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스라엘 -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최용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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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 이스라엘 관련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사법개혁 논란으로 나라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4월 1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반대해 해임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군부의 불만이 커진 데다 최근 국경 안보가 흔들리면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파 진영의 연정을 통해 생애 6번째 총리에 오른 네타냐후는 지난 1월 법무장관을 통해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법관 선정과정에서 정부 여당의 추천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의회가 과반수 의결로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등 논란이 되는 항목이 있었다. 이에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올해 1분기 내내 반대 시위가 발생했고 이스라엘 현역 군인과 예비역까지 시위에 동참했다. ... 반정부 시위는 갈란트 경질 선언 이후 더욱 심해져 총파업까지 발생했다.

안보 상황도 불안해졌다.

지난 2일에는 이란제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시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을 침범했다. 5일 예루살렘에서는 이스라엘 경찰이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사원에 진입해 신도들과 충돌했다. ...’


1995년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유대인 시오니스트 극우세력에 의해 암살당하고 뒤이어 치러진 총선에서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집권하면서(p89) 총리 연임을 거치다가 지난해 우파 진영의 연정을 통해 생애 6번째 정권을 잡은 이래, 네타냐후 총리 집권 하에 사법개혁 발표에 이은 반정부 시위, 국경을 침범하는 무인기, 여러 종교 신도들 간의 충돌 등 불안한 국가 안보 상황의 연속이다. 단지 뉴스 하나 접했을 뿐인데, 이스라엘의 정치적, 군사적, 종교적인 여러 복잡한 단면들이 언뜻 보였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 성경과 밀접한 국가, 오래된 역사와 더불어 오랜 디아스포라 시기,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2차 세계대전 직후 신생국가로 건국 독립, 여러 차례 주변 이슬람국가들과의 중동전쟁 그리고 승리, 팔레스타인 등이다.


그렇다고 상세하게 이스라엘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스라엘의 정치 외교 경제적 상황, 군사적 면모, 경제적인 내용과 이스라엘의 오랜 유랑기 및 건국 이야기, 주변국과의 갈등과 전쟁, 종교적인 문제, 유대국가로서의 정체성과 율법, 현재를 살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 등 ‘이스라엘’이라는 한 국가를 현재 시점에서 전반적으로 알아보려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최용환 작가는 말한다. “서점에 들렀을 때, 이스라엘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 종교 서적에서부터 성지순례 안내서라든가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 ... 유대인과 관련된 책들이 ... 많았다.” 라면서, “오늘의 이스라엘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스토리들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 ... 여러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 참고할 만한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6)

그래서 이 책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이스라엘>을 출간하였다고 밝힌다.


이 책은 7가지 키워드로 집약해서 이스라엘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1장. 시오니즘과 분쟁

2장. 디아스포라와 이민

3장. 유대 국가와 유대 정체성

4장. 작은 나라 강한 군대의 비밀

5장. 창업 정신과 후츠파

6장. 조약 없는 영혼의 동맹 미국

7장. 젊은 나라 속의 오랜 율법

목차와 그에 딸린 소제목들을 보면, 이스라엘에 대해 상당히 폭넓게, 그러면서도 다양하게 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저자 최용환 작가가 2018년부터 이스라엘 대사로 재임했던 터라, 현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수집한 풍부하고 생생한 내용들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으면 좋지만, ‘키워드’ 중심으로 책 내용들이 잘 분류가 되어 있어서 키워드별로 관심이 가는 부분만 따로 읽어도 좋다. 


읽다보면 이스라엘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내용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건국을 선언하였는데, 그 즉시 주변 이슬람국들과 전쟁을 치러야 했고,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다. 그뿐만 아니라 이란,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과의 분쟁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p17)이라고 한다.

