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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 인문학 전문가 김종원의 지적 안목을 넓혀주는 열두 달 교양 수업
김종원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평점 :
나는 ‘인문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할 때 직원이면 들어야하는 연간 ‘직원교육’커리큘럼 중에서 일부 법정교육,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항상 ‘인문학교육’을 선택해서 수강하곤 하였다.
또한 2010년대 전후 무렵에 인문학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뛰어난 인재상에 들기도 하고, 인문학적 글쓰기, 인문학 리더십 등 마치 인문학이 일종의 ‘해법’인 것처럼 유행했다.
내가 그 당시에 수강한 인문학 관련 교육들을 훑어보니, 창조적조직과 리더십, 창의적 기획실무, 동기유발을 통한 업무활성화, 조직의 문제해결을 위한 팀플레이 전략, 창조적 협업-인문에서 답을 얻다 등 다양하였다. 그 이외에도 ‘독서통신교육’이라고 각종 도서를 받아보고 독후감 및 평가를 진행하는 교육도 있었는데, 다양한 인문학 도서를 탐독한 바 있다.
그럼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인가?
누구나 어떤 단어를 들으면 그 단어가 어떤 상황일 때 쓰일 거라는 건 경험적으로 알긴 하지만, 단어의 뜻을 세세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다양한 인문학 교육을 수강했던 나 조차도, 막상 ‘인문학’이 그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는 게 어렵다.
‘인문학’을 알아보니,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라고 한다.
상술하면,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써의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그 학문영역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의견이 분분 하기도 하지만,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언어학/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 인문학을 중시하는 경향은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근세에 이르는 동안 고전교육의 핵심이 되었고 특히 18세기의 프랑스, 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의 교양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었다.(네이버 교육학용어사전)」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에 읽은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에서 다루는 인문학 영역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저자 김종원 님은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인문학 전문가로서 그 동안 약 70여 권의 책 저술을 통해 기존 인문학의 스펙트럼을 펼쳐왔는데, 이번 책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은 한 동안 확장시켜왔던 방대한 인문학의 영역을 일반 독자에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기 위해 감행한 일종의 프로젝트이다. 그만큼 이번 책의 집필은 어렵고도 고된 과정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문학 분야를 총 12가지 파트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각 인문학 파트 별로 관련 분야에 대한 인문 교양 지식이 1일 1페이지 분량으로 정리되어 있다.
즉 이 책이 독자에게 인문 교양 지식을 전하는 방식은, 12개월에 걸쳐 해당 인문학 파트 별로 365일 동안 매일 하루 한 쪽씩 읽어나가면서 지식을 알고 머리로 깨닫거나, 이를 생활 속에 적용 또는 실행함으로써 몸소 깨달아나간다면, 1년 동안 독자의 지적 안목이 자연스럽게 넓혀질 수 있는 [열두 달의 교양 수업]이 되게 되는 것이다.
마치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든가 ‘신간도서 소개용 스토리텔링 카드뉴스’ 등처럼 이메일로 매일 받았던 메일링서비스를 1년간 묶어서 책으로 펴낸 듯한 노력의 성과물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 속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교양 지식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4인이 이룬 5년의 기적」에서 “웃으며 자신의 삶을 통째로 걸었다. 가치 있는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p17)”라면서 일제강점기 말경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항거한 문인-이상화,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의 이야기가 있다. 그 외에도 고대~현대에 걸쳐 이름난 위인들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시대 마다의 역사적 사실들, 다양한 문화, 음악, 종교, 음식, 사건, 과학, 경제, 유적들에 관한 내용들이 두루두루 저자의 손길을 거쳐 책 속에 담뿍 담겨져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한국 교양’도 한가득 담겨 있다.
「대필화가의 등장」 편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예술적 화풍을 이은 제자 중에 석파 이하응이 있다고 하였다. 이하응? 혹시 흥선대원군과 동명이인인가 싶었는데, 동일인이었다!
흥선대원군이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고, 그는 생애 최고의 작품으로 「묵란도」를 남겼다.
