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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두 번 살아요 ㅣ 도토리숲 과학 그림책 3
에이미 M. 비소네트 지음, 닉 존스 그림, 윤소영 옮김 / 도토리숲 / 2023년 3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410/pimg_7913011783816670.jpg)
“나무가 두 번 산다고?”
나무가 두 번 산다는 말이 언뜻 머리에 새겨지지가 않았다.
억지로 생각하다보니, 잘 자란 나무를 베어 펄프로 만들고 이를 종이로 생산해내는 과정이 떠올랐다. 나무를 가지고 건축자재로 사용하여 멋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생각이 났다.
저런 과정들에, 흔히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과연 이것이 나무를 두 번 살게 하는 것일까?
아니다. 나무를 원재료로 하여 인간 편의에 맞게 인공적으로 가공하여 변모시키는 것일 뿐, 나무를 두 번 살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 책 <나무는 두 번 살아요>는, 세계의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냉대림숲 속 어느 호숫가에 서 있는 ‘발삼전나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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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은 씨앗이었던 발삼전나무는 시간이 지나 어린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북쪽 숲에서 오랜 세월 동안 드센 비와 거친 눈보라를 견뎌 내기도 하고, 짧은 여름을 지내기도 하며 여기 서 있다.(p7)
그동안 새들의 집이 되어 주었고, 다람쥐에게 먹잇감과 놀이터를, 날씨가 궂은 날에는 사슴과 토끼, 올빼미 등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등 꿋꿋이 버티며 수 십 년 동안 이곳에서 동물들에게 편안한 잠자리와 쉼터, 먹잇감이 되어 주었다.(p11) 심지어 오염을 정화하기도 하고,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로 바꾸어 놓기도 하였다.(p12)
산불이 나기도 하고, 곤충들의 공격을 받아 병에 걸리기도 하는 등 주변의 나무들이 영원히 살 수는 없었는데, 어느 날 바람이 윙윙 휘몰아치면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더니 발삼전나무는 “우두둑! 우지끈! 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p16)
여기까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 만한 ‘나무의 생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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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전부일까요? 나무의 긴 생애가 이렇게 끝난 것일까요?”(p18)
이어서, 이 책은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숲은 여전히 이 나무가 필요해요. 이제 나무의 두 번째 생애가 시작된 거예요.”(p18)
이 이후부터는, 지금껏 공부해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만약에 숲에 죽은 나무가 있다면, 우린 아마도 ‘숲이 병들었다’라든가 ‘숲이 위험하다’라든가 의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첨언한다.
‘숲에 있는 죽은 나무들은 숲이 병들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숲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나무들은 죽음을 맞이하여 숲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거예요.’(p33)
아! 그렇구나. 전혀 새로운 내용이었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땅 위로 쓰러진 발삼전나무는, 다시금 여러 생명체들과 공존하면서 자기 자신을 내어주고 점점 자연에 동화되다가 급기야 흙의 한 부분이 되어, 사는 동안 땅에서 얻은 양분을 돌려준다(p28)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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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무는 두 번 살아요>는, 표지 포함 총 40면의 지면 위에 아름답게 수놓은 이야기 그림책이다. 본 이야기는 28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에 약 57%에 달하는 16면(본문 p18~33) 속에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나무의 두 번째 생애’에 관한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책은 2차원 평면임에도 왠지 3차원 공감각적 느낌이 드는 착각이 들었다.
아마도,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 ‘에이미 M. 비소네트’의 이야기 음성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 소곤소곤 잘 들리고, 삽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전문 그림 작가로 활동하는 ‘닉 존스’의 세밀하면서도 따뜻한 그림들이 내 눈 앞에 살아있는 듯 일렁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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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의 페이지마다 본문 이외에 참고가 될 만한 자연과학 내용이 추가되어 있고, 마지막 부분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쓰러진 나무 탐구]라는 과학탐구질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이 그림책이긴 하지만, 그림책 형식을 빌린 자연과학책임을 잊기 않게 해준다.
발삼전나무가 다시금 살아가게 되는 ‘두 번째 생애’의 전말은 어떠할까?
그리고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나무는 두 번 살아요>를 읽는다면, 독자는 ‘나무의 두 번째 생’의 뒷이야기와 더불어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보아도 좋은 '자연과학 선물 보따리'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