보도 있고, 돈을 다 날려도 술 마실 돈은 있고, 부하직원도 있다며 적어도 인생의 4분의 3은 살아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 팩트 폭행을 한다. 이 대목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보면 좋은 날도 온다고 말하는 듯해서 인상적이었다.
에피소드 6부터는 승기와 우현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한다. 시종일관 주인공 효상의 시선이 아니라 친구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니, 각자 속 마음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신했다.
승기는 효상에게 서울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이야기와 와이프 이야기를 한다. 내용증명을 받고서 전세 사기임을 알게 된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사기를 당했던 순간이 떠올라 너무 마음 아팠다. 종류는 다르더라도 사기 신고하러 경찰서 갔을 때 마음까지 똑같다. 사기라는 단어를 2페이지에 걸쳐서 써 놓은 것을 보며 그 당시 내 마음 같아서 이런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구나 하며 위안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사기 공화국이라는 말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사기를 당한 이유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다. 무지해서다.
우현은 유령회사에 투자를 잘못해서 5억을 날리고 살길이 막막해서 마포대교로 갔다가 15년 만에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중국으로 간다. 알고 보니 블루 고스트라는 회사의 아시아 헤드를 아버지 정호가 맡고 있었다. 블루 고스트는 선진국에서 이미 일어난 에러를 수집해 앞으로 비슷한 에러가 발생할 국가에 공격적 투자로 이익을 거두는 집단이다.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 소외된 사람을 모아서 다시 한번 꿈을 꿀 수 있게 인생 2막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현은 한국에서 블루 고스트를 런칭하자며 효상과 승기의 통장에 착수금으로 천만 원씩 입금한다. 셋은 꿈을 잃은 서민과 중산층에게 희망을 주는 우리만의 아지트이며 위로의 안식처인 카테피아를 만든다. 그 어떤 세상의 좋은 조건으로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생태계를 카테피아라고 부른다. 카테와 유토피아의 합성어다.
카테의 뜻은 저자의 다른 저서 <카테 잉글리시>의 C.A.T.E. 즉, 비평적 Critical, 집중적 Attentive, 전략적 Tactical, 효율적 Efficient이라는 뜻의 앞 글자가 아닌가 한다. 아니면 같은 원소의 원자가 결합하여 사슬 모양으로 이어지는 현상인 카테네이션의 앞 글자 일 수도 있다. 서민과 중산층이 힘을 만들려면 연합해야 하니까. 오직 소외된 서민과 중산층만이 카테 피아에서 태평성대를 누리게 될 것이다. 두근거리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나란 존재가 세상에 있는 게 의미가 있도록. 정말 이런 세상이 있으면 좋겠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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