그리고 19세기 말 ‘시오니즘 운동’의 촉발로부터 이스라엘의 건국 기조가 가시화되었는데 그 중심에 ‘테오도르 헤르츨’이 있었고 오늘날 그는 건국의 정신적 아버지로서 이스라엘에서 ‘나라의 선지자’로 추앙받고 있다(p27)는 내용,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의 씨앗을 심은 장본인이 영국과 UN이라는 사실(p27-31), 기나긴 유랑시기 후 ‘알리야(이스라엘로 회귀=이스라엘로 이민)’를 통한 ‘올림(이스라엘로 이주해 온 유대 이민자)’들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타국적 외국인의 이민에 대해서는 무척 제한적이고 배타적이기까지 하다는 내용, 출신 지역별로 유대인 구성이 다양하며 흑인 유대인도 있다는 몰랐던 사실(p118) 등을 비롯하여, 이스라엘의 다양한 뒷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4장 작은 나라 강한 군대의 비밀’이다. 수많은 전쟁과 분쟁 속에서도  이스라엘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꿋꿋이 버티어 내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라엘에서 국방력을 담당하는 군을 히브리어로 ‘짜할’이라고 부른다.”(p209)는데, 이스라엘 방위군 정규 병력 규모는 17~18만 명 수준이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병력으로 약 46~47만 명 정도의 예비군이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지는데 이들은 실제 수차례의 전쟁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p210)고 한다.

이들 정규병력과 예비군 속에는 ‘여군’이 포함되어 있다. 미미한 수준이 아니다. 군대 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병력의 약 1/3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p219) 가히 입이 떡 벌어질만한 수치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의무징병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성은 30개월 의무복무를 하는 대신 여성은 24개월 군복무를 한다고 한다.

또 하나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은, 혁신적이면서 독특하기도 한 이스라엘 군 엘리트 양성 프로그램인 ‘탈피오트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통해 양성된 군 엘리트는 이스라엘의 첨단 국방 분야를 이끌어 나간다고 한다.(p213)



또 하나 흥미를 끈 부분은, ‘5장 창업 정신과 후츠파’이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부터 전자, 금속, 정보통신, 항공우주, 바이오, 의약, 방위산업, 신재생 에너지 등 기술집약형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제2의 실리콘 밸리로 불릴 정도로 산업이 성장하였다(p266)고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 땅은 아주 좁다. 사막 지역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토는 척박하다. 인구 규모가 1천만 명이 안 되고 다른 환경도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 그렇다 보니 부가가치가 큰 ... 기술집약적 또는 지식기반형 산업의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다.”(p265)


유대인들이 소멸되지 않고 주변의 안보 위협 속에서도 살아남아 계속 성장 발전하는 것은 ‘후츠파 정신’ 덕분이라는 말이 있다. ‘당돌’, ‘뻔뻔함’, ‘독선적임’ 등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가득 차 있던 후츠파가 오늘날에는 이스라엘의 성공 비결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라 말한다.(p264)



책을 읽다보면, 계속 이스라엘에 대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사실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매우 신선하고 꽤 흥미롭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책 내용의 이해를 돕는 그림, 사진, 도표 등의 자료들이 풍부하며, 매 섹션 마디마다 “이스라엘 속으로 한 발 더”라든가 “여행자를 위한 정보”와 같은 별도의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이스라엘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에너지 넘치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부터 현지 파견이나 비즈니스 출장 등의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까지, 중동의 오랜 분쟁의 원인을 궁금해 하는 분부터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는 분까지 이스라엘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라도 큰 부담 없이” 읽음으로써 “그간 몰랐던 이스라엘의 속살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는 최용환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인다.



‘이스라엘’. 이미 성경책을 통해 유대 민족을 오래도록 접하여 참 익숙한데, 실제로는 이스라엘을 ‘안다’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낯설기만 한 나라이자, 역사적인 나라이지만 실제로는 건국 70여년밖에 안된 나라. 이 책 표지 문구 “익숙하지만 낯선 나라, 젊지만 오랜 나라”는 이스라엘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을 알고 싶다면 이 책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이스라엘> 하나면 된다. 이제 이스라엘을 ‘안다’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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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스라엘 -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최용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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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이스라엘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내용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이스라엘을 알고 싶다면 이 책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이스라엘> 하나면 된다. 이제 이스라엘을 ‘안다’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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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두 번 살아요 도토리숲 과학 그림책 3
에이미 M. 비소네트 지음, 닉 존스 그림, 윤소영 옮김 / 도토리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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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두 번째 생에의 전말과 그 결말은?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나무의 두 번째 생‘의 뒷이야기와 함께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보아도 좋은 ‘자연과학 선물 보따리’로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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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두 번 살아요 도토리숲 과학 그림책 3
에이미 M. 비소네트 지음, 닉 존스 그림, 윤소영 옮김 / 도토리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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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두 번 산다고?”


