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마음동화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모두의 감정 수업
신주백 지음, 김은지 그림 / 꽃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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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어른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이도 어른도 오늘부터 공감할 수 있도록 일깨우게 하는, 마음 동화”라고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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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음동화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모두의 감정 수업
신주백 지음, 김은지 그림 / 꽃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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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음 동화>라는 책 제목만 보고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치열한 사회생활에 물들어 버린 ‘어른’들에게 ‘어린시절에 가졌던 마음, 동심’을 일깨우고 ‘바로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생을 다지게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서문에 이렇게 쓰여 있다.

“6가지 기본 감정을 다양한 상황과 그림을 통해 감정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감정의 사회화 학습을 통해 감정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하고, 알아갈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기 위한 책이라고 한다.(p5)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꼭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 문자를 통해 명확한 사고 처리가 미숙한 발달장애인 그리고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감정 처리나 이해가 어려운 성인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p5)

즉 ‘그림을 통한 감정 학습, 감정 파악, 감정 처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화’인 것이다. 내가 추측했던 ‘동심을 일깨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는 그 방향성이 다르긴 하지만, ‘감정의 사회화 학습’을 매개로 하여 소구하는 대상이 어른들에게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거론하고 있는 ‘감정’은 목차를 보면 잘 나타나있다.

공포, 혐오, 분노, 슬픔, 놀람, 기쁨.


그런데 왜 감정이 6가지뿐이지?


우리는 흔히 희로애락(喜怒哀樂) 또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라는 감정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배운 지극히 주입적인 지식일 수도 있겠으나, 알고보면 동양적 철학사상이 깊게 밴 용어이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이 이외에도 감정은 무수히 많은 가닥으로 펼쳐낼 수 있으나, 이 책에서 굳이 6가지 감정으로 한정한 이유가 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에서 ‘6가지 감정’은 인종을 가로질러 보편적인 기본 감정이라고 명명한 것에 기반한 것이라고 한다.(p5)



그런데 ‘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감정’에 대하여 과학적인 내용을 대입하였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감정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는 [감정진화론]이 그것이다.

동화는 흔히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오늘부터, 마음 동화>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 신주백 님은 과학기자 출신이란다. 그리고 이번 책은 아빠의 마음을 담아 “아빠이자 과학기자”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6가지 감정을 주인공 시현이가 겪은 상황들에 빗대어 이야기로 들려주는 동화책이다.

6가지 감정은 각각의 섹션을 이루고 있고, 각각의 감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섹션 꼭지마다 [감정 과학 상자]에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책 본문의 기본 틀은 ‘동화’이다. 동화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김은지 그림작가님의 풍부한 일러스트들이 이야기의 격을 살린다.



어른이 화를 내거나 독촉하거나 질타를 할 때, 어린 아이의 눈에는 그런 어른이 ‘괴물’로 보인다는 표현이 매우 기발하기도 하고 이색적이면서 무척 재밌기도 했다.


혹시, 내 어릴 적에도 그랬을까?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다.

6~7살 때였나. 동생과 집 안팎을 돌며 잡기 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TV를 방바닥에 넘어뜨린 적이 있다. 그때 그 나이에 무슨 힘이 발동을 했던지 TV를 원래 올려져 있던 받침대에 올려놓았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신 아버지께서 TV가 안 나오는 것에 대해 우리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나는 모른다고 딱 잡아땠다. 그런데 동생이 지레 겁먹었는지 “오빠가 그랬다.”고 고자질하고는 막 울었다. 그 순간 울그락붉그락 바뀌던 아버지의 표정과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며 매를 드셨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괴물의 모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책 본문에서 할머니의 입을 통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늬 아빠도 어릴 때...심술이 나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괴물처럼 그렸다. 그 이유를 물으면 실제로 그렇게 보인다며 말을 흐렸다.”(p36)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 때를 반추하기도 하는 등 매우 즐거운 독서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강하게 느낀 점은, 꼭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로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성인이 ‘사회적 가면’ 상태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는데, “개인이 사회생활 속에서 타인들로부터 비난받지 않기 위해 겉으로 드러내는,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태도나 성격, 사회적 규범과 관습을 내면화한 것”이다. 이렇듯 겉으로 연기를 하고 꾸며냄으로써 페르소나와 실제의 내면이 일치하지 않게 되고 인간관계 속에서 본연의 자기 자신과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며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또한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얻게 되는 감정적 피해, 감정 소모 등으로 어느 순간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거나 감정 처리가 서툴러지기도 하고 심하면 우울증, 강박증 등의 정신적 이상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오늘부터, 마음 동화>는 감정의 중심을 잡도록, 손쉽게 유쾌하게 일깨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굳이 ‘감정 처리나 감정의 이해가 어려운 성인’에 한정할 것 없이 일반 어른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이도 어른도 오늘부터 공감할 수 있도록 일깨우게 하는, 마음 동화”라고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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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양영하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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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은, 흔한 레시피 책이나 흔한 요리책에서는 전혀 달리, 읽는 내내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고 감탄을 자아내게도 하며 깜짝 놀래키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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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양영하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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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조금 의아했다.