그 당시 「묵란도」가 너무 유명해져서 위작들이 적잖이 나돌았다는데, 알고보니 그 위작들은 이하응이 대필작가를 시켜서 그린 것들이었다. 자신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절할 수 없어서 그리 했다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난을 그리는 것은 천하의 힘들고 아픈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지, 결코 천하의 모든 안락과 쾌락을 좇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p72)”
그가 묵란을 그리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를 통해 그 내면을 알고나니 그가 진정한 예술가였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는 한국의 최초 아파트를 서대문구 충정로에 1938년 세워진 ‘충정아파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해방 전후를 통틀어 ‘국내 최초의 아파트’라는 뜻이고, ‘해방 이후 최초로 지어진 아파트’는 책에서 언급한 ‘중앙아파트’로 1956년에 을지로에 지어졌다고 한다.(p100)
「윤이상」 편에서 “한국에서 ‘윤이상’이라는 음악가와 그의 음악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p142)”는 첫 문장처럼, 나도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는 경남 통영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교사로 일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프랑스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적 음악가로 명성을 쌓던 중,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치르다가 사형선고를 받아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번졌는데, 다행히 1967년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독일로 돌아갔으나 결국 조국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였다. 유사 이래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 현존 당시 유럽 5대 작곡가로 칭송되었던 그의 음악적 고향은 ‘통영’이라고 전해진다. 통영에 갈 일 있을 때, 꼭 윤이상을 기리는 ‘윤이상기념공원’에 들르고 싶다.
「최초의 음악 기획자」라는 제목을 보고 근대 이후의 이야기라 추측했는데, 뜻밖에 고려 충렬왕 때 관리이자 문신인 ‘채홍철’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우리 역사가 기록하는 최초의 음악 기획자로 “자신이 기획한 무대와 음악을 직접 연습을 시키며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p165)”했다고 한다.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초」를 보고 과거 홍콩영화계가 생각났다. 홍콩 영화산업의 태동기부터 1970년대까지 홍콩 영화의 주류였던 무협영화는 물론, 코믹 쿵푸 영화도 모두 그 뿌리는 경극에 맞닿아 있고 홍금보, 성룡 같은 배우들도 어릴 때부터 경극 수련 과정을 거쳤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가수, 배우, 광고 모델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났던 ‘기생’이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초’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p188)
「원두구」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러나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설립자가 ‘언더우드’라는 건 알고 있는데, 동일인이라는 것이다. 1880년대 구한말 어려운 때에 이 땅에서 선교사로서의 어려운 삶을 살았던 “언더우드는 아무리 힘들어도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해내며 내일을 기다렸다.(p246)”
이 외에도 「한국의 전통 전투식량」으로 ‘떡’, 그 중에서도 ‘인절미’가 자주 활용되었다고 한다.(p267) 그리고 「이국종」 편에서는 국가유공자를 차갑게 대하던 가난한 어린 시절에 ‘유공자 의료복지 카드’를 내밀면 병원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는데, ‘이학산’이라는 의사만은 어린 이국종을 정성껏 진료해주었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p362)라며 응원해주었다. 그 한 마디에 어린 이국종은 삶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류의 시작」편에서는, 2002년 <겨울연가>를 통해 주연배우 배용준이 일본에서 ‘욘사마’로 급부상하며 한류의 시작에 불을 지폈다. 그는 감성적 성향의 배우로만 남지 않고, 사업가로도 변신한다. 게다가 그는 2008년도에 직접 책을 쓰고 출간하는 특별한 시도를 하였다.
“책을 쓰는 일이 살면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p479)”라고 배용준 스스로 고백했을 정도로 힘든 일을 왜 했을까.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은 책의 판매량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사고의 논리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이를 통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통섭적 사고 능력을 키웠으며, 창작의 기쁨을 느끼며 한 뼘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세기의 문호 ‘괴테’는 약 60년에 걸쳐 집필해왔던 <파우스트>를 완성하였다. 괴테가 이 책을 쓴 최대의 동기는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p6)”였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삶의 상당부분을 바친 것이다.
저자 김종원 님도 이 책-집필하는 동안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을 기획해서 쓰게 된 동기도 ‘괴테’의 그것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아래의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인문학적 기반과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흡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법(p6)”
그리고 저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특별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특별한 삶’의 시작은,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서로 연결해 삶에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p7)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 깨닫는 것(p7)이다.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닿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움직여 부딪치며 체험하고 얻어낸 것들과 깨달음들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특별한 삶’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