나무가 두 번 산다는 말이 언뜻 머리에 새겨지지가 않았다.

억지로 생각하다보니, 잘 자란 나무를 베어 펄프로 만들고 이를 종이로 생산해내는 과정이 떠올랐다. 나무를 가지고 건축자재로 사용하여 멋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생각이 났다.

저런 과정들에, 흔히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과연 이것이 나무를 두 번 살게 하는 것일까?

아니다. 나무를 원재료로 하여 인간 편의에 맞게 인공적으로 가공하여 변모시키는 것일 뿐, 나무를 두 번 살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 책 <나무는 두 번 살아요>는, 세계의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냉대림숲 속 어느 호숫가에 서 있는 ‘발삼전나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예전에 작은 씨앗이었던 발삼전나무는 시간이 지나 어린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북쪽 숲에서 오랜 세월 동안 드센 비와 거친 눈보라를 견뎌 내기도 하고, 짧은 여름을 지내기도 하며 여기 서 있다.(p7)

그동안 새들의 집이 되어 주었고, 다람쥐에게 먹잇감과 놀이터를, 날씨가 궂은 날에는 사슴과 토끼, 올빼미 등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등 꿋꿋이 버티며 수 십 년 동안 이곳에서 동물들에게 편안한 잠자리와 쉼터, 먹잇감이 되어 주었다.(p11) 심지어 오염을 정화하기도 하고,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로 바꾸어 놓기도 하였다.(p12)

산불이 나기도 하고, 곤충들의 공격을 받아 병에 걸리기도 하는 등 주변의 나무들이 영원히 살 수는 없었는데, 어느 날 바람이 윙윙 휘몰아치면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더니 발삼전나무는 “우두둑! 우지끈! 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p16)


여기까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 만한 ‘나무의 생애’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전부일까요? 나무의 긴 생애가 이렇게 끝난 것일까요?”(p18)


이어서, 이 책은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숲은 여전히 이 나무가 필요해요. 이제 나무의 두 번째 생애가 시작된 거예요.”(p18)


이 이후부터는, 지금껏 공부해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만약에 숲에 죽은 나무가 있다면, 우린 아마도 ‘숲이 병들었다’라든가 ‘숲이 위험하다’라든가 의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첨언한다.


‘숲에 있는 죽은 나무들은 숲이 병들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숲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나무들은 죽음을 맞이하여 숲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거예요.’(p33)


아! 그렇구나. 전혀 새로운 내용이었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땅 위로 쓰러진 발삼전나무는, 다시금 여러 생명체들과 공존하면서 자기 자신을 내어주고 점점 자연에 동화되다가 급기야 흙의 한 부분이 되어, 사는 동안 땅에서 얻은 양분을 돌려준다(p28)고 한다.



이 책 <나무는 두 번 살아요>는, 표지 포함 총 40면의 지면 위에 아름답게 수놓은 이야기 그림책이다. 본 이야기는 28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에 약 57%에 달하는 16면(본문 p18~33) 속에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나무의 두 번째 생애’에 관한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책은 2차원 평면임에도 왠지 3차원 공감각적 느낌이 드는 착각이 들었다.

아마도,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 ‘에이미 M. 비소네트’의 이야기 음성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 소곤소곤 잘 들리고, 삽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전문 그림 작가로 활동하는 ‘닉 존스’의 세밀하면서도 따뜻한 그림들이 내 눈 앞에 살아있는 듯 일렁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의 페이지마다 본문 이외에 참고가 될 만한 자연과학 내용이 추가되어 있고, 마지막 부분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쓰러진 나무 탐구]라는 과학탐구질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이 그림책이긴 하지만, 그림책 형식을 빌린 자연과학책임을 잊기 않게 해준다.


발삼전나무가 다시금 살아가게 되는 ‘두 번째 생애’의 전말은 어떠할까?

그리고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나무는 두 번 살아요>를 읽는다면, 독자는 ‘나무의 두 번째 생’의 뒷이야기와 더불어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보아도 좋은 '자연과학 선물 보따리'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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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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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삶을 되돌아보기 자서전 쓰기 강좌가 있다. 여기 참여하는 분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써 내려갈까?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 낼 때, 보통 따뜻했던 어린 시절”, “혹독했던 IMF 시기”, “열정적으로 운동하고 공부했던 사춘기였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고는 막상 글로 쓸 때엔, 시간 나열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을까.