‘지리산학교’는 무얼까. 그 학교가 무엇이기에 ‘요리 수업’이 있는 것일까.

처음엔 ‘대안학교’의 일종이라 추측했다. 내가 알고 있는 대안학교를 들면, 간디학교, 지구촌학교, 해밀학교, 이우중학교, 지평선중학교 등이 있는데, 지리산학교도 왠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의문은 책을 읽다가 풀렸다.

“지리산학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생활과 문화 학교로 2009년 5월에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봉대리 389번지에 문을 열었다.”(p14)

이 학교는 일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수강생이 되어 생활 문화 교육을 수강하는 곳이다. 수강반이 참 다양하다. 글쓰기반, 기타반, 가죽공예반, 목공예반, 민화반, 브런치반, 숲길걷기반, 사진반, 산야초반, 서예반, 옷만들기반, 야생화탐사반, 인문학명상반, 인형만들기반, 프랑스자수반, 퀼트반, 태극권반, 도자기반, 그리고 발효산채요리반.



이 책의 저자인 양영하 님은 이력이 자못 특이하다. 혼자 산을 개간하며 농사짓는 남자의 연애편지를 받은 걸 계기로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하였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서 두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다가, 지리산 자락 하동으로 이사하였다. 그리고 남는 방에 민박을 하면서 밥상을 차렸는데, 어느 시기부터는 밥을 먹으러 민박을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집 밥상은 일반적인 가정식도 아니고 식당에서 흔한 백반도 아닌,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에서 채취하는 자연을 머금은 식재료에 양영하 님의 손맛이 어우러진 ‘자연식’이었기에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으리라.

이게 소문이 나서 2011년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이 신규 개설될 때 요리반 선생님으로 초빙된 것이라 한다.



양영하 작가에게 있어서 요리는 ‘치유의 시작’(p28)이라고 한다. 가족 간의 온정으로 행복했을지 모르나, 전기도 들지 않는 산골생활 자체만으로도 울적한 날이 적지 않았으리라.

민박을 할 때도 들른 사람들과 그새 정이 들었다가 헤어질 때도 늘 서운하고, 본인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던 차에 마음의 상처가 되는 일을 겪기도 했고, 이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런 상황 끝에, 발효산채요리반은 작가 본인에게 치유였다.

또한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을 시작할 즈음 귀농 붐이 일었고, 도시에서 온 귀촌인이 많이 신청했다. 도시에서 몸과 마음이 지치도록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단순하게 살고 싶어 자연의 품에 안긴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에게 자연에서 난 것들로 소박한 밥상을 차리는 법을 선물해주고 싶었다.(p28)” 라고 작가님은 말한다. 이처럼 수강생들에게도 요리는 치유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요리반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만큼 발효산채요리반은 인기 강좌이다. 발효산채요리반의 강의는 ‘3가지의 주요한 테마를 가지고 진행’(p16)된다.

“기다림”, “그리움”, “설레임”

기다림은, 된장, 고추장, 간장, 발효주 등의 ‘발효식품’이다.

그리움은,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요리, 천연조미료 만들기 등의 ‘산채요리’와 관련된다.

설레임은, 제철에 나는 산야초를 밥상 위에서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장아찌’ 요리들이다.

 

진행 방식은,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고 가끔은 함께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자연에 있는 것 슬쩍 빌려 지리산 한자락을 밥상 위에 올려요!”이다.(p16)

 


이렇게 3개월 과정 한 학기 동안, 기다림과 그리움, 설레임을 느끼고, 만들고, 나누고, 누리는 시간은 수강생들에게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굉장한 기쁨이자 즐거움, 쾌감, 보람된 추억거리였을 것이다.

