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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p.254)
이 책은 배리 로페즈 사후에 출간된 에세이집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에세이는 사막에서 남극에 이르는 풍요로움에 대한 예찬이자 그것의 훼손에 대한 경고다.
리베카 솔릿은 서문에서 여러 방향으로 난 이 에세이들의 발자국을 길잡이 삼아 스스로 땅과 언어의 관계를 더듬고 의미를 탐색해 가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기를 바란다고 독서의 방향을 알려 준다.
저자는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당하고. 부모님이 이혼을 하는 등 힘든 시절을 겪어왔다. 나중에 심리 치료를 통해 성적 학대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의 의미를 구성하지 않게 될 때까지 치료를 받고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우리를 삶의 예의로 다시 데려다줄 타인의 포용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11살 때 뉴욕시에 있는 한 예수회 사립학교에 들어간 그는 카톨릭계 학교인 노터테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항공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려 했으나 소명이 아님을 깨닫고 전공을 인문학으로 바꾼다. 졸업 후 뉴욕에 있는 출판사에 취직했지만 직업도 종교도 불안정했던 그는 결국 작가의 삶을 택했다. 그리고 55년간 현장 조사와 글쓰기를 하면서 80개국 가까이를 여행하고 20권이 넘는 책을 펴 낸 것이다.
차이를 무시하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6천 가지의 가르침이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인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율성과 존중을 결합해서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아닐까? 하물며 병마용의 얼굴은 물론 말들 하나하나까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모든 장소와 사람은 유일무이하며 다른 어디에서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집요한 여행자만이 육천 가지의 값진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친구인 리처드 넬슨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나 자신이 아닌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과 대조적이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알아가면서 자연과 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샤먼의 정경>에는 갈매기 사체 내장에 있던 물건들 이야기가 나온다. 장난감 병정, 폐주사기, 탐폰, 골프티 같은 것을 먹이로 알고 먹었다가 죽은 것이다. 그래서 자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부상도 마다 했고, 남반구 여행에서 지구상 인간의 중심지 어느 곳도 아닌 지구를 이탈한듯한 느낌을 가졌다. 실제로 L.A. 외곽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고 청소년기 내내 맨해튼에서 살았던 저자는 파리, 도쿄, 이스탄불, 산티아고에 즐거운 추억이 있지만 유독 사막과 먼바다와 툰드라 평원에 더 이끌렸다고 한다.
작가의 집에는 치누크 연어가 집 앞에서 산란을 하고, 창밖에는 보브캣과 검은 꼬리 사슴이 산다. 강에는 물수리와 뿔호반새, 나무에서는 도가머리 딱따구리, 휘파람새, 풍금조와 같은 새들의 울음이 들려온다. 미송, 솔송나무 큰 잎 단풍나무가 집을 빽빽이 에워싸 지평선을 가린다.
♥ 인디캣 책속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l/i/lik311/VL458tm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