 

이 책 <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의 저자인 김미영 작가도 본인의 지나온 삶을 갈래갈래 뽑아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뽑아낸 삶의 기억들을 모두 모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되씹으며 통찰하는 단계를 밟았다.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예로 들면, 이 시절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삶은 아니다. 어떤 한 개인의 어린 시절이 그랬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삶이 따뜻하기만 했을까? 실제 과거로 돌아가 그때 그 시절의 삶을 확인해본다면, 온통 따뜻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했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기억이 그렇다는 것이다.

 

김미영 작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의 삶의 기억마다 어떤 온도가 있음을 통찰한 것이다.

내 삶의 기억 속에도 각각의 온도가 전해지곤 한다. 내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삶의 얘기들...”이라고 작가 소개에서도 이를 밝히고 있다.

 

이런 통찰을 통해, 작가는 지나온 삶의 기억들을 온도로 측정하여, 따뜻했던 기억들, 열정적이었던 기억들, 싸늘했던 기억들, 추웠던 기억들로 갈무리하였다. 이는 그대로 이 책 <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의 목차를 형성한다.

1. 따뜻했던 기억들(내 삶의 이유)

2. 열정적이었던 기억들(내 삶의 힘)

3. 싸늘했던 기억들(내 삶의 깊이)

4. 추웠던 기억들(내 삶의 상처)


이 책을 읽다보면, 희한하게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럴 만도 했다. 작가가 소환한 삶의 기억 하나를 읽으면, ‘나는 저 때 어떤 삶을 살았던가라고 회상에 잠기게 되고 내 머릿속 한 귀퉁이에 있었는지도 모를 기억이 문득 떠올려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고 첫 번째 삶의 기억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시골 마을’(p13)을 읽으면서 저런 현상이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의 영원한 시골 마을! 그런 시골 마을이 있어서 참 따뜻하다.”(p19)

 

작가의 시골 큰아버지 댁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게도 그런 시골 마을에 대한 정겨움이 있었음을 잊고 있다가 큰고모님 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익산시 외곽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너른 마당이 인상적인 예스런 시골집에서 닭 키우고 논밭 일구시던 큰고모님 댁은 갈 때마다 정겹고 포근했다.

 

다시 글을 쓰게 한 따뜻한 시선’(p42) 편에서는 2권의 책을 한 출판사에서 연이어 출판하게 된 사연이 나온다. 작가가 원고를 몇 군데 출판사에 투고하였는데, 그 출판사의 대표가 보내온 진정성이 있는 따뜻한 답변 글인간적이고도 따뜻한 시선(p47)은 작가가 계속해서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라 밝히고 있다.

 

내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취미로 시나 소설을 쓰는데 별다르게 발표는 하지 않고 간직만 하고 있던 차에, 마침 푸른약국출판에서 주최하는 ..이 프로젝트라는 신진작가 및 기성작가 협업출간 프로젝트 소식을 접하였다. 나는 용기를 내어 신진작가 공모에 단편소설을 응모하였는데, 선정되었다는 내용과 출판계약서가 첨부된 따뜻한 답신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final 행복>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책이 나왔을 때의 그 감격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감정 쓰레기통의 쓸쓸한 운명’(p173) 편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의 감정 문제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나의 감정들조차 추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잡다한 감정들까지 담아내야 할 때에는 엄마라는 자리를 거부하고 싶을 때가 있다.”(p177)라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커다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가족들의 온갖 감정 쓰레기들을 받아내기로 했다. 왜냐하면 난 엄마니까.”(p177)라면서 다시금 마음 단단히 먹는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눈에 넣으면 너무도 아플 것 같은 날카로운 사춘기로 변해가고 있었다.”(p198)라는 사춘기에 대한 인상적인 표현이 있는데, 이런 날카로운 사춘기 아이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내게도 아이 하나가 있다. 어릴 때는 부모에게 친근하고 엄마가 아플 땐 아픈 곳을 쪼물쪼물 주물러주던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 6학년 말 즈음부터 대화하는 게 조금씩 틀어지더니 중학생이 되면서 서서히 말 수가 줄어들고 말을 듣지 않는 경우들이 생기다가, 급기야 가족 간 불화의 촉매로 작용하였다. 사춘기였다. 그렇게 근 2년 이상의 불안한 관계는 아이가 중3이 되고 어느 날 그 간의 불만과 오해, 응어리들이 풀리는 계기가 생기면서, 활발했던 사춘기 불화의 화학작용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갔다.