게다가 각종 요리를 수업 중에 만들어서 집으로 가져가면 가족이 좋아하고 더욱 요리수강하는 것을 지지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수강 신청은 일찍 마감되었다”(p16)고 한다.


그렇게 지나온 10여년 세월 동안, 쌓인 여러 사람들과의 추억들만큼 쌓여간 요리 수업 중의 레시피들. 양영하 님은 그 만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저자만의 발효산채요리 레시피마저, 이 세상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음식을 통해 보다 정겹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에 한가득 담아 냈다.


“나의 요리 수업 교과서는 자연이었다.(p12)”라고 말하는 양영하 작가님의 자연 레시피가 4계절별로 사진들과 어우러져 책속 마디마디마다 정갈하게 구성되어 있다.


- 봄 : 김장아찌, 치자열매차, 능개승마장아찌, 봄나물물회, 뽕잎나물, 봄나물부각, 앵두잼 등

- 여름 : 오디정과, 양파김치, 깻잎구이, 매실퓌레, 목이버섯피클, 상추김치, 다슬기장 등

- 가을 : 알배기배추단호박백김치, 달빛차식혜, 버섯조청, 감자부각, 맨드라미청, 꽃부각 등

- 겨울 : 생강청, 당근차, 잣고추장장아찌, 꾸지뽕정과, 야생갓피클, 한라봉껍질정과 등

 

위에 나열한 다채로운 레시피들을 보라.

너무도 생소한 요리들이 이 책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곳곳에 숨어 있다가 페이지를 펼치는 족족 사람을 놀래킨다. 세상에 이런 요리들이 존재했더란 말인가!



분명 생소한 요리 이름들인데, 왠지 정감이 가는 요리 이름들이다. 산에서, 들에서, 강에서 나고 자란 싱그러운 식자재들이 자기 자신의 본연의 이름을 그대로 딴 요리라서 그럴까.

저 요리들 중에는 처음 들어본 식재료 레시피들이 꽤 많다. 그 요리들의 향기와 맛이 너무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시간을 내어 작가님이 운영한다는 민박집에 찾아가 봐야하나 싶어진다.

요리들 중에 놀라운 점은 또 있다.

매우 정형화된 반찬으로 흔히 식탁에 올라오곤 하는 ‘김’, ‘양파’, ‘당근’, ‘상추’, ‘감자’, ‘깻잎’, ‘봄나물’, ‘버섯’ 등과 같은 일반적인 식재료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요리로 탈바꿈되어 있어 무척 놀랐다.

모든 요리 레시피 중에서 내가 가장 놀라웠던 요리는, ‘한라봉껍질정과’이다.

한라봉은 ‘한라봉 속알맹이’를 먹는 거 아닌가? 그렇다보니 흔히 껍질은 버려지기 마련인데, 이것을 이용하여 정과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기가 찼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레시피를 곱씹어 읽어낼수록, 상상할 수 있는 식자재 본연의 맛이 요리로 재탄생되었을 때 '도대체 어떤 맛을 자아낼까' 너무도 궁금해졌다. 그리고 상상하지 못할 그 ‘맛’이 내 구미를 자극하여, 내 입안에 침이 고이는 듯 했다.

 


이 책엔 다양한 사진들이 풍부하다. 그래서 상상하지 못하는 ‘향’, ‘맛’을 사진 속 이미지들을 통해 ‘눈’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요기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책에 담긴 사진들을 보면, 상당히 감각적이다. 아기자기 잘 배열되어 있고, 색색이 예쁘기도 하고, 피사체를 담아낸 구도도 좋다. 분명 전문 사진작가가 동행했을 거라 생각될 정도인데, 양영하 작가님이 손수 찍은 사진들이라고 한다.


아, 기가 차다.

'향'에 '맛'에

‘멋’까지 가득한 책이라니.


