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마음동화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모두의 감정 수업
신주백 지음, 김은지 그림 / 꽃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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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음 동화>라는 책 제목만 보고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치열한 사회생활에 물들어 버린 ‘어른’들에게 ‘어린시절에 가졌던 마음, 동심’을 일깨우고 ‘바로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생을 다지게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서문에 이렇게 쓰여 있다.

“6가지 기본 감정을 다양한 상황과 그림을 통해 감정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감정의 사회화 학습을 통해 감정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하고, 알아갈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기 위한 책이라고 한다.(p5)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꼭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 문자를 통해 명확한 사고 처리가 미숙한 발달장애인 그리고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감정 처리나 이해가 어려운 성인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p5)

즉 ‘그림을 통한 감정 학습, 감정 파악, 감정 처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화’인 것이다. 내가 추측했던 ‘동심을 일깨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는 그 방향성이 다르긴 하지만, ‘감정의 사회화 학습’을 매개로 하여 소구하는 대상이 어른들에게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거론하고 있는 ‘감정’은 목차를 보면 잘 나타나있다.

공포, 혐오, 분노, 슬픔, 놀람, 기쁨.


그런데 왜 감정이 6가지뿐이지?


우리는 흔히 희로애락(喜怒哀樂) 또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라는 감정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배운 지극히 주입적인 지식일 수도 있겠으나, 알고보면 동양적 철학사상이 깊게 밴 용어이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이 이외에도 감정은 무수히 많은 가닥으로 펼쳐낼 수 있으나, 이 책에서 굳이 6가지 감정으로 한정한 이유가 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에서 ‘6가지 감정’은 인종을 가로질러 보편적인 기본 감정이라고 명명한 것에 기반한 것이라고 한다.(p5)



그런데 ‘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감정’에 대하여 과학적인 내용을 대입하였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감정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는 [감정진화론]이 그것이다.

동화는 흔히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오늘부터, 마음 동화>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 신주백 님은 과학기자 출신이란다. 그리고 이번 책은 아빠의 마음을 담아 “아빠이자 과학기자”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6가지 감정을 주인공 시현이가 겪은 상황들에 빗대어 이야기로 들려주는 동화책이다.

6가지 감정은 각각의 섹션을 이루고 있고, 각각의 감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섹션 꼭지마다 [감정 과학 상자]에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책 본문의 기본 틀은 ‘동화’이다. 동화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김은지 그림작가님의 풍부한 일러스트들이 이야기의 격을 살린다.



어른이 화를 내거나 독촉하거나 질타를 할 때, 어린 아이의 눈에는 그런 어른이 ‘괴물’로 보인다는 표현이 매우 기발하기도 하고 이색적이면서 무척 재밌기도 했다.


혹시, 내 어릴 적에도 그랬을까?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다.

6~7살 때였나. 동생과 집 안팎을 돌며 잡기 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TV를 방바닥에 넘어뜨린 적이 있다. 그때 그 나이에 무슨 힘이 발동을 했던지 TV를 원래 올려져 있던 받침대에 올려놓았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신 아버지께서 TV가 안 나오는 것에 대해 우리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나는 모른다고 딱 잡아땠다. 그런데 동생이 지레 겁먹었는지 “오빠가 그랬다.”고 고자질하고는 막 울었다. 그 순간 울그락붉그락 바뀌던 아버지의 표정과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며 매를 드셨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괴물의 모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책 본문에서 할머니의 입을 통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늬 아빠도 어릴 때...심술이 나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괴물처럼 그렸다. 그 이유를 물으면 실제로 그렇게 보인다며 말을 흐렸다.”(p36)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 때를 반추하기도 하는 등 매우 즐거운 독서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강하게 느낀 점은, 꼭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로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성인이 ‘사회적 가면’ 상태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는데, “개인이 사회생활 속에서 타인들로부터 비난받지 않기 위해 겉으로 드러내는,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태도나 성격, 사회적 규범과 관습을 내면화한 것”이다. 이렇듯 겉으로 연기를 하고 꾸며냄으로써 페르소나와 실제의 내면이 일치하지 않게 되고 인간관계 속에서 본연의 자기 자신과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며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또한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얻게 되는 감정적 피해, 감정 소모 등으로 어느 순간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거나 감정 처리가 서툴러지기도 하고 심하면 우울증, 강박증 등의 정신적 이상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오늘부터, 마음 동화>는 감정의 중심을 잡도록, 손쉽게 유쾌하게 일깨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굳이 ‘감정 처리나 감정의 이해가 어려운 성인’에 한정할 것 없이 일반 어른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이도 어른도 오늘부터 공감할 수 있도록 일깨우게 하는, 마음 동화”라고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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