 

폐지 줍는 할머니 찾아 삼만 리’(p87) 편과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나의 엄마’(p217) 편에는 또 다른 엄마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작가의 어머니이다. 노년이 되어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신도 다소 흐릿함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시어, ‘엄마의 건강 걱정에 병원으로 모시고자 작가는 자식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몹쓸 놈의 쓴소리도 참 많이 내뱉었(p88)고 옥신각신 고성이 오갈 정도의 몸 씨름도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결국은 상태가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4일째 되는 날 돌아가셨다. 그리고 장례식과 화장...

그렇게 엄마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고, 남은 거라곤 한 줌의 재가 전부였다. 아니, 철심도 있었다. 고관절 수술을 할 때 박아 넣었던 것이 그대로 재와 함께 섞여 나온 것이다.’(p222)

 

그 순간, (나는) 또 오열했다. 가슴을 갈기갈기 찢으며 상상조차 못 할 정도의 고통이 뒤따랐다.”(p222)

 

어린 시절 밤새 시침질하며 이불 누비어 겨울날 자식들의 따뜻한 이부자리 마련해 주시던 엄마’(p35-40), 쑥을 좋아하여 한 바구니 쑥을 캐내어 구수한 쑥국 냄새 가득한 저녁상 차려주시던 엄마’(p20-25)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함께, 나를 낳고 길러주신 엄마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그해 여름, 너무도 춥고, 아팠(p222)던 기억이 작가의 삶 속에 깊이 새겨졌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또한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들과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특히 내 아버지를 화장하고 내 손에 건네진 납골함을 보자 또 다시 오열했던 기억...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일상의 회고와 감상, 가족에 대한 생각과 느낌 등 작가의 다양한 삶의 기억들이 담겨져 있다.

 

이 책 속에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각각의 기억의 온도 말미에 기억의 온도 / 공감이 가는 그들의 말코너가 실려 있다. 관심 있게 읽다보면 꽤 공감 가는 문구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135쪽에 있는 다음과 같은 문구처럼 말이다.

꿈을 품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

괴테 -

이에 대해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의도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각 기억의 온도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작가, 철학자들의 한 줄 문장도 함께 실려 있어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있어서도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p284)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어쩔 수 없이 느리게 읽게 될 것이다. 참 많은 삶의 기억들을 회상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지냈던 내 뇌리 속의 기억들을 참 많이도 떠올려보게 되었다. 기분 좋은 독서였다.

 

덧붙이자면, 자서전 혹은 에세이 글을 쓰고 싶은 독자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이 책은 문장들이 잘 호응되고 어색한 점 없이 잘 읽힌다. 작가분의 문장력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글쓰기의 견본으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통찰하는 감각또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감을 모았을 때,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는 너무 흔한 서사방식이어서 엄청나게 독특한 아이템이 아니고서야 눈에 띄기도 어렵고 회자되기는 더욱 어렵다.

분명 이 책의 소재들도 누구에게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미영 작가는 개인의 삶의 기억마다 어떤 온도가 있음을 통찰해 내었고 이를 통해 기억의 온도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뽑아내었다.

 

또한, 이 책은 내용 구성에 있어서 좋은 예를 선사한다. 작가의 기억들을 모두 온도로 치환하는 작업을 거쳐, 삶의 기억을 온도별로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의 시작과 원고투고 및 출판계약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다시 글을 쓰게 한 따뜻한 시선’(p42-48), ‘뜨거운 영혼을 갈아 넣은 글 수프’(p79-84), ‘첫 시작에 대한 맑은 열정’(p129-134) 부분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듯싶다.

 


이렇듯 자서전이든 에세이든 글을 쓴다.’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해 이 책 85쪽에 공감이 가는 어록이 있어 소개한다.

나는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을 쓴다.

아나이스 닌(여류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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