이렇듯 이 책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은, 흔한 레시피 책이나 흔한 요리책에서는 전혀 달리, 읽는 내내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고 감탄을 자아내게도 하며 깜짝 놀래키기도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리들이 한 가득 계절별로 등장하며, 맵시있고 감각적인 사진들이 책 구석구석에 고루고루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 감상하는 재미, 따라서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욕망, 얼마나 맛나고 향긋할까 하는 상상까지...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 너무도 독특한 경험과 감각을 선사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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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 인문학 전문가 김종원의 지적 안목을 넓혀주는 열두 달 교양 수업
김종원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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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문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할 때 직원이면 들어야하는 연간 ‘직원교육’커리큘럼 중에서 일부 법정교육,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항상 ‘인문학교육’을 선택해서 수강하곤 하였다.

또한 2010년대 전후 무렵에 인문학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뛰어난 인재상에 들기도 하고, 인문학적 글쓰기, 인문학 리더십 등 마치 인문학이 일종의 ‘해법’인 것처럼 유행했다.

내가 그 당시에 수강한 인문학 관련 교육들을 훑어보니, 창조적조직과 리더십, 창의적 기획실무, 동기유발을 통한 업무활성화, 조직의 문제해결을 위한 팀플레이 전략, 창조적 협업-인문에서 답을 얻다 등 다양하였다. 그 이외에도 ‘독서통신교육’이라고 각종 도서를 받아보고 독후감 및 평가를 진행하는 교육도 있었는데, 다양한 인문학 도서를 탐독한 바 있다.



그럼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인가?

누구나 어떤 단어를 들으면 그 단어가 어떤 상황일 때 쓰일 거라는 건 경험적으로 알긴 하지만, 단어의 뜻을 세세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다양한 인문학 교육을 수강했던 나 조차도, 막상 ‘인문학’이 그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는 게 어렵다.


‘인문학’을 알아보니,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라고 한다.

상술하면,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써의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그 학문영역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의견이 분분 하기도 하지만,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언어학/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 인문학을 중시하는 경향은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근세에 이르는 동안 고전교육의 핵심이 되었고 특히 18세기의 프랑스, 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의 교양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었다.(네이버 교육학용어사전)」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에 읽은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에서 다루는 인문학 영역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저자 김종원 님은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인문학 전문가로서 그 동안 약 70여 권의 책 저술을 통해 기존 인문학의 스펙트럼을 펼쳐왔는데, 이번 책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은 한 동안 확장시켜왔던 방대한 인문학의 영역을 일반 독자에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기 위해 감행한 일종의 프로젝트이다. 그만큼 이번 책의 집필은 어렵고도 고된 과정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문학 분야를 총 12가지 파트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각 인문학 파트 별로 관련 분야에 대한 인문 교양 지식이 1일 1페이지 분량으로 정리되어 있다.

즉 이 책이 독자에게 인문 교양 지식을 전하는 방식은, 12개월에 걸쳐 해당 인문학 파트 별로 365일 동안 매일 하루 한 쪽씩 읽어나가면서 지식을 알고 머리로 깨닫거나, 이를 생활 속에 적용 또는 실행함으로써 몸소 깨달아나간다면, 1년 동안 독자의 지적 안목이 자연스럽게 넓혀질 수 있는 [열두 달의 교양 수업]이 되게 되는 것이다.

마치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든가 ‘신간도서 소개용 스토리텔링 카드뉴스’ 등처럼 이메일로 매일 받았던 메일링서비스를 1년간 묶어서 책으로 펴낸 듯한 노력의 성과물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 속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교양 지식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4인이 이룬 5년의 기적」에서 “웃으며 자신의 삶을 통째로 걸었다. 가치 있는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p17)”라면서 일제강점기 말경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항거한 문인-이상화,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의 이야기가 있다. 그 외에도 고대~현대에 걸쳐 이름난 위인들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시대 마다의 역사적 사실들, 다양한 문화, 음악, 종교, 음식, 사건, 과학, 경제, 유적들에 관한 내용들이 두루두루 저자의 손길을 거쳐 책 속에 담뿍 담겨져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한국 교양’도 한가득 담겨 있다.



「대필화가의 등장」 편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예술적 화풍을 이은 제자 중에 석파 이하응이 있다고 하였다. 이하응? 혹시 흥선대원군과 동명이인인가 싶었는데, 동일인이었다!

흥선대원군이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고, 그는 생애 최고의 작품으로 「묵란도」를 남겼다.

그 당시 「묵란도」가 너무 유명해져서 위작들이 적잖이 나돌았다는데, 알고보니 그 위작들은 이하응이 대필작가를 시켜서 그린 것들이었다. 자신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절할 수 없어서 그리 했다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난을 그리는 것은 천하의 힘들고 아픈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지, 결코 천하의 모든 안락과 쾌락을 좇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p72)”

그가 묵란을 그리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를 통해 그 내면을 알고나니 그가 진정한 예술가였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는 한국의 최초 아파트를 서대문구 충정로에 1938년 세워진 ‘충정아파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해방 전후를 통틀어 ‘국내 최초의 아파트’라는 뜻이고, ‘해방 이후 최초로 지어진 아파트’는 책에서 언급한 ‘중앙아파트’로 1956년에 을지로에 지어졌다고 한다.(p100)



「윤이상」 편에서 “한국에서 ‘윤이상’이라는 음악가와 그의 음악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p142)”는 첫 문장처럼, 나도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는 경남 통영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교사로 일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프랑스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적 음악가로 명성을 쌓던 중,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치르다가 사형선고를 받아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번졌는데, 다행히 1967년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독일로 돌아갔으나 결국 조국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였다. 유사 이래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 현존 당시 유럽 5대 작곡가로 칭송되었던 그의 음악적 고향은 ‘통영’이라고 전해진다. 통영에 갈 일 있을 때, 꼭 윤이상을 기리는 ‘윤이상기념공원’에 들르고 싶다.


「최초의 음악 기획자」라는 제목을 보고 근대 이후의 이야기라 추측했는데, 뜻밖에 고려 충렬왕 때 관리이자 문신인 ‘채홍철’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우리 역사가 기록하는 최초의 음악 기획자로 “자신이 기획한 무대와 음악을 직접 연습을 시키며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p165)”했다고 한다.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초」를 보고 과거 홍콩영화계가 생각났다. 홍콩 영화산업의 태동기부터 1970년대까지 홍콩 영화의 주류였던 무협영화는 물론, 코믹 쿵푸 영화도 모두 그 뿌리는 경극에 맞닿아 있고 홍금보, 성룡 같은 배우들도 어릴 때부터 경극 수련 과정을 거쳤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가수, 배우, 광고 모델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났던 ‘기생’이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초’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p188)


「원두구」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러나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설립자가 ‘언더우드’라는 건 알고 있는데, 동일인이라는 것이다. 1880년대 구한말 어려운 때에 이 땅에서 선교사로서의 어려운 삶을 살았던 “언더우드는 아무리 힘들어도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해내며 내일을 기다렸다.(p246)”


이 외에도 「한국의 전통 전투식량」으로 ‘떡’, 그 중에서도 ‘인절미’가 자주 활용되었다고 한다.(p267) 그리고 「이국종」 편에서는 국가유공자를 차갑게 대하던 가난한 어린 시절에 ‘유공자 의료복지 카드’를 내밀면 병원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는데, ‘이학산’이라는 의사만은 어린 이국종을 정성껏 진료해주었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p362)라며 응원해주었다. 그 한 마디에 어린 이국종은 삶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류의 시작」편에서는, 2002년 <겨울연가>를 통해 주연배우 배용준이 일본에서 ‘욘사마’로 급부상하며 한류의 시작에 불을 지폈다. 그는 감성적 성향의 배우로만 남지 않고, 사업가로도 변신한다. 게다가 그는 2008년도에 직접 책을 쓰고 출간하는 특별한 시도를 하였다.

“책을 쓰는 일이 살면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p479)”라고 배용준 스스로 고백했을 정도로 힘든 일을 왜 했을까.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은 책의 판매량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사고의 논리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이를 통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통섭적 사고 능력을 키웠으며, 창작의 기쁨을 느끼며 한 뼘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세기의 문호 ‘괴테’는 약 60년에 걸쳐 집필해왔던 <파우스트>를 완성하였다. 괴테가 이 책을 쓴 최대의 동기는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p6)”였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삶의 상당부분을 바친 것이다.

저자 김종원 님도 이 책-집필하는 동안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을 기획해서 쓰게 된 동기도 ‘괴테’의 그것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아래의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인문학적 기반과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흡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법(p6)”


그리고 저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특별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특별한 삶’의 시작은,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서로 연결해 삶에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p7)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 깨닫는 것(p7)이다.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닿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움직여 부딪치며 체험하고 얻어낸 것들과 깨달음들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특별한 삶’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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